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등장으로 ‘계약 동거’ 끝
▲ 쌍용차와 대우자판이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은 대우자판에 공급하지 않은 쌍용의 신차 ‘카이런’. | ||
지난 98년 대우그룹의 쌍용차 인수시점부터 유지돼 온 양측의 협력관계는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별을 준비하는 양측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쌍용차측은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대우자판측은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들의 7년 동거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대우자판은 지난 98년 대우그룹의 쌍용차 인수 이후부터 대우차와 쌍용차를 한 영업소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우그룹 몰락 이후엔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쌍용차의 딜러로서 위탁판매를 해왔다. 자체 판매망이 열악했던 쌍용차는 대우자판의 전국적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었으며 대우자판도 승용차모델이 주를 이루던 영업소에 쌍용의 SUV를 비치함으로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었다.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주는 관계였던 셈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꾸준히 독자 판매망 확충에 힘을 써오면서 대우자판과의 결별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2백40여 개 수준이던 영업소의 숫자를 올해 들어서 3백여 개까지 늘릴 계획을 잡고 있다. 한때 50%에 이르렀던 대우자판의 쌍용차 판매 비중을 30% 정도로 줄인 상태다. 또한 7월 중으로 2백여 명을 뽑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모두 1천 명 이상의 영업직 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11월 대우자판과의 계약을 갱신해야할 시점에 계약 종료 의사를 대우자판측에 전하면서 독자 판매 노선에 대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미 신차 카이런을 대우자판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라며 결별수순을 밟고 있음을 밝혔다.
쌍용차는 독자판매망을 늘리면서 대우자판과 공조체제를 끝내려는 이유로 ‘판매 차종의 충돌’을 든다. 대우그룹 해체와 GM사의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대우자판은 GM대우와는 별도 법인으로 돼 있지만 여전히 각별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자판이 판매하는 주력 차종도 역시 GM대우 제품이다. 그동안 대우자판의 한 영업소에서 판매되면서도 GM대우는 승용차 위주로 생산해왔으며 쌍용차는 SUV 차종을 주력으로 삼았기 때문에 별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GM대우가 내년 상반기에 SUV차량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오는 10월께 코란도 후속 모델인 SUV 차량 ‘C-100’을 출시할 예정인 쌍용차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M대우가 최근 호주 홀덴으로부터 수입판매하기 시작한 ‘스테이츠맨’도 쌍용차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스테이츠맨’은 국내 대형차 시장을 주름잡아온 쌍용차의 ‘체어맨’과 용도와 배기량에서 비슷한 차종이다. GM대우와 대우자판이 여전히 ‘대우 가족’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는 자사 제품의 경쟁상대가 될 GM대우 차종과 한 공간에서 판매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쌍용차 대주주가 된 상하이자동차측도 쌍용차의 독자 판매망 확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우자판과의 분리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란 평을 듣고 있다.
쌍용차와 대우자판은 여전히 계약 연장 여부를 놓고 협상중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대우자판과의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 “(대우자판이)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야…”라며 쌍용차의 독자노선 방침이 확고함을 밝혔다.
반면 대우자판은 쌍용차와의 계약 연장 가능성에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 입장이다. 대우자판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중이며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올해 말까지는 기존 형태로 계속 (쌍용차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매장에 한 회사 제품보다 여러 회사 물건 놔두는 것이 소비자 시선을 잡아끄는 데 용이한 것이 사실”이라며 쌍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쌍용차가 자체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대우자판 관계자는 “영업조직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규 자동차 영업소를 개설하면 그 매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린다”고 밝힌다. 이 관계자는 “차종이 겹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럴 수준은 아니다. 쌍용차와는 그동안 함께 잘 해왔다”라며 계약 연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우자판과 완전 분리될 경우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 문제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영업소를 계속 늘려가고 있으며 판매사원 대규모 확충이 잘 이뤄지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대우자판측과는 상이한 견해를 내놓았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귀국과 구속으로 빚어진 ‘김우중 발 폭풍’에서 한발짝 비켜나기 위해 쌍용차가 서둘러 대우자판과의 관계 정리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그건 너무 음모론적 시각 아닌가”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