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 TV 나와?” “그래 이 자슥아”
솔직히 지난 번 일기에 ‘13일 미네소타전 복귀 예정’이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하는 생각이었어요. 당시 팀 닥터나 트레이너의 설명에 의하면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 지금과 같은 재활 속도라면,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아닌 주말에 치르는 미네소타전에 복귀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았거든요.
그 후로 싱글A에서 세 게임을 치르고 트리플A로 올라갔다가 바로 팀에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그 모든 일들이 불과 1주일 만에 벌어졌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많이들 걱정해주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크시더라고요. 더욱이 손가락은 다른 부위랑 틀려서 후유증도 있고 좀 오래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야구선수들이 100%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경기에 나가는 게 아니고, 수술 후 부상 부위가 완전히 낫기까지엔 길게는 3, 4년, 적게는 1,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가만히 넋 놓고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방망이 휘두르고 공 던지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클리블랜드 홈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빅리그 복귀 전날,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절 보기 위해 클리블랜드 크리스 안토네티 단장이 경기장을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그가 꺼낸 말이 ‘타석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한가?’였어요. 그가 가장 궁금해 했던 부분은 투수가 던지는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전 ‘전혀 문제없다’라고 대답했어요. 수술 후 재활하면서 마음속으로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타석에 다시 섰을 때, 부상을 염려해 위축된 플레이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어요. 상대 투수는 그런 저의 심리 상태를 분명히 노리고 들어올 게 뻔하고요. 그러나 다행히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몸쪽 공을 상대하려고 더 바짝 다가섰을 정도였어요.
드디어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 복귀전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프로그레시브필드에는 오랜만에 홈구장 타석에 서는 절 보기 위해 온 가족이 총출동했어요. 아내의 출산일이 정말 며칠 안 남았는데, 만삭의 아내와 아이들은 물론, 출산을 도우려고 한국에서 오신 장모님까지 관중석에 앉아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떨렸냐고요? 아니요. 그보단 설렘이 더 컸습니다. 정말 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반가움이 내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어요. 이제 난 선수들과 헤어져 재활트레이닝센터로 가지 않아도 되고 선수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제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복귀 첫 경기에서 내야안타와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솔직히 점수를 내는 것보다 치고 뛴다는 사실 자체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클럽하우스를 보니까 그동안 부상으로 팀을 떠나 있거나 아예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된 선수들, 그리고 새로 온 선수들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하고 낯선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모두 한 가족이고, 한배를 탄 선수들이기에 서로 돕고 서로 배려하면서 종착역을 향해 멋진 항해를 하고 싶어요.
가족들 중에서 아빠의 복귀를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무빈이입니다. 복귀 첫 날, 무빈이와 함께 야구하는 친구들이 제 유니폼을 입고 등교했다는 얘길 전해 듣고 마음이 흐뭇해지기도 하고, 슬며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퇴근하는데, 건우의 한마디로 온가족이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아빠, 이제 TV에 나와?” “그래, 이 자슥아! 아빠 TV에도 나오고, 경기장에도 나간다. 하하.”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