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기는 하지만 매장 더 돌아보고…
▲ 선수 수급난이 예상되는 엔씨소프트가 ‘초고교급 신인’으로 극찬받은 신일고 하주석 지명을 놓고 장고 중이다. 배경 사진은 엔씨소프트가 건설 예정인 구장 조형물. |
기존 선수 지원안이 대표적이다. 8개 구단은 엔씨소프트의 1군 리그 진입 직전인 2012시즌 종료 후, 보호선수로 지명한 20명 외 1명씩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만약 이 지원안이 최종 확정된다면 엔씨소프트는 8명의 1군급 선수들로 당장 1군 무대에서 뛰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이 정도 지원으론 정상적인 팀을 꾸릴 수 없다”며 하소연하는 이유다. 하지만, 8개 구단이 “우리도 선수가 없다”며 난색을 나타내며 애초 엔씨소프트가 요구한 ‘보호선수 25명 외 추가 지원 1명씩’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야구계는 “엔씨소프트가 신인선수를 잘 뽑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왕 즉시 전력감을 지원받지 못할 바엔 차라리 이른 시일 안에 1군 전력감이 될 신인선수를 선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중심엔 신일고 3학년 하주석(18)이 있다.
“타격의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했다. 수비도 뛰어나 프로에 입단하고서 1, 2년 내 주전 자리를 꿰찰 선수다. 한마디로 또래 고교선수보다 기량이 2배가량 앞선 선수라고 보면 된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하주석 칭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냉정한 해설로 유명한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이 위원이 이렇듯 하주석을 극찬하는 덴 이유가 있었다. 하주석이 신일고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비시즌 기간이면 아마추어 야구팀을 찾아가 지도를 해왔다. 2009년부터는 신일고가 마무리 캠프를 떠날 때마다 동행해 학생 선수들을 지도했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유독 체구가 좋고, 야구 센스가 뛰어난 하주석이 눈에 띄었다.”
사실 이 위원이 꼽는 하주석의 최대 장점은 인성이다. “18세 인데도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특히나 도전정신이 강해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 노력한다. 프로에 가면 더 발전할 선수다.”
하주석은 고1이던 2009년부터 전국구 선수로 통했다. 그 해 전국대회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3푼1리, 장타율 7할7리를 기록하며 고1 신분으로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182㎝, 80㎏의 당당한 체구로 26안타 가운데 장타가 9개나 될 만큼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힘과 정확성이 더 좋아졌고, 빠른 발로 상대 내야진을 휘저었다.
올 시즌엔 유격수로 뛰며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아직 유격 수비가 최상급으로 보긴 어렵지만, 갈수록 수비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프로에서 1, 2년 가다듬으면 과거 이종범처럼 리그를 압도할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는 8월 25일 열리는 2012 신인지명회의서부터 2년간 신인선수 2명을 우선 지명하고서 1, 2라운드 종료 후 5명을 다시 특별지명하는 권리를 확보했다. 신인드래프트는 총 10라운드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우선지명 2명과 특별지명 5명, 1~10라운드 지명 10명 등 총 17명의 신인을 2년간 지명할 수 있다. 지방 구단의 스카우트 팀장은 엔씨소프트의 하주석 지명을 확신했다. “투수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심각한 건 유격수 자원 부족이다. 8개 구단을 보라. 삼성 김상수, KIA 김선빈을 제외하면 20대의 젊은 유격수가 없다. 투수, 포수, 2루수, 유격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 중요하단 걸 상기할 때 내야의 지휘자인 유격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엔씨소프트도 그걸 잘 알기에 고만고만한 투수보단 유격수 하주석을 지명할 것이다.”
항간엔 엔씨소프트가 하주석 영입을 위해 10억 원을 준비했다는 설이 돌았다. 그만큼 하주석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이태일 사장은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10억 원’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스카우트들도 “하주석이 좋은 선수임엔 틀림없다”면서도 “우선지명을 투수 2명으로 할지, 투수 1명과 야수 1명으로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의 측근은 “엔씨소프트가 하주석 지명에 다소 미온적인 것 같다”며 “하주석 부모와 아직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엔씨소프트가 장고에 들어간 사이, 하주석은 미국행을 시도하고 있다.
신일고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목동구장 본부석은 푸른 눈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해부터 하주석이 출전하는 경기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5명 이상씩 몰린다. 그들은 “하주석이 ‘제2의 추신수’가 될 수 있다”며 “계약금 100만 달러(약 11억 원)도 아깝지 않은 선수”라고 호평한다.
한때 야구계엔 ‘보스턴 레드삭스가 하주석에 계약금으로 86만 달러를 제시해 조만간 입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하주석 측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100만 달러엔 다소 못 미치지만, 그 정도 액수면 메이저리그 신인계약금으론 A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하주석은 “아직 미국행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보스턴 입단이 뜬소문임을 밝혔다. 신일고 최재호 감독은 “하주석은 미국행을 바라나, 부모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동대문에서 작은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하주석의 부모는 혹여 아들이 국내 구단으로부터 높은 몸값을 받으려 미국행을 추진한다고 오해를 살까 매우 조심하고 있다. 이는 최 감독도 마찬가지다. 제자를 미국으로 보내고 감독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소문을 우려해 일체 하주석의 미국행과 관련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최근 하주석은 “국내에 남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행 추진을 중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돌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엔씨소프트가 하주석 대신 투수 2명을 우선지명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기존 구단 스카우트들도 “3학년이 되고서 하주석의 기량이 정체 상태에 있다”며 “엔씨소프트가 아닌 다른 구단의 지명을 받아도 계약금은 3억 원 사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주석 측은 계약금 5억 원 선이면 국내에 잔류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