콩깍지 씌었어도 돌아설 땐 계산기 톡톡~
▲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 만나 연인이 됐던 정우성과 이지아는 결국 결별을 택했다. |
연예인끼리 열애에 빠질 경우 양측 소속사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쪽은 열애설 공개가 유리하다고, 또 다른 쪽은 비공개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경우 상황은 묘하게 꼬인다. 지난해 하반기 보도된 A와 B의 열애기사는 A가 친한 기자에게 슬그머니 B와의 교제 사실을 알려주면서 시작됐다. A가 은근히 열애설이 공개되길 바란 탓에 그런 일을 했지만 무작정 기사를 낼 수는 없었다. 아직 B의 소속사와 열애설 발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 사실 당시 B의 소속사는 열애설 공개는커녕 아예 두 사람이 빨리 헤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A로 인해 기자들까지 알아버린 상황.
A에게 열애 사실을 전해들은 기자가 A의 부탁을 받고 잠시 기다리던 사이 오히려 B의 소속사가 먼저 움직였다. 친분 있는 언론사에 슬쩍 열애 사실을 흘려 기사화되도록 한 것. 그렇게 먼저 열애 사실을 알고 있던 기자는 A의 부탁을 받고 기다리고 있다 머쓱해지고 말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의 교제 기사는 ‘특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평소 도움을 많이 줬던 매체에 제보하곤 한다. 특정 매체에서 교제 기사가 나오면 다른 매체들의 항의가 대단하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매니저와 기자가 미리 입을 맞추곤 한다”고 귀띔했다.
열애의 경우 입증이 쉽지 않지만 결혼은 다르다. 날짜와 장소 등 구체적인 사안만 확인되면 기자들이 손쉽게 기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혼설 기사 보도 이면에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다. 지난해 4월 결혼한 슈의 경우 결혼설이 보도될 당시 이미 임신 중이었다. 기자가 이를 보도하려 할 때 이미 결혼과 임신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고 소속사 역시 이를 모두 인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즈음 새 앨범이 발매됐다는 점이었다. SES 해체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으로 솔로 앨범 <디보트 원스 러브>를 발표하려는 시점이었던 것. 앨범 활동이 끝날 때까지만 결혼 보도를 미뤄 달라는 소속사와 기사화 강행을 주장하는 기자는 결국 결혼설만 보도하고 임신설은 보도하지 않는 선에서 결론을 도출했다. 결국 슈는 음반활동이 모두 끝난 뒤에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호흡을 맞추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남상미와 이상윤. |
현빈과 송혜교의 결별 과정은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두 사람의 결별설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제기됐다. 현빈과 송혜교는 공식석상에서 서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관련 질문은 애써 외면했다. 이에 ‘사실무근’이라고 일관하던 양측의 소속사는 지난 3월 8일 현빈의 군 입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결별 사실을 공식인정했다. 결별 시점은 올해 초, 즉 ‘최근’이었다. 이전까지 수차례 제기된 결별설을 일축한 뒤라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결별 기사를 쓸 때는 언론매체, 소속사, 연예인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제와 달리 결별은 그야말로 당사자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교제처럼 축하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연예인 또한 죽을 맛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가수 서태지와 재산분할 및 위자료 소송에 휘말린 이지아.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지아의 공식연인인 정우성과의 관계가 지속되는지 여부에 쏠렸다.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 양측 소속사는 “둘만의 일이라 모른다” “아직 사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결별 보도가 나오자 이내 결별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이지아의 소속사 관계자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지아에게 먼저 ‘헤어졌느냐’고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별 기사가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에게 확인 과정을 거친 후 공식 입장을 내게 된 것이다”며 뒤늦은 결별 인정 이유를 밝혔다.
소속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열애 사실을 알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한때 연인사이였던 노홍철과 장윤정의 교제 사실은 지난 2009년 6월 장윤정의 소속사가 각 언론사로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또한 전진과 이시영의 결별 소식 또한 전진 소속사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왜 두 소속사는 이런 방법을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교제와 결별에 관한 소문이 돌고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진의 소속사는 결별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시작되자 먼저 보도자료를 준비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속사의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억측이나 뒷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라고 전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