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 높아 과거와 달라진 흐름…격리자·고령층과 2030 여성 투표 참여 관건
역대 대선은 총선과 지방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 왔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직선제 선거로 치러진 13대 대선이 뜨거운 관심 속에 89.2%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14대와 15대 대선도 각각 81.9%와 80.7%로 투표율 80%를 넘겼다. 이후 16대(70.8%) 18대(75.8%) 19대(77.2%) 대선도 모두 70% 이상 투표율이 나왔다. 양당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져 승패가 일찌감치 예상됐던 17대 대선만 63.0%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39.2%, 이재명 후보는 35.2%를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4.0%포인트(p)로 오차범위 안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2월 3일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4자 TV토론은 지상파 방송 3사 합계 시청률 39%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대선 TV토론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로 알려졌다. 2차 토론은 시청률이 21%로 집계됐다. 지상파 방송국이 아닌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6개사가 생중계했고, 동시간대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등이 진행됐음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투표율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 후보 지지자들이 총집결해 진영대결을 펼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앞서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할 것’이라는 응답이 83.0%, ‘가능하면 할 것’은 13.0%가 나왔다. ‘별로 생각 없음’과 ‘전혀 생각 없음’은 각각 2.2%와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나와 진영대결이 펼쳐졌던 2012년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배우자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후보들의 이미지가 깎이고 있다. 이에 중도층 무당층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는 생각에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이재명 후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이상은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진영에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큰 이점이 없다”고 귀띔했다.
또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로 인해 국회와 지방의회를 상당수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민주당의 조직력이 국민의힘보다 앞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 우위의 민주당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아직까지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는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여러 논란이 있지만 결국 투표율이 70%는 넘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 확산이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국내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대선 투표가 예정된 3월 초 유행이 절정에 달해 신규 확진자가 최대 2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등 격리 대상자가 선거일 당일 기존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별도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제한된 시간에 격리자들이 얼마나 투표소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은 저녁식사 시간이다. 해가 지고 날이 추워지는데 제한된 시간에 격리자들이 몰리면 기다려야 하고 귀찮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럼 투표를 포기하는 격리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이 투표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 보수성향이 많은 고령층 투표율이 낮아지면 여당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2030 여성 투표율도 관건이다. 여론조사 등을 보면 ‘이대남(20대 남자)’으로 대표되는 젊은 남성들의 표심은 윤석열 후보 쪽에 쏠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들에 어필할 수 있는 공약과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 반면 여성 표심은 아직 불분명하다.
여론조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들이 여성 응답자가 적어 조사 분석과 공표에 애를 먹고 있다. 여성들의 무응답이 일부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여론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투표는 할 것이다. 이들의 표가 어느 후보에게 갈지 관심사다”라고 전했다.
여성 투표율이 높으면 이재명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여권의 한 전략통은 “이재명 후보 역시 여성들에게 비호감도가 높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동안 ‘남녀 갈라치기’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또한 최근 윤 후보와 선대본에서 여성들에 거부감을 줄 모습들을 여러 번 보였다”며 “여성들의 표심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서서히 움직인다. 결국 이재명 후보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윤석열 후보는 기차에서 구두를 신은 채 앞좌석에 발을 올린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2월 14일 발표한 사법분야 개혁 공약 보도자료에 ‘오또케’라는 여성 혐오 표현이 사용돼 비판을 받았다. 또한 2월 16일에는 윤석열 후보의 메시지팀에서 일한 권성동 의원실 비서관 A 씨가 여성 신체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들이 여성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