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하면 들썩 ‘바로 이맛 아입니꺼~’
▲ 허경환은 고향 통영에서 열리는 축제라면 출연료에 관계없이 달려가 주민들의 사랑에 보답한다고 한다. |
경상남도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불리는 이 작은 도시에는 대통령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있다고 하는데, 주인공은 바로 “~있는데”로 잘 알려진 개그맨 허경환이다. 그는 통영 출신 연예인이 흔치 않은 까닭에 지역 내에서 엄청난 인기와 영향력을 자랑한다. 통영의 자랑, 통영의 아들, 통영의 대통령, 젊은 통영인 등 별명도 수두룩한데, 실제로 그가 통영을 방문하면 작은 마을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뜬다고. 그가 통영에 떴다는 소식이 들리면 지역 젊은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그의 얼굴을 보려 면장 출신인 그의 부친 집으로 몰려든다. 어떻게든 사진 한번 같이 찍으려는 고향 주민들의 환대에 허경환은 “줄을 서시오~”를 외쳐야 할 정도라고 한다.
허경환은 통영에서의 인기를 표현했는데 “단 한 번도 고향에서 내 돈 주고 회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지역 상인들이 면장 출신 아버지의 친인척들인 탓도 있지만, 통영의 자랑 허경환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하고픈 지역민들의 바람도 크기 때문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허경환이 고향 통영에서 그냥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큰 까닭에 통영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라면 출연료에 관계없이 그 어떤 바쁜 스케줄도 마다하고 달려간다고. 실제로 그는 통영시 관련 행사의 90% 이상을 소화하며 고향 주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이 낳은 국민일꾼 개그맨 이수근. ‘1박2일’의 높은 인기로 인해 그의 부모님은 항상 어깨가 으쓱하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부러움을 사던 이수근의 부모님이 얼마 전부터 지역민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양평의 자랑으로 여겨지던 이수근을 능가하는 인물이 나온 것. 바로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의 최종합격자 김대호다. 인지도와 경력 면에서 아직 이수근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그는 이미 고향 양평에서 터줏대감 이수근을 누르고 지역 내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사연인즉 이렇다. 김대호의 부모는 ‘신입사원’에서 그가 최종합격자로 선정되자 현수막을 내걸고 지역주민 100여 명을 초대해 성대한 고기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지역민들은 이수근보다 김대호에게 더 열광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이수근의 부모는 작은 잔치조차 열었던 적이 없는 탓에 지역민들의 팬덤(?)이 더욱 급속히 옮겨갔다는 후문. 이수근은 한 측근에게 “이제 양평의 자랑은 내가 아닌 김대호다”며 순순히(?) 변화된 현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다만 이것 하나는 알아 달라”며 “김대호의 아버님은 원래 통이 크신 분이고, 우리 아버지는 절약정신이 몸에 밴 분이라 그런 것일 뿐”이라며 속사정을 토로했다는 후문.
지역이 낳은 스타에겐 항상 ‘○○의 아들’ ‘○○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충남 ‘서산의 딸’은 다름 아닌 가수 별이다. 각종 노래자랑을 휩쓸며 이미 지역구 스타였던 그는 데뷔 후에도 지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연예인의 데뷔나 수상시에만 붙는다는 현수막도 서산에서는 다르다. 그가 잠깐 고향을 들르기만 해도 서산 시내 곳곳에 어김없이 현수막이 붙는다고. 그만큼 서산인들의 별 사랑이 남다른데 실제 그가 TV에 데뷔하던 날은 마치 생방송 뉴스 속보를 전하듯 긴박했다고 한다. 동네마다 게시판에 공고가 붙는 것은 물론 그가 살던 아파트에선 관리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그의 첫 방송 소식을 알렸다고. “1903호 ○○딸 김고은(별의 본명) 양이 오늘 저녁 TV에 나옵니다. 주민 여러분들은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생소한 안내방송이지만 지역민들의 무한한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연예인들에게 금의환향은 일종의 로망이다. 배우 이준기는 연예계 데뷔를 하며 꼭 한번 이루고픈 소망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인기스타가 되면 자신의 고향 부산에 밴을 타고 내려가 짠 하고 고향사람들 앞에 깜짝 등장하는 것이었다. 영화 <왕의 남자>가 대박이 나면서 비로소 그는 부산에서 열린 한 대형 축제에 초대됐다. 자신의 오랜 로망을 실현키 위해 섭외에 적극 응한 것은 물론, 자신의 멋진 금의환향을 기록하기 위해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동행취재까지 요청했다. 운명의 그날, 데뷔 후 처음 찾는 고향인 까닭에 그는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꿈꾸던 금의환향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을 우려한 행사 측이 그의 밴을 VIP통로로 이동시키는 바람에 고향 팬들과의 만남이 차단되고 말았다. 이준기가 계획대로 짠하고 밴에서 뛰어 내릴 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경호원 두 명이었다고 한다. 무대로 이동한 뒤 수백여 명의 팬들 앞에서 연신 “부산 파이팅”을 외치며 고향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 이준기. 그가 꿈꾸던 금의환향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감동의 고향 방문 순간이었다.
경북 김천 출신의 개그맨 박영진. 2008년 ‘박대박’이라는 코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그에게도 오랜 숙원은 금의환향이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어렵게 휴가를 받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고향 김천에 내려가게 됐다. 그러나 그의 고향 방문은 금의환향은커녕 파리 한 마리 안 보일 만큼 조용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당시가 베이징올림픽 직후였는데 이미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가 고향을 방문해서 카퍼레이드까지 펼치며 김천을 휩쓸고 갔기 때문. 최민호는 박영진과 같은 김천 출신이자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다. 세계를 호령한 금메달리스트 앞에 초라해진 자신을 보며 그는 더더욱 이를 악물고 개그에 매진해 ‘두분토론’ 등의 히트 코너를 탄생시키며 정상급 개그맨의 자리에 우뚝 섰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