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사체 가루를 자양강장제로…
▲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인육캡슐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했다. 사진은 방송 화면 캡처. 사진제공=SBS |
수년 전 베이징에는 소, 양, 사슴, 당나귀, 물개, 야크와 같은 동물 수컷의 생식기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식당이 오픈했는데 강장음식을 먹기 위해 구름떼처럼 몰려든 한국인으로 인해 현지인들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처럼 보양·강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 앞에서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무너져버렸다. 급기야 죽은 태아로 만든 캡슐제까지 등장한 것이다.
SBS<그것이 알고싶다>는 그간 소문이나 괴담으로만 전해져 오던 인육캡슐의 실체를 추적했다. 제작진은 취재결과 인육캡슐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이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 고발했다.
‘인육 캡슐’의 재료는 태아의 사체이며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인육캡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죽은 아기의 사체를 말린 후 갈아서 만드는 방식이다. 냉장고에 보관해 둔 태아의 시신을 약재 건조용 전자레인지에 넣어 건조시킨 후 곱게 가루로 갈아 캡슐 안에 넣는 것이다. 한약재나 다른 캡슐제를 만드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제작진은 태아의 시신이 캡슐로 만들어지는 작업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인간이 먹는 자양제의 재료로 인간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건강을 위해서라면 못 먹을 것이 없다지만 이쯤이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린 느낌이다.
가장 원초적인 의문은 재료로 쓰이는 태아를 어떻게 구하는지다. 제작진에 따르면 인육캡슐로 만들어지는 태아는 낙태 혹은 사산아들이다. 태아의 시신은 주로 병원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태아의 시신을 태반과 함께 거래하는 전문업자들이 따로 있으며 일부 병원을 무대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병원에서는 아예 태반을 모아놨다가 업자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경우도 있다.
태아 거래는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이 개입되어 이뤄진다. 사전에 얘기만 해놓으면 낙태, 사산아가 생길 때마다 병원 측에서 업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준다는 증언도 있다. 업자와 병원 관계자 간 검은 유착에 의해 태아가 지속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급된 태아들은 외부의 눈을 피해 일반 가정집으로 옮겨지고 앞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캡슐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중국에서 ‘죽은 아기의 시신이 거래되고 있는 현장을 알려주겠다’는 사업가를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사람을 원료로 한 캡슐은 과연 진짜일까. 제작진은 “인육캡슐을 관세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사한 결과 DNA가 99.7% 인간의 것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성별도 구분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캡슐 안에서 머리카락과 손톱 등 인체조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료로 사용됐음은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인육캡슐이 이미 국내에 반입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태아로 만든 캡슐이 제조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은밀한 루트를 통해 접촉해온다는 얘기다. 중국산 인육캡슐이 유통되는 이유는 태아거래에서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충격적인 데다가 여러 가지 여건 및 정서상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인육캡슐은 국내에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것일까. 제작진에 따르면 인육캡슐은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된다.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조선족에 의해 소량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현지가격보다 수십 배 비싼 값으로 은밀히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유통경로나 업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약업자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 100알에 80만~100만 원선으로 전해진다.
인육캡슐이 유통되는 것은 특정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이 만만찮음에도 불구하고 음성적인 루트를 통해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입 이유도 불치병이나 난치병 치료부터 자양강장, 정력증진, 피부미용 등 다양하다. 제작진은 오랜 기간 인육캡슐을 판매하고 있다는 중국인으로부터 “인육캡슐은 이미 한국 사람들에게 팔리고 있다”는 증언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충격적인 인육캡슐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운영자 A 씨에 따르면 인육캡슐은 정식 명칭이 아니며 중국에서는 ‘아태’라고 불린다. 보통 대약방에서 태반을 달라고 하면 캡슐형태로 만들어진 것을 준다는 것이다. 태아의 태반을 모아 10~12가지 약재와 함께 제조하거나 태아를 통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병에 사용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제조기술이 없어서 실제 태반을 먹었다는 얘기도 있다. 아태로 불치병을 고친 사람들이 많아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요법으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또 여성들의 경우는 아태보다는 녹태를 먹는 경우가 많다. 녹태는 암사슴이 수태를 한 상태에서 새끼를 꺼내 전체를 고아서 건조시킨 것으로 중국 내 대약방 등에서 판매된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인육캡슐의 국내유통이 기정사실화되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파생될 것으로 보인다. 인육캡슐이 과연 강장제나 치료의 효과가 있는지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재료로 사용되는 태아나 태반성분의 실체 및 그에 따른 안전성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정집에서 이뤄지는 제조과정에서의 위생상태도 심히 염려스러운 수준이다. 또 인간이 인간을 먹는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야기한 끔찍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인육캡슐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조돼 오히려 해로울 수 있으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