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내부 ‘가족 리스크’ 터지자 기획설 제기 등으로 역풍…당 안팎 강성 스피커들 제어도 숙제로 떠올라
이재명 선대위에선 후보를 향한 무조건적인 엄호가 이어지자 메시지 단속에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12월 18일 당내 의원들에게 “공작설은 선대위 관계자나 우리 당 의원님들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며 “후보님의 사과 의미를 반감시키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에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감싸기’가 표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인권운동가 출신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권 의원은 12월 16일 이 후보 아들의 여성혐오 발언을 두고 “굉장히 안타깝지만 평범하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 아들은 인터넷 포커 커뮤니티에 마사지 업소 이용 후기와 여성 비하 발언을 수차례 게시한 바 있다. 권 의원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은 “보편적 정의이던 권 의원이 이 후보 아래서는 변질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공작설을 꺼내 뭇매를 맞았다. 김 의원은 12월 17일 “김건희 씨 의혹을 덮기 위해 이 후보 아들 문제를 터트렸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 열린공감TV에 따르면 택시기사가 강남에서 손님을 태웠는데 윤 후보 캠프 사람이 ‘아들 문제를 터뜨려서 이 사건을 충분히 덮고 한 방에 보내 버릴 수 있다’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고 제보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아들 문제를 빨리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사과하고 있는데 (김 의원이) 확인되지 않은 공작설을 제기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면서 “불을 끄고 있는데 부채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김 의원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로부터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당한 상태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가족 문제는 후보가 직접 대응할 예정이라는 뜻도 밝혔다. 후보 가족의 검증 차원인 만큼 후보가 직접 대응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이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괜히 입에 올렸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를 두고 조마조마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추 전 장관은 윤 후보 아내 김건희 씨의 ‘쥴리 의혹’을 전면 내세우며 네거티브 선봉에 선 바 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이 추 전 장관에게 메시지 자제를 부탁한 상태로 전해진다. 쥴리 의혹이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자칫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잉 옹호로 ‘헛발질’을 하는 것은 윤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2월 17일 ‘김건희 씨 허위경력 취업이 조국 판박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력서) 제목을 좀 근사하게 썼을 뿐 표현이 좀 과장되게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같은 당 소속의 홍준표 의원은 12월 18일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익명의 누리꾼이 국민의힘을 향해 ‘조국을 감싸주던 민주당과 다를 게 뭐가 있냐’는 글에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 하면서 망친 사람이 이젠 윤석열도 망치려고 장난질한다”며 비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대선 후보 가족 검증을 두고 ‘기획 공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 진영에서 제기하는 검증을 단순한 공작 수준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12월 16일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논란이 ‘대장동 사건’을 덮으려는 이재명 후보 쪽의 ‘기획 폭로’라는 주장을 폈다.
또 성일종 의원은 12월 17일 “언론에서 보도하고 나니까 곧바로 민주당 의원이 자료를 들고 이곳(기자회견장)을 나갔기 때문에 우리 후보는 이것이 기획공세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선대위는 외곽의 강성 스피커,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후보를 향한 과잉보호가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 있는 데다, 상대 진영에 공세의 여지를 줄 수 있어서다. 이재명 아들 공작설을 제기한 열린공감TV, 이른바 ‘쥴리 하와이’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가 대표적이다.
김수민 평론가는 “내버려 두면 호재인데 나서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 후보와 진영에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대깨문’ 네티즌과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의 자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강성 스피커들 제어가 필요한데, 당의 평소 실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평상시에 당에 필요한 쓴소리를 하는 일부가 당의 핵심과 선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줘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거의 없어지거나 마이너로 전락하는 방식으로 거대 정당이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충성 경쟁)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