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관리 솔루션 앞세워 사업 확장…법규 준수와 화이트·블루칼라 차별 해소도 숨은 경쟁력
#두 달 만에 손익분기점 넘긴 비결
방역 의무 시설과 범위는 확대돼왔다. 1984년 소독 방역 의무 대상시설로 △호텔과 휴양콘도 △식품접객업소와 공연장 △버스, 비행기, 여객선 △병원, 대형유통시설 △공동주택 등이 최초로 지정됐다. 1994년 전국 8만 1000여 개에 이르는 학원이 추가됐다. 1995년엔 700개의 철도역과 2500대의 기차, 960개 지하철역과 3600대의 지하철로 확대됐다. 2006년에는 교육기관과 오피스빌딩, 2015년엔 급식소와 기숙사가 포함됐다.
홍상진 세이클 대표는 “환경적 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질병 발생,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 해충 유입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미래 방역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요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를 쓰고 손을 소독할 것이다. 이미 위생 관련해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세이클은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방역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방역 시장에 IT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020년 5월 설립됐다. 방역이 일상이자 필수인 시대인 점을 파고든 셈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1조에 따르면, 소독 방역 의무 대상시설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소독의 기준과 방법에 따라 소독업을 신고한 업체를 통해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소독을 해야 한다.
홍상진 대표는 “보건·위생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방역 시장은 매우 낙후돼 있다. 짜장면 한 그릇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식당 정보를 비교해서 주문하고, 택시를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부른다”며 “그런데 방역은 여전히 몇몇 업체에 전화해 커뮤니케이션하고, 대면으로 견적을 비교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방역 시장은 10조 원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1~2개 업체만 알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국내 방역 서비스 시장 규모는 3조 원인 반면 기업형 방역서비스 시장 규모는 4000억 원에 그친다. 2020년 세스코의 매출이 3633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형 방역서비스 시장 90% 이상을 한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국내 방역서비스 시장은 평균 매출 3억~4억 원을 내는 1만여 개의 방역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홍상진 대표는 “방역 시장에는 수많은 인력·서비스들이 있으나 고객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이클은 이들의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이 스마트폰·클라우드 시스템 등으로 훨씬 효율성을 갖도록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처음 식당 하시는 분들은 90% 이상 브랜드 때문에 세스코를 쓴다. 그런데 2~3년 지나면 덜 유명한 업체로, 7~10년에는 아예 저렴한 업체로 변경한다. 누가 하는지가 중요하지, 회사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존재하는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활용해 방역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모두가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이클은 창업 초창기엔 직접 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했고, 2020년 10월 방역 관리 솔루션을 제작해 현장 방역업무에 도입했다. 류영재 공동창업자가 직접 방역 현장에 수차례 투입돼 방역서비스와 사업관리 솔루션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2021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이클 방역서비스와 솔루션 관리 시스템 기반을 잡았고, 본격적으로 솔루션 개선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모든 사업을 세이클 솔루션으로 진행하고, 2분기부터는 솔루션을 외부 방역업체에 제공해 B2B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홍상진 대표는 “세이클 솔루션을 활용해 1만여 개의 방역업체들이 세이클 솔루션을 활용해 사업을 고도화·효율화하는 데 성공하면 방역 시장이 확대될 것이고, 세이클도 함께 성정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앱을 개발·출시해 1인 가구 등에도 방역서비스를 제공해 B2C로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또 해외 방역 시장도 우리와 비슷하다.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솔루션 사업 비즈니스를 활용해 글로벌 방역 시장까지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클은 창업 첫 달부터 방역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만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성장세 덕분인지 2020년 하반기 한국투자벤처 매칭 펀딩으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다. 2021년 5월과 8월에 걸쳐서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카이스트벤처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은 20억 원이다. 같은 해 민관협력 창업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팁스는 정부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2년간 최대 9억 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창원지사를 열었고, 올해 3월에는 대전지사를 오픈할 예정이다. 세이클은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으로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지사가 없는 곳은 국내 이륜 배달대행업계 1위 ‘바로고’와의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정했다. 특히 솔루션 프로그램을 2000~3000개 방역업체에 제공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세이클은 특이하게도 경쟁력 중 하나로 법규 준수와 차별 해소를 꼽는다. 홍상진 대표는 “방역업 특성상 조근·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세업체들은 이런 수당을 안 챙겨주는 곳이 많다. 근로기준법에 준수해 수당 지급, 연차 사용 등만으로도 입소문이 났고, 창업 초기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특히 세이클은 화이트·블루칼라 노동자 간 차별이 없고, 함께 일하는 구조다. 기본적인 처우와 복지혜택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장직은 4대 보험 외에 실손보험까지 가입시켜준다”라고 말했다.
#경영컨설턴트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1973년생인 홍상진 대표는 세이클 창업이 4번째다. 지난 2012년 반도체를 대체할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제조업에 뛰어든 것이 첫 창업이다. 2014년에는 국내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를 창업했다. 첫 번째 사업 실패로 인해 주변에서 재취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직장인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40대 초반이었다. 결국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사인 GLG 서울 지사장으로 재직했다. 하지만 그는 창업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17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엑설레이터를 세 번째로 창업했고, 특히 블록체인 관련 분야에 집중했다.
홍상진 대표가 제조업, 전문가 네트워크, 블록체인, 방역 등 서로 다른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사회생활 경력 덕분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2001년부터 2007년 2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프로덕트매니저로 재직했다.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는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모니터그룹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근무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전략 수립과 문제해결 경험을 쌓았다.
홍상진 대표는 “창업과 컨설팅은 실제 현장에서 너무 달랐고, 첫 창업의 실패로 이어졌다. 잘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 국내 전문가 풀이 없다는 걸 고려해서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를 차렸다. 사모펀드(PE)들이 국내 기업 인수할 때 많이 사용했고, SK렌터카가 AJ렌트카 인수할 때 역할을 맡았던 것이 대표적”이라며 “아무래도 집에 가족과 애가 있다 보니까 안정적으로 GLG 지사장을 맡게 됐다. 그런데 지사장 10년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전공을 컴퓨터공학을 할 정도로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 방역 IT 솔루션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홍상진 대표는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에 뛰어들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창업은 20년 전 취업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력과 자본이 스타트업 시장에 몰리고 있다. 2012년 첫 창업을 할 때만 비교해 봐도 창업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연봉을 떠나서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고속성장 할 수 있고, 좋은 인재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창업 실패 시 낙오자로 취급받았다면, 지금은 재창업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