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초자연 현상…종교인도 앓아”
▲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무속인이 된 황인혁 법사를 만나 퇴마사의 세계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퇴마사들의 퇴마의식은 현대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초자연적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퇴마의식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추측만 난무할 뿐 ‘빙의’와 ‘퇴마’의 현상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찌됐건 전국에는 수많은 퇴마사들이 ‘신의 계시’를 주장하며 맹활약 중이다. 실제 퇴마사들의 치유를 받고 새 삶을 사는 사람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일요신문>은 납량특집으로 방송사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업계에서 최고의 퇴마사로 소문난 황인혁 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봤다.
기자가 황인혁 법사(41)의 법당을 찾았을 때 그는 분주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터라, 인터뷰는 약속시간보다 1시간여 늦게 시작했다. 이미 그의 스케줄 다이어리에는 11월까지 예약이 가득 찬 상태였다. 인터뷰 내내 산발적으로 그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그를 찾는 사람들의 전화였다. 우리사회에서 퇴마사의 도움을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황 법사는 퇴마사 중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CF모델로 활약하기 시작해 한 방송사 공채탤런트로 자리 잡기까지 연예계에서 꽤나 이력을 쌓았던 배우였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10년 전 알 수 없는 신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결국 신을 받아들이고 퇴마사의 길을 걷게 됐다. 업계에서 용한 퇴마능력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지금은 스타급 퇴마사로 발돋움했다.
많은 사람들이 퇴마사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한다. 간혹 인터넷에서는 특정 종교기관이나 법사들이 운영하는 ‘퇴마사 양성과정’과 같은 수강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하지만 황 법사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퇴마사는 교육이나 수행을 통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퇴마사도 신내림을 통해 능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무속인이다. 일반 무속인들과 다름없이 신병을 앓다 신을 받아들인다. 단지 일반 무속인과 차이가 있다면 퇴마사들이 받아들인 신은 일반 신과 다르게 귀신을 퇴치할 수 있는 퇴마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고로 교육을 수행한다고 될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퇴마는 결국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원리다. 내가 모시고 있는 신을 받들어 다른 잡귀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아닌 나와 함께하는 신에 의해 계시되는 것이다”며 퇴마의 원리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퇴마사를 찾는 사람들은 ‘빙의’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다. 무속인들이 말하는 빙의란 죽은 영혼이 한 사람의 몸에 침범해 몸을 공유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빙의된 사람은 영적으로 온전치 못하고 피폐해지며 현대의학에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각종 질환들을 앓게 된다. 이렇게 빙의를 앓고 황 법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는 놀랍게도 기독교 목사의 자제라든지, 종단의 스님, 혹은 같은 무속인과 같은 종교인들도 꽤 있다고 한다. 물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정·재계나 연예계 유명 인사들도 여러 명 있다고 한다.
퇴마사들이 빙의환자들의 몸속에서 귀신을 내 쫓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황 법사는 “난 크게 두 가지 기술을 사용한다. 첫째는 기공법이다. 나의 월력을 손에 모은 뒤, 귀신을 끌어내는 기법이다. 둘째는 주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신에 의해 점지된 주술과 수신호를 통해 귀신들을 불러내는 것이다. 빙의환자들에 따라 선택적으로 알맞은 기법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법사는 수많은 빙의환자를 직접 치유한 경험이 있다. 그 중에는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있다. 황 법사는 가장 먼저 자살한 사촌언니의 영혼에 의해 빙의된 40대 여성의 사례를 꼽았다. 그는 “40대 여성 안의 몸에 강력한 영혼이 들어 있었다. 그 분은 계속 ‘농약을 먹고 죽으라’는 알 수 없는 이명 현상을 겪던 분이었다. 나에 앞서 6~7명의 퇴마사들이 투입됐지만, 워낙 강력해서 해결하지 못한 환자였다. 확인해 보니 그의 몸 안에는 자살한 사촌언니의 영혼이 들어있었다. 무려 10년간 내재되어 있던 터라 누가 본래의 혼이고 누가 귀신인지 모를 정도였다. 원래 오래 머문 귀신일수록 강력하다. 무려 11시간 동안 퇴마의식을 거행한 뒤 귀신을 내 쫓을 수 있었다. 원래 퇴마의식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그 뒤로 난 녹다운이 됐다”고 회고했다.
한 사람의 몸에 수십 개의 잡귀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그럴 경우 퇴마의식도 길어진다고 한다. 황 법사는 “음침한 고시원에 머물던 학생이었다. 이미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상태였다. 그의 몸 안에는 40여 마리의 잡귀가 들어있었는데 그 것을 다 빼내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사람의 혼이 아닌 동물의 혼, 즉 요괴가 빙의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황 법사는 “한 여학생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3년간 집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에 7년간 키운 진돗개가 있었다. 예방접종을 하다 쇼크사로 죽었는데 그 혼이 집주인 딸에게 붙은 것이다. 퇴마의식으로 여학생을 불러냈는데 마치 개처럼 두 팔을 오므리고 방 밖으로 걸어 나오더라. 퇴마의식으로 그 혼을 끄집어냈다”며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실 그가 겪었던 퇴마의식의 사례를 듣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그는 “나도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신내림을 받은 31세 이전과 이후의 삶은 전혀 달랐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의 퇴마의식은 거짓이 아니다. 물론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말 그대로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퇴마의식을 받고 치료된 환자들이 무척 많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퇴마사들 사이에서도 가짜는 있다. 분명 존재한다. 어떤 분야든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다 있기 마련이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주술사처럼 황당한 제스처로 사람들을 속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같은 무속인으로서 나도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물론 퇴마사의 퇴마의식을 들어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빙의’나 ‘퇴마의식’이 현대 정신의학에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초자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 유명 정신의학자는 모 방송을 통해 “반만년 역사에서 퇴마의식을 비롯한 우리의 무속신앙은 언제나 있어왔다. 실제 치료도 이루어졌다. 정신의학의 역사는 고작 50년도 안 된다. 사실 현대 의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솔직한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논란의 뒤켠에서는 여전히 ‘빙의’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있는 한 퇴마사들의 역할 및 활약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교황청 악마와의 전쟁 돌입
수백 명 퇴마사제 키운다
지난 2008년 한 외신은 가톨릭의 퇴마사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영국의 온라인 일간지 <텔레그레프>는 바티칸 교황청이 사제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동안 뜸했던 퇴마사 양성을 다시금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바티칸 최고위 구마사제인 가르비엘레 아모르스 신부는 당시 “악마주의와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져가는 현실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악마와의 싸움을 알린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사실 가톨릭의 퇴마사, 즉 구마사제의 존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만 그 비밀스러운 특성상 철저히 내부 보안으로 붙여졌던 것뿐이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구마사제들이 퇴마의식을 통해 치유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이러한 구마사제들이 존재할까. 물론 국내에도 구마사제가 존재한다. 최웅렬 신부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마사제로 꼽힌다. 교단 내에서는 최 신부의 퇴마의식 이후 치유를 경험했다는 신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자는 가톨릭 교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국내 구마사제의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기자와 통화한 교단 관계자는 “물론 구마사제는 존재한다. 교법상 정식 문서로 교구장의 허가가 보장되어야만 구마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단 관계자는 구마사제 양성 교육과정의 유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픈할 수 없다. 만약 있어도 뭐라 할 수 없다. 미신 시비가 붙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는 답변을 남겼다. [한]
수백 명 퇴마사제 키운다
지난 2008년 한 외신은 가톨릭의 퇴마사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영국의 온라인 일간지 <텔레그레프>는 바티칸 교황청이 사제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동안 뜸했던 퇴마사 양성을 다시금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바티칸 최고위 구마사제인 가르비엘레 아모르스 신부는 당시 “악마주의와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져가는 현실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악마와의 싸움을 알린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사실 가톨릭의 퇴마사, 즉 구마사제의 존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만 그 비밀스러운 특성상 철저히 내부 보안으로 붙여졌던 것뿐이었다. 이미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구마사제들이 퇴마의식을 통해 치유활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이러한 구마사제들이 존재할까. 물론 국내에도 구마사제가 존재한다. 최웅렬 신부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구마사제로 꼽힌다. 교단 내에서는 최 신부의 퇴마의식 이후 치유를 경험했다는 신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자는 가톨릭 교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국내 구마사제의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기자와 통화한 교단 관계자는 “물론 구마사제는 존재한다. 교법상 정식 문서로 교구장의 허가가 보장되어야만 구마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단 관계자는 구마사제 양성 교육과정의 유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픈할 수 없다. 만약 있어도 뭐라 할 수 없다. 미신 시비가 붙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는 답변을 남겼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