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청사에 기자실 비서실 경호처 모두 입주 유력…국빈 행사 위한 영빈관은 용산 공원 내 신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20일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5월 10일 취임식 후 곧바로 국방부 청사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 계획이다.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 10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20일 “본관, 영빈관을 비롯하여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경호상 문제로 용산으로 이전 장소가 변경됐다. 자리를 내어주는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이전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3월 20일 “합참 청사는 전시작전권 행사를 고려해 한미연합사와 함께 건물을 사용하도록 건립됐다”며 “한미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해 공간에 여유가 있어 국방부가 함께 건물을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의 핵심 쟁점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를 옮기는 문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설립된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안보를 비롯해 각종 재난재해 등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를 총괄한다. 국내외 정부기관·시설과 유·무선 지휘통신망이 촘촘히 연결돼 있어 이전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하벙커를 1년 이내로 이전 및 구축할 수 없고,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실로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각종 난관에 부딪힌 용산 집무실 이전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기존 청와대와 어떻게 다른지 질문과 답변으로 재구성해봤다.
Q1. 청와대와 국방부 청사 규모 차이는.
기존 청와대 규모는 2만 1600㎡(약 6534평)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이 있는 본관이 4800㎡(1452평), 여민관으로 불리는 비서동(1~3동)이 9000㎡(2724평)이다.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은 2400㎡(726평), 경호청사 2760㎡(834평), 경호시설 충정관은 2640㎡(798평)이다. 국방부 청사의 경우 지하 2층, 지상 10층짜리 건물이다. 부지는 1만 5000㎡(4537평)이다. 청사 건물 안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들의 사무실, 민간위원회, 기자실 등이 모두 들어설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은 국방부 장·차관실인 청사 2층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층에 출입기자실을 두기로 하면서 집무실은 3~5층 중 한 곳에 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일각에서는 용산공원 안에 집무실을 새롭게 짓자는 제안도 나온다.
Q2. 대통령 관저는 어디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리모델링해서 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관저와 집무실까지 이동 거리는 대략 3km로, 넉넉잡아 5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출퇴근길 신호 통제가 이뤄져 실제 소요 시간은 3~4분 안팎일 예정이다. 취임 이후 시민 불편 사항 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집무실 인근에 신축하는 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존의 청와대 대통령 관저는 5월 10일 윤 당선인 취임 직후 바로 민간에 공개될 예정이다. 청와대 주변 지역도 각종 규제가 풀리게 된다.
Q3. 기자실은 어떻게 달라지나.
청와대 기자실은 본관이나 비서동(여민관)과 떨어진 춘추관에 있었다.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는 집무실은 춘추관에서 10~15분 거리다. 기자들 사이에선 취재가 원활한 동선은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의 한 언론인은 “풀단이 꾸려지는 게 아니면 여민관(비서동)도 가지 못한다. 비서진들이 내부 견학을 시켜줘야 구경이 가능했다”며 “사실상 춘추관 내에만 있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은 특히 본관 내 제일 구석에 있어서 소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용산 집무실 기자실은 국방부 청사 1층에 마련하는 안이 거의 확정됐다. 대통령 집무실 밑에 출입기자실을 두도록 한 것은 언론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Q4. 외국 국빈들 행사는 어디서 할까.
국빈 방문 때 사용되는 영빈관은 용산 청사 인근에 새로 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용산공원 안에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건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기존 청와대 영빈관이나 국방부 청사 인근 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청와대 영빈관 활용안에 대해 윤 당선인은 “(청와대 부지를) 공원으로 개방하더라도 저녁 국빈만찬 같은 행사 때 쓸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Q5. 비서동은 어떻게 바뀔까.
여민관으로 불리는 비서동은 춘추관, 본관 등과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걸어서는 10~15분 소요된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집무실 2층에 대변인실과 비서실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5층에도 국가안보실장실이나 정책실장실 등 주요 참모 사무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6~10층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와 회의실 등이 배치될 전망이다.
Q6.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는 어떻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국방부나 합참 상황실보다 규모가 크고 시스템도 복잡하다. 군사전술지휘 시스템은 물론 재난재해 안전망, 경찰, 소방 등까지 연계돼 있다. 각종 방호시설 때문에 일반 건물과 달리 리모델링만 두 달 이상 걸린다는 의견도 있다. 지휘통제통신 시스템이 달라, 네트워크를 통째로 옮겨 망을 안정화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국방부 내 지하 벙커를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합참 벙커를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 인수위 역시 핵심인 군사 관련 정보는 뿌리가 합참이고, 청와대, 국방부와 다 연결이 되어 있어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Q7.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건물 안에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국방부 청사 맞은편에 있는 국방부 시설본부 건물에 경호처를 입주시키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윤 당선인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국방부 청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 때문이다.
Q8. 집회·시위는 어떻게 달라지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간 집회·시위는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나 효자치안센터에서 이뤄졌다.
용산 집무실 이전 후에는 용산공원에서 집회·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용산공원 지역은 국민들의 휴식처로, 경호 차원에서 이 지역 일정 범위는 시위하지 못하도록 조처할 예정임을 밝혔다. 광화문 중심으로 이뤄지던 대규모 시위 역시 용산 주변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