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미인?…미니홈피 사진들 꽁꽁 숨어라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꽤 도움이 된다. ‘일 잘하는 직원’이란 명성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서다. 금융계통에서 일하는 O 씨(34)는 이런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지만 때때로 과거의 실수가 드러날까 두렵다. 전 직장에서의 업무 과실을 숨기고 이직했기 때문이다. 신뢰와 직결되는 큰 실수라 절대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다.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다가 허락도 받지 않고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그때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익으로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죠. 젊었고 경솔했습니다. 5000만 원을 날렸어요. 고객한테 무작정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었습니다. 어머니뻘 되는 고객은 젊은 제 앞길이 막히는 게 안 되어 보였는지 고맙게도 넘어가 주셨죠. 이후 크게 반성했고 현재 직장에서는 신중하고 믿음직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과거의 실수가 밝혀지는 것은 큰 마이너스겠죠.”
생활용품 회사에 근무하는 S 씨(31)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직원으로 상사와 선배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그에게도 드러내기 싫은 부분이 있다. 밝혀졌을 때 실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때때로 다른 직원들과 스스로 비교하면서 위축될 때가 있다고.
“학벌로 사람 가리는 시대가 아니라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게 현실이죠. 학교 이름만 보면 어디 가서 빠지는 학벌은 아닙니다. 하지만 입학 당시 야간으로 들어갔죠.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야간이 통합 전환되면서 이력서에서 ‘야간’이란 단어를 뺄 수 있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니는 야간대학교와 성적이 모자라서 들어간 야간대학교는 느낌도 많이 다르고 어느 정도 편견도 있잖아요.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과거가 있다. 누구라도 숨기고 싶은, 직장생활에서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종류의 과거다. IT회사에 다니는 K 씨(34)는 외모도 깔끔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직장 동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채무 상환 전화에 시달려 왔고, 최근에서야 한숨 돌리는 상황이다. K 씨는 과거사가 밝혀지면 ‘안정적인 싱글남’의 이미지가 깨질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때 주식에 미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몇 번 큰 수익을 만지다 보니 지인들에게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려서 주식을 하게 됐어요.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빚 독촉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해 사금융에서까지 돈을 빌렸어요. 갚아야 할 돈의 덩치는 커지고 친구들은 물론 한참 밑의 후배들 푼돈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어요.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2년 정도 지난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빚을 완전히 청산한 건 아닙니다. 직장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죠.”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C 씨(여·28)는 경솔했던 과거를 절대 밝혀서도 안 되고, 밝히고 싶지도 않다. 지금도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 초기에는 더 어렸고 철이 없었단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를 다니다가 우연히 집 근처에 있는 바(Bar)에서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게 화근이었다.
“새벽에 일이 끝나다 보니 잠이 모자라서 늘 피곤해 보였습니다. 직장에선 매번 몸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대곤 했습니다. 옷도 못 갈아입고, 화장도 못 지우고 늦잠 자다 그 상태로 출근하기도 했죠. 아프다는 애가 화려한 옷에 진한 화장을 하고 오니 의심을 사게 됐어요. 이왕 다 알게 된 마당에 걱정해준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게다가 잠깐 바에 앉아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거든요. 하지만 곧 후회했습니다.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시 다른 회사에 들어갔는데 편견이 많은 일을 했었기에 혹시라도 누가 알게 될까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이제는 흔해졌지만 이혼도 역시 밝히기 싫은 과거사 중 하나다. 유통회사에 다니는 J 씨(여·30)는 회사에서 미혼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혼 경험이 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당연히 미혼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붙잡고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사무실 직원들이 몇 차례 소개팅을 주선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마다 거절하기는 하는데 마음이 좀 무거워요. 회사에 이혼한 직원들도 몇 있지만 저도 그렇다고 먼저 말 꺼내기는 싫거든요. 솔직한 심정은 그냥 미혼으로 봐줬으면 싶어요. 대학졸업 직전 결혼해서 1년이 채 안 되서 이혼했기 때문에 직장생활 하면서 결혼 여부를 묻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당연히 미혼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나중에 밝혀지면 할 수 없겠지만 끝까지 숨기고 싶은 과거예요.”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A 씨(여·29)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 등 과거의 행적을 알 수 있는 공간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예전 사진을 볼까 싶어서다.
“지금 회사 입사 전에 눈과 코를 성형했어요. 물어보면 굳이 아니라고 잡아뗄 건 아니지만 남들 보기에 자연스러운지 지금까지 별스럽게 지적하는 직원들은 없더군요. 성형 후 예쁘다는 소리도 제법 들었고, 관심 보이는 직원들도 몇 있어서 성형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요. 고쳐서 예쁜 것보다는 원래 예쁜 게 훨씬 낫잖아요. 하도 많이 하니까 뭐 어떠냐고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막상 알게 되면 색안경을 낄 걸요? 과거 모습을 끝까지 남들이 몰랐으면 좋겠어요.”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67.9%가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39.3%는 그 과거를 공유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음료 수입업체에 근무하는 Y 씨(여·29)는 과거사를 동료와 공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진 후 묘한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그는 “외근이 많은 상대 남자 직원은 별 탈 없이 회사를 다니지만 늘 사무실에 있는 나는 불편한 시선을 느낀다”며 “마치 결혼했다 이혼한 것처럼 볼 때가 있어 공개했던 것을 무척 후회한다”고 말했다. 숨기고 싶은 과거사가 있다면 내 입부터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