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통령령은 부령보다 상위 령이다. 법령을 만들 때 한 개 부처 독단으로 하기보다 관련부처끼리 상의해서 하라는 것이다. 보다 민주적인 법령제정방식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 부처 간 약속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결보다 상위일 순 없다. 검찰의 불만에 국민들이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까닭이다.
우리 사회는 수직문화에서 수평문화로 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 재설정도 그중의 하나다. 검찰청법은 검사에 대해 경찰의 ‘복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군대조차도 합리와 설득의 문화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법의 집행기관 간에 그런 관계는 존속될 수 없다.
검찰문화가 많이 민주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번 수사권 조정문제를 통해 조직문화가 온존하고 있음을 본다. 검사들의 집단사표, 기수별 대책회의와 같은 집단행동이 그것이다. 그런 자세는 검사 개개인이 ‘독립된 관청’이어야 할 검사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은 국회로부터의 부당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 외에도 국민들로부터 왕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검찰이 더 생각할 점이 있다. 법 개정은 결코 경찰이 검찰보다 예뻐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둘 다 같다. 다만 검찰의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라는 절대 권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일본 검찰의 공직비리 수사부서인 특수부는 최근 우리 검찰의 자체 인지수사 사건에 해당되는 ‘직고(直告)사건’을 줄이는 대신 경찰과 국세청 등으로부터 송치된 사건 위주로 수사하고, 외부 감시도 폭넓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검찰도 그런 자세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검경은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할 중대범죄의 유형을 정하게 된다. 그중 일정직급 이상 자에 의한 고위공직 비리사건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에 성역을 두려는 발상으로 궁색해 보인다. 오히려 검찰이 경찰을 향해 검사를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비리의 공동 감시자가 되자고 선언하는 것이 떳떳치 않을까. 그런 열린 자세가 법 개정의 취지에도 맞는다고 본다.
경찰 내사의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나 진실은폐, 비리조장 등 검찰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의 불법적인 내사에 대한 처벌, 수상한 내사종결에 대한 재수사 등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 법률제도의 민주화는 사법담당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국민 법의식의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 검찰과 경찰은 법 개정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령 제정과정에서 밥그릇 싸움 대신 국민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