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폭풍’ 재울 준비 됐다
▲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한국은 중동의 거친 플레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
# 레바논-행복했던 기억
솔직히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분명 레바논에 비해 한수위의 전력을 자랑해 왔다. 대장정의 스타트도 레바논이다. 한국은 9월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과 월드컵 예선 첫 판을 치른다. 11월 15일 예정된 2차전은 적지에서 펼쳐진다.
역대 전적은 6번 대결해 5번 이겼고, 한 번 무승부를 거뒀다. 첫 번째 승부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해 10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멕시코 올림픽 예선전을 가졌다. 1960년대 축구계를 주름잡았던 정병탁이 기록한 2골에 힘입어 한국은 당시 2-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8년 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박정희 대통령배 국제 축구대회(일명 박스컵) 상대로 맞이해 박병철의 결승 골로 1-0 신승을 챙겼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1993년 5월 11일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렀다. 대결 장소는 유서 깊은 도시 베이루트였다. 그때만 해도 레바논은 내전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이스라엘 군의 철군 이후 어지럽혀진 질서 유지를 이유로 베이루트에 주둔해 있던 시리아군 철군을 외치며 레바논 내 기독교 지도자가 1989년 3월 일으킨 내전은 약 반 년 가까이 이어졌다. 포성은 멎었지만 여전히 치안이 불안한 시기였다. 하지만 김호 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하석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개선할 수 있었다. 그 해 6월 서울 잠실에서 펼쳐진 홈 2차전은 하석주와 황보관이 한 번씩 골맛을 보며 2-0 쾌승.
두 나라는 2004년 다시 격돌했다. 무대는 역시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이었다. 차두리, 조병국의 연속 득점으로 2월 수원벌 승부를 2-0 승리로 마감한 한국은 그해 10월 첫 번째 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베이루트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레바논 간 축구의 역사는 이게 끝은 아니다. 비록 직접적인 승부는 갖지 못했으나 2000 레바논 아시안컵도 상당한 여운을 남긴 대회였다. 당시 한국의 사령탑은 허정무 감독. 대회 8강에서 이란을 2-1로 격파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최종 성적은 3위였다.
지금도 현역 선수로 왕성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이동국(전북 현대)은 1998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의 활약을 계기로 이름을 떨친 뒤 레바논 대회에서 무려 6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라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대스타가 됐다.
올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와 함께 대표팀 ‘캡틴’ 자리를 내놓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국가대표로서 본격적인 첫걸음을 뗀 것도 레바논 아시안컵이었다. 박지성은 레바논 대회에 앞서 4월에 열린 아시안컵 1차 예선 라오스전을 통해 A매치에 공식 데뷔하는 감격을 누렸다.
#쿠웨이트-중동의 사자
역대 전적부터 심상치 않다. 확고한 우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8승3무8패, 팽팽하게 맞서왔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쿠웨이트를 만나면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했다.
1972년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1-2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는 1984년 12월 싱가포르 아시안컵 0-0 무승부까지 3승3무4패로 열세였다.
90년대는 더욱 처참했다. 1990년 10월 중국 베이징 아시안게임 8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1994년 일본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선 예선 라운드와 3~4위 동메달 결정전에서 2전 전패했다. 1996년 UAE 아시안컵에서는 0-2로 패해 최악의 수렁에 빠졌다. 199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최용수(현 FC서울 감독대행)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기면서 한국은 조금씩 ‘쿠웨이트 악몽’에서 벗어나게 됐다.
2000년 레바논 트리폴리에서 다시 0-1로 패배한 한국 축구. 2004년 중국 지난에서 열린 아시안컵 4-0 쾌승을 통해 되살아났고 2005년 2월과 6월 서울 상암과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가진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모두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중심에는 이동국이 있었다. 중국 지난에서 쿠웨이트 골문에 2골을 몰아친 이동국은 상암에서도 한 골을 넣었고, 쿠웨이트시티에서도 또 한 골을 넣으며 진정한 쿠웨이트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만큼 쿠웨이트 축구와 얽혀 있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 프로축구를 들쑤셨던 승부조작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시기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영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쿠웨이트, 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돼 있었다. 태국과 첫 대결에서 고재욱(전 울산 감독)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둬 준결승 리그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쿠웨이트에 맥없이 4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당시 한국은 쿠웨이트에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었다. 김호곤(현 울산 현대 감독), 박이천(현 인천 유나이티드 부단장), 차범근(전 수원 삼성 감독), 이회택(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등등 내로라하는 한국 축구 최고의 멤버들이 즐비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마르주크와 아말렉 술탄에 각각 2골씩 실점했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연루돼 있었다. 북한은 당대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는 세계 축구의 무시할 수 없는 강호로 군림하고 있었다. B조에 북한이 속해 있어 2차 라운드에서 각 조 결과에 따라 남북 축구가 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이지만 체제 경쟁을 펼치고 있던 한국이 북한에 진다면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쿠웨이트에 패하자 “북한과의 경기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쿠웨이트에 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함께 축구대표팀에게 ‘일부러 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린 것은 정부 당국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UPI, 로이터 등 외신들은 “석연치 않은 결과였다”는 보도들을 쏟아냈고, 국내 언론들도 상대가 ‘북한’이라고는 명기하진 않았으나 “강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져줬다는 이야기들도 나돌고 있다”(경향신문 74년 9월 7일자)는 글귀를 첨부하는 등 역시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축구계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축구협회가 발간한 <한국축구100년사>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을 피하기 위해 쿠웨이트에 질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기가 고 육영수 여사가 8·15 경축식장에서 총탄에 맞아 서거한 직후였던지라 북한과의 대결은 대단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경기 당일 아침, 북한을 피하기 위해 지기로 했다는 소문이 선수단 내에서 나돌았다는 구절도 있다.
물론 그 모종의(?) 지시가 어디서 내려왔는지는 정확히 나오진 않았으나 승부조작에 대한 누군가의 압력을 받았던 것과 북한 축구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혼재했던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게 악연 아닌 악연을 쌓아왔던 쿠웨이트는 1978아르헨티나월드컵에 대비, 77년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브라질 출신 스타 사령탑 마리오 자갈로를 초빙하는 등 선진 축구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은 쿠웨이트를 상대로 1승1무를 거뒀다.
한편 한국은 쿠웨이트와 9월 6일 원정 경기를 치른 뒤 내년 2월 29일 홈에서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을 갖는다.
#UAE-중요한 순간 ‘복병’
패배의 멍에를 자주 안겨줬던 쿠웨이트에서 한국은 UAE를 상대로 첫 번째 승전고를 울렸다. 1980년 쿠웨이트 아시안컵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친 최순호(전 강원FC 감독)의 맹활약으로 4-1 대승을 거둔 한국은 이후 UAE만 만나면 펄펄 날아다녔다.
열여섯 번을 만나 9승5무2패의 호성적을 냈다. 1996년 3월 UAE에서 열린 4개국 국제 대회에서 2-3으로 패했고, 역시 2006년 1월 UAE가 개최한 친선 전에서 0-1로 졌지만 주요 무대는 항상 한국이 승리를 챙겨갔다.
월드컵 무대로 범위를 좁히면 1990이탈리아월드컵과 1998프랑스월드컵, 그리고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두 나라가 격돌했다.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치른 89년 승부는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997년과 2008년, 2009년에 걸친 4차례 대결에서는 모두 한국이 웃었다.
97년 10월 서울 잠실에서 3-0 쾌승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부담을 떨친 차범근호는 아부다비 원정에서도 역시 3-1 승리를 챙기며 기분 좋게 기세를 떨칠 수 있었다.
2008년 10월 서울 상암에서 4-1 대승을 거둔 한국은 2009년 6월 두바이에서 박주영, 기성용의 연속 득점으로 2-0 완승을 신고했다.
물론 UAE와의 기분 좋은 추억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쿠웨이트(1980년)-카타르(1988년)-UAE(1996년)-중국(2004년)로 이어진 아시안컵 무대에서 한국은 3승(1무)을 신고하며 UAE 축구에 대해서만큼은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항상 좋은 건 아니었다. 2010년 11월에는 허탈감도 안겨줬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UAE를 만난 한국(홍명보호)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연장 후반에 0-1로 무너져 24년 만의 금메달 탈환의 꿈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은 10월 11일 홈에서 UAE와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을 갖고 11월 11일 UAE로 건너가 4차전을 곧바로 펼칠 예정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K리그 선수들 ‘기 살리기’ 프로젝트
장어회식 한번에 500만 원
어느덧 K리그도 반환점을 돌았다. 마지막 남은 2개월에 모든 운명이 걸렸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의 ‘기 살리기’를 위해 각 구단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프로답게 역시 잘 먹이고, 푹 쉬게 하는 게 최고다.
요즘 한반도 기후는 거의 동남아시아를 방불케 한다. 장마가 끝나는 듯 하며 폭염이 찾아오더니 어느 순간, 폭우가 쏟아진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뙤약볕이 지열을 달군다. 동남아의 스콜과 다를 바 없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체력의 중요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다보니 선수단은 체력 보강을 위해 최상의 먹거리 확보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에도 장어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전남, 인천, 부산 등 바닷가 근처에 연고지가 있는 구단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구단들도 ‘팔팔한’ 장어로 선수단의 기운을 북돋는다.
아무리 장어 요리가 대중화됐다고는 해도 워낙 고가의 식품이다 보니 한 차례 회식에도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포함해 대략 40명 정도라고 했을 때, 400만~500만 원 이상은 족히 든다. 만약 특정 구단이 1박2일 원정을 떠나 1회 장어 회식을 한다면 숙박비(4성급 이상 호텔 기준)까지 합쳐 무려 1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
쇠고기도 항상 인기를 누린다. 사골을 푹 고아낸 곰탕은 물론, 구이와 찜 등 각종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다 선수들도 모두 좋아한다. 일단 거부감이 없다는 게 쇠고기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군 팀 상주 상무는 연고지(상주)의 특산품으로 정평이 난 상주 한우로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선수들뿐 아니라 용병들까지 쇠고기만큼은 아무런 부담 없이 젓가락을 들고 즐긴다.
보양탕도 기력 회복과 여름 나기를 위해 종종 선수단 식탁에 오르지만 일부 선수들은 아예 고기 한 점도 먹지 않는 경우도 있어 구단 관계자들의 애를 태울 때가 있다.
삼계탕과 추어탕도 빼놓을 수 없고, 홍삼과 붕어즙 또한 영양제로 손색이 없다. 이렇듯 먹거리까지 하나하나 챙겨줘야 하니 프로 구단 운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현]
장어회식 한번에 500만 원
어느덧 K리그도 반환점을 돌았다. 마지막 남은 2개월에 모든 운명이 걸렸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의 ‘기 살리기’를 위해 각 구단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프로답게 역시 잘 먹이고, 푹 쉬게 하는 게 최고다.
요즘 한반도 기후는 거의 동남아시아를 방불케 한다. 장마가 끝나는 듯 하며 폭염이 찾아오더니 어느 순간, 폭우가 쏟아진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뙤약볕이 지열을 달군다. 동남아의 스콜과 다를 바 없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체력의 중요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다보니 선수단은 체력 보강을 위해 최상의 먹거리 확보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에도 장어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전남, 인천, 부산 등 바닷가 근처에 연고지가 있는 구단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구단들도 ‘팔팔한’ 장어로 선수단의 기운을 북돋는다.
아무리 장어 요리가 대중화됐다고는 해도 워낙 고가의 식품이다 보니 한 차례 회식에도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포함해 대략 40명 정도라고 했을 때, 400만~500만 원 이상은 족히 든다. 만약 특정 구단이 1박2일 원정을 떠나 1회 장어 회식을 한다면 숙박비(4성급 이상 호텔 기준)까지 합쳐 무려 1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
쇠고기도 항상 인기를 누린다. 사골을 푹 고아낸 곰탕은 물론, 구이와 찜 등 각종 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다 선수들도 모두 좋아한다. 일단 거부감이 없다는 게 쇠고기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군 팀 상주 상무는 연고지(상주)의 특산품으로 정평이 난 상주 한우로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선수들뿐 아니라 용병들까지 쇠고기만큼은 아무런 부담 없이 젓가락을 들고 즐긴다.
보양탕도 기력 회복과 여름 나기를 위해 종종 선수단 식탁에 오르지만 일부 선수들은 아예 고기 한 점도 먹지 않는 경우도 있어 구단 관계자들의 애를 태울 때가 있다.
삼계탕과 추어탕도 빼놓을 수 없고, 홍삼과 붕어즙 또한 영양제로 손색이 없다. 이렇듯 먹거리까지 하나하나 챙겨줘야 하니 프로 구단 운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