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그럴싸…승부수 띄웠다
▲ 2015년까지 조성되는 ‘하남유니온스퀘어’ 조감도. |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대형마트가 도심 한복판에, 그것도 여러 군데 자리 잡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백화점이라면 몰라도 상식적으로 땅값 비싸고 교통비와 물가 비싼 도심에 대형마트를 여럿 짓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물건을 싸게 팔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대형마트가 주로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고객들이 값싼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직접 승용차로 오가야 한다. 소비자가 그런 번거로움을 감내해야만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근교라서 부지를 확보하기 쉽고 유지비가 덜 드는 만큼 물건을 싸게 팔 수 있다. 이렇기에 대형마트는 그곳대로, 동네 소매점은 그곳대로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도심에 있음에도 물건 값이 저렴하니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싼 땅값과 인건비, 유지비를 감당하고도 남으려면 당연히 중소 협력업체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역 중소상인들과 마찰도 불가피하다.”
수년 전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기업형슈퍼마켓(SSM, Super Super Market)이 사회적으로 시끄러워지기 전이었다. 단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유통업체 관계자의 결론은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근교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지난 5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나들이와 여가를 즐기며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하남유니온스퀘어 외국인 투자 유치 확정 및 사업 선포식’ 자리였다.
‘하남유니온스퀘어’는 신세계와 미국 티브먼사(社)가 함께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11만 7000m² 규모에 2015년까지 8000억여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복합쇼핑몰이다. 쇼핑몰은 물론 극장 수영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어서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정 부회장은 “물건만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개념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대전과 안성에 복합쇼핑몰을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전의 복합쇼핑몰은 2013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경기도 안성의 복합쇼핑몰은 현재 경기도와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현재 서울 수도권과 광역시급 교외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정 부회장의 말로 미뤄 교외형 복합쇼핑몰에 대한 정 부회장의 확대 의지는 뚜렷하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구상한 가장 큰 이유는 한계에 다다라 꽉 막힌 사업에 새로운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즉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정 부회장과 신세계로서는 신성장동력인 셈이다. 정 부회장도 스스로 “도심에서 백화점 사업을 하기는 비용도 많이 들고 법적 제한도 많아 쉽지 않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에 대해 재계에서는 해오던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오너들처럼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당면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에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며 “하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지 않겠느냐”고 평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관건은 성공 여부다. 경영 능력은 결과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직원들과 소통하고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과 교류한다는 점이 꽤 높이 평가받았다. 재벌의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에 대해 “앞으로 큰일을 할 오너”라며 극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영 능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 부회장의 약점이다.
SSM 문제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자유로워 보이나 실은 정 부회장 역시 자신이 강조한 ‘유통채널 다양화’의 한 형식으로 SSM 진출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그것이다. 정 부회장은 창고형 할인매장, 프리미엄아울렛 사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성공을 확신하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여주·파주프리미엄아울렛의 성공적인 안착이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주5일근무제에다 대부분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어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업적으로 봤을 때 교외라면 많은 사람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며 “쇼핑보다 오히려 레저와 엔터테인먼트를 더 강화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의 사례에 비춰보면 이 말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최근 파주프리미엄아울렛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쇼핑만이 목적이라면 물건 품질과 상태, 가격 면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헤이리예술마을, 통일전망대, 출판단지 등 파주 지역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어울려 있다는 것이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을 찾는 큰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