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21일 장세동씨가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임 준선 기자 | ||
최근 대선출마를 발표하고 있는 군소 후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들 후보들은 대통령은 국민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언론이 붙여준 ‘군소 후보’란 수식어에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후보군에 속하지 못하는 것 역시 부당한 대접이라 주장한다.
일각에선 “뭐하러 출마하나”같은 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기존의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3강 후보들이나 출마선언을 하고 보수세력 결집을 노리는 이한동 의원, 최근 입지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비해 당선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 그러나 이들 후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이번 대선을 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가에선 군소 후보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로 단연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을 꼽는다.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허삼수 전 의원 등과 함께 출마를 고려했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중도에 포기한 만큼 그의 이번 대선출마 선언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에서 장 전 부장의 ‘역할설’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얼마전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여론몰이를 한 점이나 다른 군소 후보들과 달리 정당세력을 만들지 않은 점 등에 주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시한 일부 TK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출마선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전 부장측은 “전 대통령에게 출마와 관련한 구체적 보고를 드리지 못했다”며 이번 출마선언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무관한 것임을 밝혔다.
▲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김옥선 전 의원 | ||
군소 후보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내가 만약 지역정당을 했더라면 지금쯤 최다선 의원이 됐을 것”이라 밝힌다. 김 전 의원은 “변절과 야합이 판치는 현 정치권은 개판 중의 개판”이라며 “현재 유력하다고 보도되는 후보들이 대권을 잡을 경우 2세들에게 부끄러운 나라를 물려주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언론이 메이저 후보와 군소 후보를 인위적으로 나누고 있다”라며 “외국언론처럼 유능한 사람을 발굴하는 토양이 자리잡아야할 것”이라 덧붙였다.
두 번째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한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는 자신이 고 박정희 대통령과 옛 공화당의 적자라고 주장한다. 허 총재는 약관의 나이에 박정희 대통령을 소개받아 제3공화국 당시 정책보좌관을 맡아 굵직한 결정에 모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새마을운동과 그린벨트 지정, 방송통신대학 설립 등을 제의한 것이 모두 자신이라고 역설한다.
지난 대선 당시 허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 정신 계승, 조선왕조 부활, 핵주권 확보 등 이색 공약을 내세워 0.2%의 득표를 했다. 이번에도 허 총재는 “아시아를 통일해 연방국가를 만들겠다”는 당찬 공약을 내놓았다.
▲ 허경영씨 서상록씨 이희준씨 명승희씨 김허남씨 김영규씨 | ||
서 후보는 다른 군소 후보들에 비해 가장 크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기존 유력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는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 자기 어머니도 모르는 위인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고 비난한다. 노무현 후보에 대해선 “말바꾸기를 일삼으며 자질이 부족해 이야기할 필요를 못느낀다”고 밝힌다. 이회창 후보에 대해선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나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은 5년 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에게 국군통수권을 주어선 안된다고 역설하던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이제 그들이 병역비리는 없다고 거품을 물지 않는가”라며 비난의 화살을 쏜다.
서 후보는 당명처럼 노인층의 권익을 주장하며 북한에 가서 살고 싶어하는 노인들은 북에 보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밝힌다. 개인사업자인 이희준씨는 “지난 대선에 출마하려 했지만 정권의 탄압을 받고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힌다.
출마를 하려던 이씨의 사업체에 대해 당시 정부 고위층에서 감사원 감사를 단행하려 했으며 일부 언론사는 이씨에 대한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는 게 이씨의 주장. 결국 후보 등록 1시간30분 전에 출마 포기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원래 후보 출마 발표를 일찍 할 생각이었지만 당시 엄청난 탄압을 당한 경험 때문에 출마 발표를 최근까지 미뤘다”고 밝힌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다른 후보와 동일하게 알릴 수만 있다면 반드시 대통령 자리에 앉을 거라 자신하는 상태.
지난 10월2일 대선출마 선언을 한 명승희 대한무궁화중앙회장은 “21세기는 여성정치 시대”임을 주창한다. “화합과 포용을 표방하는 ‘어머니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게 명 회장의 포부다. 명 회장의 대선출마 배경엔 유명 역술인 S씨의 후원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는 설이 있다. S씨가 최근 “명씨 성의 인사가 대운을 얻는다”고 예언하며 명 회장의 일을 봐주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민주통일당 김허남 대표는 자민련 전국구로 15대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김 대표는 “과거와 하나도 변한 게 없이 구태 정치를 되풀이하는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후보들을 몰아내고 새정치 문화를 창당하겠다”고 밝힌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나는 다른 군소 후보들과 다르다”라며 “1천만 표 획득도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김 대표는 “내가 2백73개 김씨 성의 본산인 신라 김씨 모임의 총재”라며 “함경북도 중앙도민회장인 나의 이북5도민들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단언한다.
사회당에서 곧 대선후보로 선출될 김영규 후보는 한국사회 내 이념적 가능성을 부르짖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김 후보측은 “당선 가능성에 대한 무모한 기대보다는 반공이념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온 보수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이념적 홍보를 위해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라 밝힌다. 제도권 내에서 성장한 개혁성향 후보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반 자본주의, 반 조선노동당’이란 사회당의 기치를 이번 대선을 통해 홍보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