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말고 둘레, 또다른 제주 매력에 풍덩!
▲ 곳곳에서 계곡을 만나는데, 햇볕이 들지 않는 터널을 연상시킨다. 작은 사진은 원시림 탐험을 방불케 하는 한라산둘레길 구간. |
한라산에 간다고 하면, 어느 코스로 어떻게 오를 것인지 묻게 됨이 당연하다. 어리목, 영실, 관음사, 성판악 중 어디를 택해서 걷는지 궁금해진다. 기점에 따라서 풍경이 사뭇 다르고 소요시간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한다. “등산이야, 둘레길이야?”
한라산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한라산 중턱을 한 바퀴 도는 약 80㎞의 산길이다. 이 가운데 지난 4월29일 제1구간이 드디어 열렸다. 서귀포 법정사에서 서호동까지 이어지는 9㎞ 거리의 길이다. 지리산둘레길과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에 이은 세 번째 산림청 추진 트레킹길로 다양한 매력이 숨어 있는 곳이 한라산둘레길 1구간이다. 일제강점기 때 병참로와 4·3사건 당시 군경의 주둔소, 표고버섯 재배지, 화전민터 등을 끼고 있다.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60년 만에 세상에 속살을 드러낸 탓이다. 그래서 이 길에 들어가면 딴 세상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 한라산둘레길 제1구간은 동백길이다.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겨울부터 봄까지 빨간 동백꽃이 호롱처럼 불을 밝힌다. |
1구간이 시작되는 법정사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다. 제주에서 1139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서귀포자연휴양림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달리면 왼쪽으로 법정사 길이 갈린다.
법정사는 제주도 항일운동의 성지로 유명한 곳이다. 무오년인 1919년 10월 5일 이 절의 주지 김연일과 주민 400여 명이 일제에 조직적으로 항거하며 제주도 무장항일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재판 전에 옥사했고, 31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무오년을 기억하고자 절 이름을 무오법정사라고도 부른다. 법정사에는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탑이 하나 서 있다. 까마귀의 쉼터이기도 한 탑이다. 사람들은 까마귀들이 순국한 항일지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탑 주위를 맴돈다고 믿는다.
코스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법정사-표고재배장-시오름-돈내코계곡. 법정사에서 표고재배장까지는 약 3.1㎞, 표고재배장에서 시오름까지 2.4㎞, 시오름에서 돈내코까지가 3.5㎞다. 그런데, 아직 시오름에서 돈내코까지는 미개통상태다. 시오름에서 다시 되돌아오거나 1115번 도로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항일운동기념탑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둘레길이 시작된다. 이 둘레길 1구간은 동백길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붉가시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붓순나무 등이 자생하지만 압도적으로 동백나무가 많다. 한라산 난대림의 대표적인 수종이 동백나무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어점이오름, 시오름, 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 수악계곡 등 한라산 남사면 해발 700m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가히 우리나라 최대의 동백군락지로 꼽힐 만하다. 겨울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 길은 마치 호롱불을 밝힌 것처럼 동백꽃불로 환하다.
▲ 한라산둘레길 초입에는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탑이 서 있다. |
표고재배장 갈림길을 지나면 숯가마와 시오름주둔소 등이 나온다. 숯가마는 1940년경에 축조된 것으로 한라산 일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가마에서는 1970년대 초까지 숯을 생산했다. 시오름주둔소는 제주의 비극이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사건 당시 한라산에 숨어들었던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해 지은 경찰초소다. 돌담으로 초소를 쌓았다. 현재까지도 초소의 형태대로 돌담이 남아 있다.
시오름주둔소를 지나면 곧 시오름갈림길이 나온다. 이 부근에는 표고버섯무인판매대가 있다. 이 일대에서 재배한 표고버섯을 한 봉지에 5000원씩 팔고 있다. 양심껏 돈을 나무통에 넣고 표고버섯을 가져가면 된다. 주인장은 ‘산골소년’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그는 다녀간 흔적을 글로 남겨달라고 부탁한다. 이메일주소를 적어놓으면 더 좋다는데, 그래야 하얀 눈이 내리는 산골 이야기와 들꽃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쉽지만 이 지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1115번 도로 방면으로 내려갈 것인가. 돈내코까지는 아직 개통이 되지 않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제주공항→중문·서귀포 방면 1139번 도로→서귀포자연휴양림→거린사슴전망대 지나 좌회전→법정사(한라산둘레길 제1구간 출발점)
▲먹거리: 서귀포시청 부근에 먹자골목인 ‘아랑조을거리’가 있다. 제주 방언으로 풀이하자면 ‘알아서 좋을 거리’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도새기연탄(흑돼지연탄구이전문), 용이식당(두루치기), 천짓골(돔베고기), 고수목마(말고기) 등의 음식점들이 있다. 입맛 당기는 대로 찾아가면 될 일이다. 거리 입구에 친절하게 전체적인 약도표지판을 세워놓았다.
▲잠자리: 서귀포자연휴양림 맞은편 쪽으로 제주트레블러스호텔(064-738-9000)이 있다. 중산간에 자리하고 있지만, 멀리 바다가 보일 정도로 조망이 아주 좋다. 중문이나 서귀포시내로 내려가면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문의: 제주도환경녹지과 064-710-6761
▲길잡이: 제주공항→중문·서귀포 방면 1139번 도로→서귀포자연휴양림→거린사슴전망대 지나 좌회전→법정사(한라산둘레길 제1구간 출발점)
▲먹거리: 서귀포시청 부근에 먹자골목인 ‘아랑조을거리’가 있다. 제주 방언으로 풀이하자면 ‘알아서 좋을 거리’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도새기연탄(흑돼지연탄구이전문), 용이식당(두루치기), 천짓골(돔베고기), 고수목마(말고기) 등의 음식점들이 있다. 입맛 당기는 대로 찾아가면 될 일이다. 거리 입구에 친절하게 전체적인 약도표지판을 세워놓았다.
▲잠자리: 서귀포자연휴양림 맞은편 쪽으로 제주트레블러스호텔(064-738-9000)이 있다. 중산간에 자리하고 있지만, 멀리 바다가 보일 정도로 조망이 아주 좋다. 중문이나 서귀포시내로 내려가면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문의: 제주도환경녹지과 064-710-6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