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각 심은경 “민방위 훈련 때문에…”
▲ <카운트다운> 왼쪽부터 정재영과 전도연. |
누가 봐도 친밀한 오누이처럼 보일 정도로 유쾌한 모습을 보인 두 배우. 그렇지만 제작보고회가 끝난 뒤 정재영은 전도연에게 혼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영화를 홍보해야 하는데 왜 쓸데없는 농담만 늘어 놓느냐는 전도연의 핀잔에 정재영이 고개를 숙인 것. 긴장되고 어색해서 그랬다는 정재영의 변명에 전도연은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해야지 왜 자기까지 끌어들이냐며 핀잔을 줬다는 후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어색함이 만들어낸 해프닝일 뿐, 두 배우의 관계는 영화 속 찰떡호흡만큼이나 절친하다.
이처럼 긴장한 나머지 배우들은 제작보고회에서 종종 실수를 범하고 만다. 제작진이 특히 조심하는 부분은 영화 주요 내용을 실수로 말해버리는 ‘스포일러’다. 5년 전 영화 <거룩한 계보>의 제작보고회에서 생긴 일이다. 당시 영화 마케팅팀은 주연배우 정준호에게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영화 속 주요 내용을 발설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평소 인터뷰에 능숙한 정준호지만 지나치게 답변이 길기로도 유명한 탓에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을 걱정했던 것. 아니나 다를까 한 기자의 매우 간단한 질문에 정준호는 장황한 답변을 들려줬는데 그 와중에 영화 속 주요 내용을 흘리고 말았다.
그토록 보안에 철저했던 주요 내용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현장의 마케팅팀 직원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정준호 옆 자리의 장진 감독이 취재진에게 해당 내용은 보도를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말하며 상황을 급히 정리했다. 사실 이날 정준호는 현란한 말솜씨로 ‘결혼설’ ‘정계진출설’ 등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는 데 성공했지만 허무하게도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가벼운 질문에 그만 스포일러를 흘리고 말았다.
▲ <퀴즈왕> 막내 출연자 심은경은 민방위 훈련으로 차량이 통제돼 제작보고회에 무려 30분이나 지각했다. |
배우의 지각이 금기시되는 제작보고회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10분씩 늦는 여배우도 있다. 여배우 A는 보통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제작보고회에 미용실에서 준비가 늦었다는 핑계로 항상 10분씩 늦게 도착해 제작진의 속을 썩이는데, 그가 이렇게 조금씩 늦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A와 오랜 기간 일했다는 한 스타일리스트는 “유독 A가 스타일에 신경 쓰는 탓도 있지만, 현장에 미리 도착해도 밴 안에서 늑장을 피운다”고 전했다. 그는 A의 공주병이 유명하다며 “가장 늦게 도착하는 게 여배우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배우들의 포토타임은 제작보고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여배우들의 노출 드레스는 물론 개성 강한 옷차림에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고 이는 곧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된다. 그런데 역대 가장 오랜 시간 포토타임을 허락했던 배우는 놀랍게도 여배우가 아닌 배우 박중훈이다. 지난 2006년 영화 <라디오스타> 제작보고회. 이날 박중훈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저는 사진기자들을 좋아합니다. 사진기자들과 저는 매우 친합니다”라는 닭살 멘트(?)까지 날리며 상당히 오랜 시간 포토월 앞에 섰다.
하지만 이날 그가 이날 유독 사진기자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석 달 전쯤 전작 <강적>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진기자들과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던 것. 주최 측의 미숙한 진행에 사진기자들이 취재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자 박중훈이 나서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사진기자들에게 화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순간 현장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실제로 몇몇 사진기자들은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 오해를 제대로 풀지 못했던 박중훈은 <라디오스타> 포토월 앞에서 오랜 시간 동안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한 것이 일종의 공식 사과였던 셈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