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8일 방송되는 MBC '다큐플렉스, 칼과 불' 1부 '불의 맛'은 한중일 요리 대가들이 선보이는 맛의 정점 '불 맛'을 통해 한식만의 독특한 불과 열의 세계를 인문, 과학적 탐문으로 접근한다.
불맛의 대명사라 불리는 중식. 우리나라 중식의 산증인이자 불판 경력만 50년을 자랑하는 왕육성 중식 대가는 불 맛은 '과학'이라 말한다. 지렛대 효과를 사용한 웍 질 속엔 열의 대류와 전도가 존재한다. 뜨거운 웍의 표면에 간장을 뿌려 불향이라는 신묘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중식에 비해 일식은 섬세한 미학을 강조한다. 볏짚 훈연을 통해 고등어의 지방질을 녹이는 황금빛 고등어 초밥, 뜨거운 물로 도미의 껍질 표면만 익혀 지방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마츠카와' 기법 역시 정교한 불의 산물이다.
탕반의 민족이 낳은 걸출한 주방도구하면 '가마솥'을 빼놓을 수 없다. 무쇠로 만든 가마솥과 가마솥 무게의 1/3에 달하는 가마솥 뚜껑은 대류라는 열의 순환을 통해 쌀과 국을 끓이고 찬을 찌는 한식만의 고유한 증숙 문화를 발달시켰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이 낳은 글로벌 셰프 '정관스님'이 맛의 용광로 '가마솥'으로 한식의 불을 조명한다.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한식 대가 조희숙 셰프는 '손맛'에서 또 다른 '열'을 찾았다. 식재료를 주무르면서 발연점이 낮은 불포화지방산을 녹이며 맛의 풍미를 높이는 것. 그저 정성이라 여겼던 손맛 속 숨겨진 '열'의 과학적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직접적인 불 이용을 넘어 햇볕과 손의 열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온 한민족의 신묘한 불의 세계를 만난다. 그런가 하면 장 역시 불의 산물이다. 한여름 장독 표면이 펄펄 끓는다는 말처럼 햇볕만으로 장독대 안의 온도가 40~60도까지 올라가는 신비한 발효의 세계도 살펴본다.
TV에서 보기 어려운 한중일 음식 대가들이 총출동하는 UHD 음식문화 탐구 다큐멘터리 '칼과 불'. 특히 100년 전통의 호텔이 최초로 공개하는 시즌 메뉴는 화려한 볼거리와 오감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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