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대개혁 검토·공공주도 기본주택 약속…윤석열, 양도세 절반 깎기·민간주도 원가주택 내세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주택자 기준 완화, 양도세 일시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대선 전에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청와대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법 개정을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주택 일부를 상속했는데 다주택자 요건이 된다든지, 종중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선산이나 종가 주택 등에 대한 부분이 제기된다”면서 “억울함은 없어야 되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완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방안에 대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해 11개월간 양도할 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그 기간을 도과(경과)한 상태에서 다시 정책을 되돌리게 되면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흐트러지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한때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했다가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면서 ‘지대개혁’ 검토에 들어갔다. 토지공개념을 도입, 지주의 불로소득에서 세금을 걷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접근이다. 국토보유세와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양도세 절반 깎기가 공약이다. 1주택자 종부세는 면제 수준으로 줄이고,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춘다는 접근이다. 대출규제도 대폭 완화해서 청년, 신혼부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윤 후보는 최근 서울을 한 재건축 정비 구역을 방문해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진행도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이 들어온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을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두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 호 이상의 주택공급을 자신한 점은 같다. 선호 형태는 이재명 후보가 공공주도의 ‘기본주택’, 윤석열 후보는 민간주도의 ‘원가주택’으로 차이가 있다. 기본주택은 소득·자산·나이 등 입주자격을 두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자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모델이다. 원가주택은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주택을 원가로 공급하고 5년 거주 후 국가에 매각해 시세차익 70%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이미 3기 신도시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지을 입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재건축·재개발로는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짓기 어렵다는 점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큰 틀에서 그간 진보와 보수진영이 보여왔던 전형이 유지되고 있다. 변수는 금리다. 주택담보대출(신규) 추이를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내리다 반등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락 추세였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더 크게 떨어졌다.
금리가 내리면 차입 비용이 낮아져 자산 가격이 오를 확률이 크다. 최근 금리 추이를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때와 닮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집값이 정체됐고, 일부에서는 잠시나마 집값이 하락했고 노무현 정부의 규제가 하나둘씩 해제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집값을 자극하는 정책까지 등장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규제 완화가 약이 될 수 있지만, 금리 상승이 제한적이라면 규제 완화는 또 다른 집값 급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 이뤄지는 강력한 규제는 집값을 떨어뜨려 가계부채 부실을 키울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