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갤럽 조사 첫 7% 지지율 존재감 ‘쑥’ 민주당 러브콜에 “헛꿈”…‘두 자릿수’로 올린 뒤 단일화 승부수 띄울 듯
신년 초 대선 정국 최대 이벤트는 ‘안철수발 단일화’다. 이 국면은 다자구도인 제20대 대선판이 양자구도로 전환하는 중대 변곡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안철수발 단일화 국면에서 전략적 미스를 하는 쪽은 백전백패다.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안철수 변수’인 셈이다. 이 중심엔 물고 물리는 5%포인트(p)의 싸움이 도사리고 있다.
안철수발 단일화는 세 갈래로 흩어졌다. ‘이재명·안철수 진보 단일화’가 첫 번째다. 그 다음은 ‘윤석열·안철수 보수 대연합’이다. 마지막은 ‘안철수 독자 행보’다. 세 갈래 정계개편의 변수는 ‘기승전-지지율’이다. 누가 지지도 선점효과를 누리느냐에 따라 신년 초 대선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쥔다는 얘기다. 양강 주자의 엇갈린 희비에 따라 ‘안철수 변수’가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단 대선발 정계개편 판은 깔렸다. 첫 테이프는 ‘이재명·안철수 연대설’이 끊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연말 민주당과 제3지대 연대설을 띄웠다.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안 후보를 콕 집어 “야권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후보”라고 했다. 여권 전략통들은 “윤석열·안철수 연대를 가정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통상적인 여론조사에서 5%p 이상은 앞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친조국 성향 열린민주당과 합당 마무리 시점에 ‘이재명·안철수’ 연대설이 부상한 점을 주목한다. 이 시기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등판과 신년 대사면이 수면 위로 등장한 직후다. 여권에선 “내부 정비를 한 뒤 외연 확장을 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야권 한 관계자도 “안철수 끌어안기를 통한 중도 외연 확장의 신호탄이 될지가 관심사”라고 했다. 특히 윤 후보가 가족 리스크 등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제3지대 통합론을 제기, 야권 분열을 노린 여권의 전략적 셈법이 깔린 것으로도 읽힌다.
여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수뇌부는 연대·연합 없이 대선에서 확실한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통합 작업에 나섰다.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신년 대사면’, ‘이낙연 등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여당발 통합의 막후 조정자 역할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맡았다. 송 대표는 안 후보와의 물밑 접촉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으나, 최근 두 차례 이상 안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의제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송 대표가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있는 헌법상 내각제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 만큼, 사실상 연합정부를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에선 “이재명·안철수 연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상존한다. 연대 당사자인 이 후보는 안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와 안 후보 간 직접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송 대표 제안에 대해 “달콤한 헛꿈”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에 파다한 ‘진보 연대 회의론’ 중심엔 안 후보의 ‘반문(반문재인) 심리’가 깔려 있다. 2014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안 후보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격 탈당, 반문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해 총선에서 안 후보는 호남 28석 중 23석을 싹쓸이했다. 20년 만의 3당 체제, 16년 만의 여소야대를 구축한 것도 이때다. 안 후보는 이후 우클릭을 가속하며 반문의 상징으로 등극했다. 그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 때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를 승부수로 던졌다.
안 후보가 송 대표의 연대·연합 제안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안 후보는 여당발 제3지대 연대론이 부상한 직후 송 대표의 제안을 ‘정략적인 판 흔들기’로 규정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함께 심판하겠다는 건가”라고 송 대표를 직격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도 “제3지대에 재를 뿌리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제안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들은 “이 후보보다는 윤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며 야권연대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후보의 직접 연락이 없었던 것도 안 후보가 송 대표의 연대 제안을 불신하는 이유로 꼽힌다.
안 후보의 대선 구상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 자릿수인 지지도를 신년 초 두 자릿수로 올린 뒤 윤 후보와 ‘여론조사 단일화’를 승부수로 띄우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 안 후보 측은 연말 여론조사에서 존재감을 재확인하자, 내부적으로 크게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2월 16∼18일까지 조사(19일 공표,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7%를 얻었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42%와 31%를 각각 얻었다. 안 후보와 제3지대 경쟁을 벌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5%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20대 대선 관련 조사에서 안 후보가 7%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2월 24∼25일(27일 공표) 이틀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안 후보는 7.3%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2.7%p나 뛴 것이다. 이 조사에선 이 후보 37.6%, 윤 후보 35.8%를 각각 얻었다. 이번 대선의 승패가 ‘안철수 손’에 달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파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딜레마에 빠진 쪽은 윤 후보 측이다. 이른바 ‘가족 리스크’에 직격당한 와중에 난데없이 ‘이재명·안철수 연대설’이 부상하면서 윤 후보 입지는 한층 더 좁아졌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윤 후보 지지도는 최대 10%p 이상 빠졌다. 내부에선 “단기간에 5%p를 올리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지지도 상승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울산 회동’ 18일 만에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사퇴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갈등은 갈 길 바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윤 후보)”,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 대표)"라고 치받으면서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주장한 세대결합론 무산에 대해 “한 세대가 특정인에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톱인 김 대표가 윤 후보 손을 사실상 들어주면서 제1야당 내부에선 긴장감이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됐던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서도 “오버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일촉즉발 위기에 봉착한 윤 후보는 12월 29일 대구·경북(TK)로 내려갔다. 박근혜 사면을 앞두고 집토끼(지지층)부터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문(반문재인)만 외치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니 친박(친박근혜)을 끌어안은 꼴”이란 비판도 나온다. 윤 후보의 전략이 중도 외연과 충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후보의 최대 난관은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당내 역학관계다. 단일화 상대인 안 후보를 둘러싼 제1야당 삼각 편대의 기상도는 윤 후보 ‘안갯속’, 김종인 위원장과 이 대표 ‘먹구름’으로 요약된다. ‘김종인·안철수’, ‘이준석·안철수’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악연으로 꼽힌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있는 한, 윤석열·안철수 연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후보 측도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함께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복수 관계자들은 “지금 어떻게 전망하겠느냐”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안 후보의 멘토인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윤석열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한 것을 놓고 사실상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 몸을 담았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이번 대선의) 남은 변수는 ‘단일화를 통한 후보 교체’로, 안철수의 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