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필요하나 방식이 문제’ 소액주주들 반발…‘아직 사명 SK인데’ SK그룹 내 일각 우려도

소액주주들이 금융감독원 고발 및 소송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난감한 상황에 놓인 곳은 지난해 지분 전량(31.3%)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한 SK디스커버리다. 한앤컴퍼니와 SK디스커버리는 8월 31일 해당 지분 양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거래가 마무리 되면 한앤컴퍼니의 지분율은 기존 47.42%에서 78.69%로 상승하게 된다.
SK디앤디의 의사 결정은 분명 비(非) 주주 친화적인 행보에 가까운데, ‘SK’라는 간판을 달고 일을 벌이다 보니 SK그룹 내부적으로도 한앤컴퍼니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이지만, 한앤컴퍼니와 SK그룹의 관계도 이전만큼 가깝지 않아 설령 SK그룹이 의견을 내더라도 한앤컴퍼니가 귀 기울여 듣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3차 공개매수 기대했는데 돌아온 것은…
SK디앤디는 주당 3060원(예정 가격)에 4468만 1000주를 발행할 예정으로, 조달하는 자금 1367억 원은 전액 채무 상환에 쓰인다. SK디앤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중앙미디어그룹 등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BBB급 회사채의 자금 조달 시장이 완전히 막혔다”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제 강화까지 겹쳐 어쩔 수 없이 빚 상환을 위해 주주배정 유증을 결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디앤디는 9월 약 1070억 원, 10월 620억 원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또 군포 트리아츠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에 대한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이행금 747억 원이 필요하다.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은 폭탄을 떠안게 됐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SK디앤디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크다. 소액주주들은 감사보고서상 자산가치를 고려할 때, 주당 3만 원 이상에 공개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맞선 바 있다. 즉 SK디앤디는 덩치가 크지만 비인기 업종인 탓에 주가 측면에서는 저평가받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자금 경색이 일어나면서 더 낮은 가격에 유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유상증자 가격과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SK디앤디는 현재 주당순자산비율(PBR)이 0.1배에 그치는 상황이다. 정부가 PBR 0.8배 미만 기업을 저(低) PBR 기업으로 꼽고 규제 정책을 도입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SK디앤디의 PBR은 낮아도 너무 낮은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증권신고서에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시했으나, 일부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앤컴퍼니는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하되, 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아 실권하는 물량은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즉 한앤컴퍼니만 예정대로 유증에 참여하면 지분율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공개매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사측이 정말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철회하면 아예 엑시트(매각)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이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한앤컴퍼니 지분율은 90% 이상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며 “SK디앤디는 유통주식 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는데, 만약 자진 상장폐지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시 거래 활성화를 일으킬지 대안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평업계 “유증 불가피했다”지만 방식이 문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SK디앤디의 유증이 필수였다고 보고 있다. 군포 트리아츠 외에도 구로 생각공장(지식산업센터), 온수역 청년주택, 신길 물류센터, 이천백사 물류센터 등에도 우발채무로 인한 자금보충 의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현재 부채비율이 149%로 아주 높지는 않다고 맞서고 있으나, 마땅히 자금을 끌어올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 신평사들 의견이다. 신평사들은 SK디앤디가 SK그룹에서 이탈하자마자 일제히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BBB-(부정적)까지 낮췄다. 회생절차 신청 직전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앤컴퍼니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결국 문제는 ‘방식’이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유증을 결정한 사례는 국내 증시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동결된 가격이라고 해도 3차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추후 한앤컴퍼니가 단독으로 유증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니면 한앤컴퍼니가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SK그룹 일각에서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디앤디는 한앤컴퍼니에 매각됐지만, SK그룹과 완전히 연이 끊긴 것은 아니다. 군포 지식산업센터 트리아츠의 경우엔 현재 총 2105억 원의 중도금 대출이 발생해 있는데, SK디앤디는 SK그룹 계열 건설사인 SK에코플랜트와 50 대 50의 비율로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트리아츠 수분양자들이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SK디앤디와 SK에코플랜트가 공동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SK그룹 일각에서는 SK디앤디의 다소 무리한 방식의 자금 조달 계획이 사업에 역풍을 불러일으키지 않을지 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패밀리오피스 전환하려고?” 눈치 안 보는 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는 또 다른 피투자 상장사 남양유업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초 추진하려 했던 자진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도 지난 3월 시가배당률 2.8% 수준인 주당 1428원을 배당했는데, 기대보다는 너무 적었다는 핀잔이 나오고 있다. 최근 트렌드와 다르게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앤컴퍼니의 부인에도 IB업계 한편에서는 최근 행보의 배경으로 “패밀리오피스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사모펀드 1위 업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 이후 사모펀드를 옥죄는 규제 방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앤컴퍼니가 다소 독단적인 경영 판단을 내린 것을 보면, 앞으로는 정부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하면 가문 내부의 자금으로만 인수합병(M&A)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니 외부 눈치를 볼 일이 없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