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552회는 '초록 섬에서 맛나다, 해조류 밥상' 편으로 꾸며진다.
2021년 봄 미 항공우주국(NASA) 싸이트에 오른 한 장의 인공위성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반도 남쪽 다도해의 무수한 섬 사이를 메운 빗금 모양의 해역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완도 해조류 양식장이다.
빙그레 웃을 완(莞)자에 섬 도(島)자를 쓰는 완도는 오래전부터 해조류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곳. 완도를 찾아 김,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 익숙한 해조류부터 넓패, 참모자반, 불등풀가사리 등 독특한 해조류까지 푸른 생명의 맛을 만나본다.
완도는 섬마다 간석지가 많고 조류가 완만해 해조류 양식에 최적이다. 그중 소안도는 한겨울부터 초봄까지 김 치기(김 채취)가 한창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김 농사'’를 짓는다는 신성길 선장을 따라 소안도 앞바다로 나선다.
푸른 바다를 가득 메운 수백여 개의 김발들. 김 채취기가 돌아가면 바닷물에 잠겨있던 김발이 올라오고 탈곡하듯 물김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맘때 소안도 미라항과 맹선항에서는 매일 오전 김 위판장이 열리는데 수십 척의 배들이 물김을 싣고 도열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호각소리가 들려오면 경매인들이 배를 옮겨 다니며 김을 살핀다. 찬 바람과 햇볕을 적절히 쐬어가며 자란 소안도 김은 윤기가 흐르고 향기로운 것이 특징이다.
경매를 마친 성길 씨가 평소에 즐겨 먹는다는 물김국을 끓이는데 언 몸을 녹이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한 해 풍작을 기원하며 먹던 김시루떡과 김복쌈, 김발에 붙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별미가 된 파래에 묵은지를 썰어 담근 파래김치, 바다 마을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 김해신탕까지 소안도의 영양 가득, 맛 가득한 밥상을 만나본다.
평일도는 평평할 평(平)에 날 일(日) 자를 써 '편안하고 좋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긴 곳이다. 이름처럼 잔잔한 바다 덕에 갯벌과 해조류 숲이 풍부해 미역과 다시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30년차 능숙한 '바다 농사꾼' 유재철 씨가 오늘도 바다로 나섰다. 탄성이 터져나올만큼 잘 자란 미역을 끌어올리던 재철 씨가 미역귀 둘을 손에 들고 설명한다. 미역에는 암수가 있는데. 끝이 둥글면 암컷, 길고 뾰족하면 수컷이라고. 그런데 배에 미역을 잔뜩 싣고 도착한 곳은 전복 양식장이다.
미역과 다시마가 나는 초봄은 전복이 살을 찌우는 시기다. 겨울에는 미역을 먹이로 여름에는 다시마를 먹여 전복을 키운다 미역보다 제철이 조금 늦게 오는 다시마는 한창 잎을 솎아주는 때다.
40~50개가 자라는 다시마 잎을 6~7개만 남기고 솎아준다. 다시마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데 이때 솎아낸 다시마는 여리고 향긋해 쌈으로 먹기 제격이다.
재철 씨가 바다에서 거둔 것들로 한 상 차리겠다는 아내 유은영 씨. 전복과 다시마를 아낌없이 넣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다시마영양밥, 미역을 불려 달달 볶다가 보얀 국물이 우러나도록 끓인 전복미역국은 며칠을 두고 먹어도 맛있단다. 이밖에도 다시마를 채 썰어 넣어 씹는 맛이 일품인 다시마잡채, 삼겹살과 전복을 다시마에 싸 먹는 다시마쌈. 부부가 오랜 세월 품고 살아온 평일도의 바다가 내어준 밥상에 함께 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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