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 국민의힘 합류 후 호남 탈당파 영입 급물살…민주당 내 알력 다툼 가능성도
한때 반문(반문재인) 선봉장이던 호남 출신 인사들이 여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물꼬는 천정배 전 의원이 텄다. 천 전 의원은 12월 3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입당식을 통해 복귀 신호탄을 쐈다.
여당은 신년 초 정동영 전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에 대한 일괄 복당을 허용하기로 했다. 여당발 ‘신년 대사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호남·중도 통합을 위한 승부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김한길 카드’에 대한 맞불 성격도 짙다. 여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여당발 신년 대사면은 이용호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의원이 여당에 허를 찌르고 윤 후보 품에 안기자, 호남 출신 인사들 영입에 속도가 난 셈이다.
애초 민주당 복당 1순위는 ‘이용호 카드’였다. 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핵심 관계자는 12월 초만 해도 “이 의원 복당이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며 “의결만 남았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선 이 의원의 복당을 기정사실로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최종 선택은 제1야당이었다. 이 의원은 12월 7일 국민의힘에 입당 원서를 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미래를 잘 대비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이용호 영입을 위해 윤 후보를 비롯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의원 등이 수차례 구애 작전을 펼쳤다. 특히 언론사 동기인 정 의원이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고초려 끝에 이 의원을 잡은 국민의힘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예우했다.
이 의원의 제1야당 행이 결정된 직후 민주당 내부에선 당혹감이 흘러나왔다. 한 당직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맨인 박주선 전 의원을 시작으로, 김한길·윤영일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에 합류하자 여권 내부에선 위기감이 파다했다. 이용호 카드의 나비효과가 수면 아래에 있던 ‘정동영·천정배’ 복당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얘기다.
실제 민주당 조강특위에선 제1야당이 이용호 카드를 품을 때까지, 정동영·천정배 영입론이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조강특위 위원들은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복당 문제는 (회의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언제 적 정동영·천정배냐”, “호남표 잡으려다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제20대 총선을 1년여 앞둔 2015년 1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전격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직전엔 열린우리당을 깨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호남 신당 창당에 나섰던 천정배 전 의원도 2016년 1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은 여의도의 대표적인 ‘반노(반노무현)·반문(반문재인)’ 인사다.
여권 한 관계자는 “신년 초 지지도가 신년 대사면 효과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면서도 “호남 탈당파 이후 자리 잡았던 민주당 인사들과의 알력 다툼은 또 다른 변수”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