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즌 골폭풍… 몸도 마음도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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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손흥민(로이터/뉴시스), 구자철(연합뉴스), 지동원(로이터/뉴시스) |
#손흥민, 독일을 달굴까?
올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함부르크의 ‘신성’ 손흥민(19)의 퍼포먼스는 실로 대단했다. 슈팅만 시도했다하면 무조건 득점으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프리시즌 9차례 연습경기에 출격한 손흥민은 무려 18골을 뽑았다. 경기당 2골이란 가공할 만한 득점력에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었다. 축구 팬들은 탁월한 득점 감각을 뽐내온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름과 ‘프리시즌’을 따 ‘프리날두’라는 기분 좋은 닉네임까지 붙였다.
너무도 잘해서일까. 생뚱맞은 이적설까지 등장했다. 일부 미디어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캡틴’ 박주영(AS모나코)을 영입하려던 독일 클럽 샬케04가 손흥민의 영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소식을 전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시즌 초부터 한국 영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것. 이번 시즌부터 함부르크 지휘봉을 잡게 된 미하엘 오웨닝 감독은 “손흥민을 결코 이적시킬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손흥민의 기록을 보라.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며 거듭 칭찬했다.
하지만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화려했던 만큼 시련도 있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적당한 자극도 없었다면 손흥민의 현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출격은 ‘태극마크를 달겠다’던 어린 선수들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픔의 발단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 손흥민의 플레이와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데뷔 시즌치곤 괜찮은 성적을 냈고, 바로 이 기록들이 기준이 돼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안컵을 다녀온 뒤 페이스가 급속도로 무너졌다. 날카로운 감각도 무디기만 해 주위를 실망시켰다.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서인지 마냥 신나게 생각하더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말로만 듣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똑같은 대접을 받으니 어린 친구가 흥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정신적인 면에서 해이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철저한 교육과 완벽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무명에 불과하던 아들 손흥민을 독일로 진출시킨 아버지 손웅정 씨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춘천FC 유소년 클럽을 맡고 있는 손 씨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하드 트레이닝에 돌입했다. 휴가 기간 내내 오직 춘천에만 머물러야 했다. 친한 대표팀 선배들의 결혼식 참석도 일체 불허됐다. 폭우가 쏟아져도 폭염이 가득해도 훈련을 거를 수는 없었다.
거듭된 벤치 신세로 인해 잠시 불어났던 체중과 체지방은 줄어들었고 근육량은 늘었다. 수천여 개가 넘는 혹독한 줄넘기, 러닝 등 기초 훈련에도 매진했다. 이렇듯 국내에서 몸을 완벽하게 만들고 독일로 떠나다보니 움직임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다.
포지션의 전환도 큰 도움을 줬다.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은 측면에서 주로 활약했다. 뤼트 판 니스텔로이라는 걸출한 스타 공격수가 있어 손흥민이 감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함부르크 오웨닝 감독은 올 시즌 손흥민에게 최전방 스트라이커라는 새로운 보직을 부여했다.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많은 찬스를 얻어낼 수 있었고,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프리시즌 맹활약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8월 10일 일본 원정 평가전(홋카이도 삿포로돔)을 대비해 손흥민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달도록 해준 조 감독은 “(손)흥민이가 여러모로 발전했다. 특히 정신 자세가 달라졌다. 그저 즐거워하던 모습에서 탈피했다”고 갈채를 보냈다.
#자존심 회복에 나설 구자철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시즌을 보냈던 터라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두 대결 못지않게 부담스럽고 고통스럽다는 강등권 다툼까지 경험한 구자철(VfL볼프스부르크)의 올 시즌은 흥미진진하다.
일단 볼프스부르크는 알아주는 강팀은 아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1997~1998시즌 분데스리가 1부에 승격한 ‘그저 그런’ 팀에 불과하다. 다만 끈끈한 저력으로 1부 리그에는 항상 잔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중위권 클럽으로 인식이 돼 있다.
하지만 팀 성적과는 별개로 구자철은 생존 경쟁부터 뚫어야 한다. 2009년 볼프스부르크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명장’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에게 일단 공격형 미드필더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 포지션에는 생각보다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기존 멤버인 조수에와 올 시즌을 앞두고 슈투트가르트에서 영입해온 크리스티앙 트래시까지 가세했다. 일단 조수에-트래시가 주전이 될 공산이 높다. 여기에 일본 대표팀 주장 하세베 마코토와 하산 살리하미치치까지 중원 경쟁에 가세하게 돼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프리시즌 동안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주로 뛰었다. 마가트 감독도 구자철의 플레이에 크게 만족했다는 후문. 마가트 감독의 전술 운용을 살펴보면 조수에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살리하미치치와 하세베 마코토가 중앙에 배치됐다. 구자철의 위치는 이들의 꼭지점.
아시안컵 당시에도 구자철은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는 아니었으나 한국대표팀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의 뒤를 받치는 형태의 섀도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어 어느 정도 익숙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구자철의 측근도 “(구)자철이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편안함을 느끼는 건 맞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볼프스부르크 선수단에 합류한 구자철은 각급 대표팀과 K리그 전 소속 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일정 등으로 쉴 틈 없이 이어진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쳤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분데스리가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뛰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시간보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러다보니 없던 우울증도 생겼다. 결장하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클럽이 강등권 싸움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겹치자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애써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트위터에는 “벽보기 수행 중” 등등 안타까운 내용의 글들을 올리며 팬들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스코틀랜드 셀틱FC의 절친한 동료 기성용과도 여러 차례 개인적인 내용의 글들을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다.
구자철은 한국에서 철저히 휴식을 취했다. 지인들과 친구들을 만났고 제주 동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힘을 비축했다. 하드 트레이닝을 거듭했던 손흥민과는 전혀 다른 스케줄을 소화한 셈이다. 그러나 효과는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리시즌에서 꾸준히 좋은 몸놀림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 도전 앞둔 지동원은?
8월 10일 열릴 한일전을 열흘여 앞둔 7월 2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조 감독은 깜짝 발언을 남겼다.
“이번에 지동원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선덜랜드에서 지동원을 8월 13일 열릴 예정인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때 선발 출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만약, 지동원이 정말 리버풀전에 선발 출전하게 되면 일본 원정에는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단히 놀라운 얘기였다. 지동원의 리버풀전 출전 여부를 떠나 이미 소속 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지동원의 측근을 통한 발언이 아닌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었기에 파장은 훨씬 컸다. 온통 환영일색이었다. 축구 팬들도 각종 게시판에 ‘한일전은 출전하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선덜랜드에서 멋진 첫 시즌을 보냈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들을 남기며 한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어갈 영건의 성공적인 데뷔에 힘을 실어줬다.
선덜랜드행이 확정된 이후 광양전용구장에서 7월 10일 진행된 고별 기자회견. 지동원은 “급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면서 팀에 맞도록 서서히 적응해 나가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리버풀과 시즌 개막전에 나가고 싶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특유의 미소로 “정말 뛰게 된다면, 그래서 본격 데뷔 전의 꿈이 빨리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정말 뛰게 해줄까”라고 답했다.
오히려 ‘천천히’라는 생각이 큰 도움을 줬다는 게 축구계의 전언이다. 지동원은 프리시즌에 비교적 좋은 플레이를 했다. 6경기 만에 고대하던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데다, 동료들과 융화하고 팀 전술에 녹아들려 하는 모습이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지동원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도 될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칭찬해도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처음에는 ‘지동원의 영입은 선덜랜드에 모험이 될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영국 언론들도 호평을 하며 첫 시즌을 맞이할 지동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역시 철저한 휴식이 보약이 됐다. 프리시즌을 위해 독일 전지훈련지로 떠나기 전까지 지동원은 국내에 머물며 마인드 컨트롤에 주력했다. 고향 추자도 방문과 지인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충분한 충전을 했다.
더욱 긍정적인 사실은 지동원이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하지 않고 여름 휴식기 때 유럽 리그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겨울 휴식기에도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만 대개는 즉시 전력감을 찾기 위해 이뤄진다. 이에 반해 여름 시장에는 충분한 기회가 제공될 공산이 크다. 프리시즌 등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도 허락된다. 반 시즌 먼저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났던 구자철의 전례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지동원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축구 전문가들과 지도자들도 한결같이 “지동원도 대단히 타이트한 국내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적어도 기량을 확인시키고 적응할 시간을 비교적 충실히 가졌기에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승부조작 재판장 풍경
구단·에이전트 “불똥 튈라…” 본체만체
인생사에서 ‘관계’라는 건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아쉬운 풍토는 여전하다. K리그를 휘몰아친 승부조작 사태가 바로 그랬다. 필드의 스타에서 하루아침에 수의를 입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상황.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창원지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창원지법에서의 풍경은 이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었다.
각 구단 관계자들과 에이전트들은 ‘꼬리 잘라내듯’ 관계 청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검찰청사 또는 법원을 찾지 않았다. 선수들이 쏠쏠한 수입을 챙겨줄 때는 애지중지하더니 이젠 본체만체.
검찰 수사가 한창 이뤄졌던 6~7월에도 고작 한두 명의 구단 프런트와 몇몇 ‘의리 있는’ 에이전트들만이 선수들을 찾았다. 그중 한 에이전트는 이른 새벽부터 조사를 받고 늦은 밤 구치소로 되돌아가는 옛 선수와 3분여간 대화하고 안부를 전하기 위해 10시간 넘게 청사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마치 오물이라도 보듯 외면했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도 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우리가 알기론 어떠한 팀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걸로 아는데, 굳이 안면몰수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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