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과민 반응·과도한 걱정이 ‘새로운’ 원인…수면 부족 지속 땐 면역력 약화, 감염 위험 상승
신경과 전문의인 가이 레슈지너 교수는 ‘메일온라인’을 통해 “수면 부족은 우리 몸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손상을 입히는 한편, 심리적 상처를 남기고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다년간 진행된 의학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혈압 상승, 심장 질환, 비만, 면역력 저하, 우울증, 제2형 당뇨병, 치매를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된 동물 실험 결과 역시 충격적이다. 먹이와 물을 주고, 산소를 공급하고, 햇빛을 보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잠을 재우지 않았던 실험견들은 대개 4일에서 17일 후에 죽고 말았다. 수면 고문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잔인한 심문 도구였다. 악명 높았던 관타나모 수용소를 포함해 수감자들에게 잠을 재우지 않았던 교도소들은 많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잠을 자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레슈지너 교수는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근 몇 년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후유증이든, 단순히 스트레스에 따른 부작용이든 수면 부족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수면 부족은 코로나19 후유증 가운데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021년 임상 수면 의학 저널에 발표된 13개국 약 5만 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수면 부족 문제가 일반 인구의 약 40%,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의 약 75%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사람들로 하여금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면과 관련된 문제는 과거 수면장애를 겪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레슈지너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가운데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극에 대해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각성 상태, 또는 걱정과 불안이 과도한 상태를 일컫는 과경계 상태인 듯 보인다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거나 한밤중에 잠에서 깰 때면 우리 몸에서는 투쟁-도피 반응이 활성화된다. 이런 반응은 당연히 잠이 들거나 또는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된다. 가령 신경이 곤두서고 긴장 상태가 되면서 과도하게 경계심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면서 초조한 기분이 들면서 불안해진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불면증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의문인 점은 한밤중에 겪는 이런 흥분 상태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야기된 신경계의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밤중에 과각성 상태에 빠지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트라우마나 불안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든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된 최초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사실 불면증은 단순한 의학적 질환이 아니라 정신질환 증상이기도 하다. 불면증 환자의 50%는 우울증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건강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우울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증가한 ‘새로운’ 불면증의 원인이 단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평소 몸이 좋지 않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는 더 많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겪게 된 심리적 고통은 수없이 많다. 첫 번째 봉쇄 기간 동안 경험한 일상의 변화부터 운동 부족, 외로움, 불안, 고립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건강과 직장, 가족에 대한 걱정까지 심리적 고통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정신 건강과 수면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전염병으로 인해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수면의 질이 나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렇게 수면 부족이 지속될 경우 면역력도 저하되고, 이로 인해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수면과 면역력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실험 결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피실험자들에게 잠을 자지 않도록 강요한 후 감기 바이러스를 퍼뜨릴 경우 잠이 부족할수록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면 장애가 신체 내의 염증 반응을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수면 부족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화학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근본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코로나19와 연관지어 생각했을 때 특히 흥미롭다. 이론적으로 수면 부족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대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은 레슈지너 교수가 제안하는 수면과 관련된 여섯 가지 황금룰이다.
① 가급적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는다. 수면제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복용한다 해도 30분 정도 더 잘 뿐이다).
② 잠을 적게 자면 잠을 더 잘 자게 된다(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면 침대에 누웠을 때 쉽게 잠에 빠져든다).
③ 늦잠과 낮잠은 밤잠을 방해할 수 있다(늦잠은 기상·수면 사이클을 망가뜨리고, 낮잠은 밤에 자고 싶은 욕구를 감소시킨다).
④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CBD(칸나비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수면 보조제가 천연 식물이라고 해도 꼭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⑤ 침대는 수면과 성관계만을 위한 곳으로 사용한다(15분 안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침대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침실은 깨어있는 곳이 아니라 잠을 자는 곳으로만 활용한다).
⑥ 수면 패턴 추적기는 실제로 수면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기기가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부정확할 수 있고 오히려 깨어있게 하면서 불안감을 부채질할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