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539회는 '겨울맞이 곳간 문 열리는 날' 편으로 꾸며진다.
1903년에 지어진 전북 진안군 주천면 주양리에 있는 괴정고택은 옛 모습,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고택으로 유명하다. 7개의 독을 묻은 김치 광과 곡식 창고까지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구조도 볼거리고 대를 이어 내려오는 솜씨도 옛 솜씨 그대로다.
다른 종갓집과는 달리 딸 김미옥 씨(70)가 종갓집을 지키고 있는 괴정 고택은 1년 중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다. 멀리 사는 형제들이 오랜만에 모여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갈무리의 계절, 곰삭은 맛과 정이 있는 괴정고택으로 가본다. 그곳에는 옛것이지만 오래된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 대를 잇고 있다.
괴정고택에는 대를 이어오는 특별한 김치가 있다. 김미옥 씨가 어깨너머로 배운 이 집만의 특별한 비법이다. 무를 비늘 모양처럼 칼집을 내서 소금에 절인다. 절인 무에 속을 채우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비늘무김치가 된다.
궁중에서 즐겼다던 이 김치는 괴정고택에서는 손님 오셨을 때 대접했던 격식 있는 음식이었다. 김미옥 씨의 음식을 맛보러 온 형제들도 일손 돕기에 나섰다. 막내동생 두드린 북어를 형제들이 손질해 북어장아찌를 준비한다.
북어장아찌는 북어를 양파즙에 재워 연화 작용을 거친 후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다. 겨울바람에 딱딱해진 북어는 상할 염려가 없어 사시사철 든든한 먹을거리다. 말린 나물을 물에 불려두었다가 찹쌉 풀을 입힌 후 튀겨서 만드는 말린나물강정에도 겨울날의 추억이 가득하다.
어머니의 세월과 정성을 이어가며 이 댁을 지키는 김미옥 씨. 덕분에 괴정고택은 다시금 그 시절 따뜻했던 온기로 가득하다. 지금도 변함없이 옛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이 마을에서 곰삭은 맛을 느껴보자.
전라북도 완주 봉동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토굴 저장고가 집마다 있다. 한겨울에도 13도를 유지하는 생강 곳간이 그것인데 13도 유지비결은 구들장 아래 저장 굴을 만들어 뜨겁게 달궈진 온돌이 한겨울에도 차가운 기운을 막아주는 원리에 있다.
생강은 저온에 약한 작물이라 생강굴에 저장해두면 신기하게도 이듬해 봄까지 생강종자가 방금 캐낸 듯 싱싱하게 보관된다. 생강 토굴은 국가중요농업유산 13호에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봉동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생강 줄기와 곁뿌리 요리도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진귀한 먹을거리다.
전북 완주 봉동지역 신상마을로 가본다. 그곳에는 한겨울에 따뜻한 것이 저장비결이라는 재미있는 곳간과 밥상이 있다.
생강이 귀하던 시절 봉동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생강밭을 일구고 겨우내 생강을 즐겨왔다. 봉동 사람들은 생강의 곁뿌리와 줄기, 잎까지도 밥상 위에 올린다. 특히 민물고기매운탕의 일등 공신은 생강의 곁뿌리인 강수. 강수는 생강의 향을 품고 있지만 생강보다는 톡 쏘는 맛은 덜해서 듬뿍 넣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민물고기의 비린내까지 잡아준다.
생강 줄기와 잎도 나물이나 다짐장으로 제격이다. 생강 줄기를 삶은 후 다져서 된장 양념에 무치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추운 겨울에 간식 삼아 즐겼다는 편강은 설탕 결정이 굵직하게 보일 정도로 졸여서 만드는 일종의 생강설탕조림. 생강의 알싸한 향도 일품이지만 감기로 인한 오한에 효과가 있어 맛과 건강을 두루 챙길 수 있는 생강 밥상이다. 생강 한 가지만으로도 풍성한 봉동의 생강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예산 사과 밥상, 논산 곶감 밥상도 소개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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