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KBO 규약에 따르면 1999년 이전 국외로 진출한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려면 무조건 신인지명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미 KBO는 “만약 박찬호가 한국으로 온다손 쳐도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 참가 신청서를 내야 하고, 한화가 ‘특별지명권’으로 박찬호를 지명해야만 2011년부터 뛸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박찬호가 ‘이 문제가 해결되면’이란 단서를 단 것도 KBO 이사회에서 신인지명회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한화에서 뛸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국내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화는 “KBO에 내년부터 박찬호가 뛸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찬호가 입단하면 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한화는 말로는 “박찬호를 잡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을지를 물으면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기다 많은 야구인은 “한화가 과연 귀중한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박찬호에게 쓰겠느냐”며 의문부호를 단다.
LG 박종훈 감독이 박찬호 특별법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한 것도 냉정하지만, 다른 팀의 수장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몇몇 야구인은 구단 이해관계를 떠나 “박찬호의 한국 내 위상과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일본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자칫 고국 무대에서 성적이 나쁘면 그간 쌓아왔던 박찬호의 좋은 이미지가 단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박찬호는 일본 프로야구 진출 전부터 선발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나이와 체력이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박찬호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여기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문화적 차이도 박찬호에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선 오릭스와 박찬호의 내년 시즌 재계약을 부정적으로 본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박찬호 기용에 소극적인 데다 야구계 안팎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에 의문을 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찬호의 마음이 오릭스를 떠난 것으로 해석한다.
오릭스 담당 일본 기자는 “베테랑인 박찬호가 한창 시즌 중일 때 ‘당장에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 건 그만큼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며 “이를 오릭스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찬호의 지인은 “한국에서 2년 정도 선수로 뛰고서 현장 지도자나 프런트의 수장을 맡고 싶다는 게 박찬호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며 “박찬호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어떤 형태로든 고국 야구계에 이바지하고 싶어한다”고 귀띔했다.
박찬호는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서도 뛰며 다양한 경험을 쌓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도자가 되려는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하는 야구인들도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