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받으려 장애인을 양자로
“의사선생님, 제발 제 장기를 아버지께 이식해 주세요. 제 몸을 드리면 저희는 진짜 부자(父子)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가족이 돼 기쁩니다.”
단 한 글자도 고르지 못하게 삐뚤삐뚤 써내려가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글씨체. 자신의 양부에게 장기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스무 살 청년이 병원 측에 제출한 동의서다. 어렸을 적부터 한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건강이 나쁘니 자신이 직접 양자가 돼 장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그런데 이식수술을 행한 병원에 대한 감사 결과 장기밀매 사건으로 드러났다.
일본 경시청 수사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도쿄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호리우치 도시노부 씨(55)가 야쿠자 조직 ‘스미요시카이’에 소속된 브로커에게 1000만 엔(약 1억 3000만 원)을 주고 한 청년을 알선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기 불과 1개월 전 부랴부랴 양자로 입적시켰다고 한다. 이 청년은 야쿠자에게 붙들려 장기이식이 법적으로 가능한 스무 살 생일을 넘기자마자 양자로 들어가 자신의 신장을 떼어 호리우치 씨에게 주고, 불법 장기제공자로 처벌받게 될 처지가 됐다.
이 사건의 경우 가족간에는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려 양자로 입양하는 형식으로 장기를 밀매하려 한 것이다. 야쿠자 브로커는 이 청년을 전 야쿠자 조직원이라고 호리우치 씨에게 소개했다. 한 차례 알선비를 챙긴 브로커는 한 번 더 돈을 달라고 요구하자 갈등이 생겨 사건이 세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장기밀매가 야쿠자와 병원, 매수자 간에 조직적으로 일어났을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경찰 측은 호리우치 씨가 신장 이식 수술을 한 일본 남부 에히메현에 위치한 우와지마 종합병원만해도 양자를 가장해 장기밀매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네 건이나 더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호리우치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야쿠자 조직원으로부터 직접 병원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구속된 야쿠자 조직원은 “병원 사무장과 이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회사 중역 등과 장기밀매를 의논했다”고 진술했다. 또 일본 대중지 <주간문춘>은 이번에 붙잡힌 야쿠자 조직 ‘스미요시카이’의 보스가 예전부터 주변에 공공연히 “(장기이식 밀매는) 장래가 아주 밝은 비즈니스”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올 7월 중순 우와지마 병원은 “우리도 속았다”며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이미 과거 여러 차례 장기밀매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이 병원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한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빌린 돈을 탕감해주겠다’며 한 여성을 처제로 입적시킨 후 장기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여성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다른 지방병원에서는 신장암으로 죽은 50대 남성 환자의 신장을 적출해 종양을 떼어낸 후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40대 환자에게 이식한 적도 있다. 병원 측은 이식자나 가족에게서 동의서 한 장조차 받지 않았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어차피 버릴 신장을 재사용하는 것”이라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지탄을 받았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