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씩 자고 10년 알바하며 채무 변제…아들 운영 회사 체불 직원 직접 수소문해 갚기도
올해로 칠순이 된 충후이위는 10년 전 외아들을 잃었다. 충후이위는 아들 훙융이 이혼한 뒤 혼자 키우고 있던 여섯 살 난 손자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충후이위 집으로 채무자들이 찾아왔다. 충후이위는 훙융이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약 50만 위안(9300만 원)의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생 농사만 짓던 충후이위에겐 너무나 큰돈이었다. 사실 충후이위는 법적으로 이 돈을 변제할 필요가 없었다. 아들에 대한 상속권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후이위는 채무자들에게 “우리 아들이 진 빚을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
충후이위는 아들의 사망 보상금, 친척들의 지원금 등을 모아 일부 채무자들에게 빚을 갚았다. 그리고 충후이위는 남은 빚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충후이위는 “손자를 학교에 보내고, 또 아들에게 도움을 준 채무자들에게 빚을 갚아야 했다”고 했다. 함께 일을 하던 충후이위의 남편이 2016년 세상을 떠나면서 채무는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충후이위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텃밭을 가꾼다. 아침부터 저녁까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한다. 밤 10시에 귀가해선 다시 밭으로 나가 농사일을 한다. 충후이위의 하루 수면 시간은 보통 3시간 정도다. 노인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일정임에 분명하다.
충후이위는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다가 임금을 받지 못한 직원을 직접 수소문해 돈을 주기도 했다. 충후이위로부터 밀린 임금을 받은 한 직원은 “사실 사장(훙융)이 죽은 뒤 돈을 받을 거란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충후이위는 채무자들에게 “우리 손자가 나중에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나는 돈을 절대 떼먹지 않겠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버는 만큼 조금씩 꼭 갚겠다”고 말했다. 충후이위는 “아들이 없어졌지만 손자가 있다. 손자가 잘 자라면 좋겠다”면서 “(손자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성실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야기가 지역 사회를 넘어 중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 무렵이다. 충후이위는 그때 장쑤성 루가우시가 수여하는 도덕 모범상 후보에도 올랐다. 2020년엔 ‘장쑤의 좋은 사람’에 선정됐다. 그리고 얼마 전 충후이는 아들이 남긴 모든 빚을 갚았다.
이 소식에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엔 수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도 최상단에 올랐다. 한 누리꾼은 “정말 훌륭한 어머니다. 굳이 안 갚아도 되는 돈이었지만 성실하게 신용을 지키고, 은혜를 보답하려 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너무나 훈훈하다. 멀쩡한 몸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소식”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