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국민가수 향한 관심 포크 인기로 이어져…트롯 극복 오디션 장르 확장성까지 확보
#‘국가수’ ‘국가부’ 연이은 흥행 성공
당연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성공을 거둬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성공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는데 꾸준히 10%대 중반을 기록하다 12회에서 18.8%를 기록하고 종영한 ‘국민가수’의 시청률은 ‘미스트롯1’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한 ‘미스터트롯’, 32.9%를 기록한 ‘미스트롯2’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시청률이다.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리딩스타가 없었던 터라 관련 보도도 그리 많진 않아 화제성 역시 미흡했다.
그런데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종영 이후까지 주목해야 한다.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다. ‘미스터트롯’ TOP6를 활용한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 학당’이 대표적이다. 두 프로그램은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미스트롯2’ 출연자를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은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5% 전후의 시청률은 유지하며 고정 시청자 층을 잡아두는 데에는 성공했다.
‘국민가수’ TOP10을 아예 ‘국가단’이라는 하나의 팀으로 묶은 TV조선은 최근 ‘국민가수 수련원(국가수)’과 ‘국가가 부른다(국가부)’ 등 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국가수’는 첫 회 6.9%, 2회 7.1%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국가부’는 첫 회부터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가수’가 방송된 목요일 밤 10시 시간대로 ‘국가수’가 편성돼 2회까지 방영된 뒤 그 자리에 ‘국가부’가 편성됐는데 곧 ‘국가수’가 다른 요일로 편성돼 다시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포크 결론은 대박
‘박창근 열풍’은 결국 포크 열풍이다. TV조선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통해 방송가 트롯 열풍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포크 열풍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트롯이 한국 가요계를 주도해오던 분위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포크 음악이 젊은 층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를 거치며 한국 가요는 발라드와 댄스, 록 등으로 더욱 다양해진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 층은 아무래도 중장년층이다. 주요 시청자 층이 트롯을 좋아하는 연령층이라는 점이 TV조선 트롯 열풍의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중장년층은 젊은 시절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측면에서는 포크가 더 메리트가 있는 데다 발라드 등 다른 장르로의 확장성도 크다. 미스터트롯 TOP6 등 기존 트롯 열풍의 주역들도 무대에서 트롯이 아닌 다른 장르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이런 측면에선 포크 가수에게 더 유리한 점이 많다.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선 TV조선이 아예 ‘미스포크’ ‘미스터포크’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레전드 포크 가수들이 마스터로 출연할 수도 있는 기획이다. 현실성 있는 관측이 아닌 기발한 희망사항 정도다. 이런 얘기까지 나올 만큼 박창근 열풍으로 최근 포크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증했다.
#오디션 근간은 유지하며 확장성 마련
과연 TV조선이 트롯 다음 장르를 포크로 미리 정하고, 포크 열풍을 주도하려 ‘국민가수’를 기획한 것일까. 그건 결코 아니다. ‘국민가수’의 애초 기획은 ‘춤, 노래, 작사, 작곡,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K팝 스타’를 찾아내 국민가수로 탄생시키겠다는 프로젝트였다.
사실 처음 이런 기획의도가 알려졌을 때 너무 광범위한 기획이라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았다. ‘글로벌 K팝 스타’를 표방하고 있지만 보이그룹이나 걸그룹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뽑는 오디션은 아니다. 장르 구분 없이 지원자를 받아 오디션을 거쳐 국민가수를 탄생시킨다는 기획인데 이게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장르 제한 없어 누구나 예심에 지원할 수 있지만,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돼선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가수’는 오디션 참가자들의 가창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고 박창근과 김동현 등 빼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방송가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가창력 좋은 출연자들도 넘쳐난다. 결국 가창력을 뛰어 넘는 스타성을 가진 이가 오디션에 지원해야 프로그램이 비로소 성공의 길에 접어들 수 있는데 바로 그 해답이 박창근이었다. 게다가 박창근의 장르가 포크였던 터라 트롯에서 포크로의 자연스러운 연결까지 가능해졌다. 다소 무모하고 방만하고 산만해질 수도 있었던 TV조선의 ‘국민가수’가 포크가수 박창근을 만나 비로소 꽃을 피운 셈이다.
박창근 열풍과 ‘국민가수’의 성공을 통해 TV조선은 더 이상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건을 만들었다. 춤, 노래, 작사, 작곡,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끼와 실력을 갖춘 이들의 지원을 받아 ‘국민가수’를 시즌제로 제작하며 거듭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1대 국민가수 박창근은 포크 가수지만 2대, 3대, 4대 국민가수는 발라드, 댄스, 록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사랑을 받는 가수로 거듭나길 원하는 다양한 장르의 무명 가수나 가수 지망생들이 계속해서 도전한다면 TV조선은 송가인, 임영웅, 박창근을 능가하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