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청사 경호 난관, 외교부 청사 공간 부족…국방부 청사 유력하지만 소통 취지 무색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청와대 축소 또는 해체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광화문 시대’를 천명하고 집무실을 이전하려 했지만, 경호와 예산 등 문제로 뜻을 접었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됐으나, 경호시스템 재구축 및 인력 재배치를 위한 막대한 예산 등이 걸림돌이 됐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부터 집무실 이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 비서실,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3월 16일 “기존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며 “5월 10일 저희가 취임해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다는 점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인수위와 별도로 당선인 직속 청와대개혁TF를 꾸려 집무실 이전 공약 이행을 위한 실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관계 기관인 경찰 역시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신설, 경비와 집회·시위 관리 등을 검토한다.
윤 당선인 측은 광화문 정부청사와 외교부청사(별관), 용산 국방부청사 세 곳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는 ‘국민 소통’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기에 가장 좋은 후보지다. 광화문 이전 공약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이 방안을 두고 많은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광화문의 경우 고층 건물이 많아 경호 문제가 큰 난관으로 꼽힌다. 도‧감청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뒤를 잇는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는 만큼 윤 당선인의 출퇴근길도 문제다. 윤 당선인 관저가 이곳과 가장 가까운 삼청동 총리공관이 될 경우, 이동거리는 2km 내외다. 이동시간은 차량으로 5분, 도보로 25분 정도이지만 출퇴근길 인근 도로와 건물을 폐쇄하거나 주변 통신을 차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들에게 큰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외교부 청사의 경우 외교부가 다른 민간 건물을 임차해 이주해야 하는 번거로움, 임대비용 등의 예산 등이 걸림돌이다. 물리적으로도 인근 공간이 부족해 지하 벙커, 헬기장, 영빈관 등을 설치할 공간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용산 국방부 청사가 유력한 카드로 급부상했다. 용산은 광화문 청사와 달리 경호·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교통체증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민들에게 줄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 측 원칙에도 들어맞는 셈이다.
용산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광화문 청사보다 도·감청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외에도 국방부 부지 내엔 헬기 두 대가 이착륙 가능한 공간이 있다. 청사 가까운 곳에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수 있는 국방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여기에 국방부 청사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리는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는 그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가 늦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용산 집무실’도 리스크는 많다. 윤 당선인 관저를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으로 옮기면 국방부 청사와의 이동거리는 4km가량이다. 역시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또한 광화문 대통령의 공약도 포기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소통을 위해 집무실 이전을 택했지만, 국방부 청사를 택할 경우 이런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군사시설이 밀집한 용산으로 옮기면 도심과 단절된 청와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 업무를 총괄하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대통령 경호처장 물망에 오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3월 15일 국방부 청사를 찾아 점검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조직 개편 업무를 다루는 ‘청와대개혁TF’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윤 의원은 3월 15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청사별관(외교부) 이외에 용산 국방부 청사도 대통령 집무실 후보군으로 놓고 검토 중”이라며 “외교부와 국방부 중 한 군데가 될 것으로 보이고 최종 결정은 당선인이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통령실 후보지로 용산이 검토되는 데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 말씀 드릴 게 없다”며 “대통령 인수위에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광화문, 용산 두 청사 모두 장단점이 있다. 광화문의 경우에는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광화문 대통령의 의미가 있지만, 큰 길 옆이라 경호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곽 교수는 “국방부 청사는 큰 길에서 떨어져 있고 이미 방어시설이 구축돼 있어 경호 비용이 줄어든다. 국방부 내 지하벙커도 있기 때문에 NSC 회의 때 이용 가능해 상대적으로 비용, 경호 측면에서는 광화문보다 낫다. 하지만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