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6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544회는 '범 내려온다, 임인년 새해밥상' 편으로 꾸며진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맹수지만 우리 민족에겐 각별한 존재다. 고조선 건국신화 속의 호랑이에, 할머니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있고 곶감을 무서워 한 전래동화 속 호랑이가 있는가하면 풍수지리에서도 좌청룡 우백호처럼 호랑이가 손꼽힌다.
때로는 수호신이 되고 친구가 되는 호랑이는 오늘날에도 우리 삶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살아 숨쉰다. 올림픽 때는 호돌이가, 동계올림픽 때는 수호랑이 우리의 얼굴이 된 게 대표적이다. 호랑이 해인 2022년 첫 방송에서는 호랑이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이들과 그들의 밥상을 만나본다.
진도에서는 실제 호랑이가 살았던 흔적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호랑이가 새끼를 낳고 지냈던 범굴,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오면 진돗개가 도망가도록 만든 개구멍, 진도에 남아있는 수많은 호랑이 관련 지명들이 그것이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당시 섬이었던 진도에 어떻게 호랑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일까. 깊은 산 속에서만 산다고 알려진 호랑이는 실제로 수영을 잘하는 동물이다. 진도는 육지와 그리 멀지 않은 섬인 데다 국영 목장이 있어 먹이가 풍부해 호랑이가 살기 좋은 장소였다고.
진도에서 만난 조성환 씨는 오래전부터 진도 호랑이의 흔적과 민담을 채집하고 있단다. 그와 함께 진도 호랑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진도 용호리는 '호구마을'로도 불리는데 지형이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린 모습과 닮아서다.
마을 초입의 호랑이 석상이 성환 씨를 반기고 마을주민 김환광 씨와 조정렬 씨는 호구마을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또 호구마을에서는 호랑이가 살던 시절부터 먹어온 옛 음식들로 밥상을 차린다. 호랑이 사냥에 나서던 장정들의 힘을 북돋는 음식이었다 전하는 뜸부기 닭국. 마을 저수지에서 잡아 온 민물 새우로 끓인 민물새우단호박찌개까지 호구마을이 소중히 간직해온 옛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호랑이 벽화가 반기는 복거마을의 새해 밥상, 호랑이 민화와 40년 함께 한 엄재권 화백, 호미곶 해녀 부인과 어부 남편의 새해밥상 등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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