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에 들춰진 치부 전일저축 연루설도
▲ 종편시대를 앞두고 강호동 유재석 두 국민 MC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 참석한 강호동과 유재석. 연합뉴스 |
#유재석의 <무한도전> 하차 가능성 없나?
유재석과 함께 국민 MC의 자리를 굳게 다진 강호동이 심각한 위기에 휩싸인 첫 번째 사안은 ‘1박2일’을 하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강호동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가 없는 ‘1박2일’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결국 KBS는 강호동이 하차하지 않는 대신 연말에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시한부 ‘1박2일’을 보게 된 시청자들 입장에서 강호동에 대한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유재석이 MBC <무한도전>에서 하차할 가능성은 없을까. 방송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기 MC 입장에선 시간이 돈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회당 1000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고 있으며 종편 가세로 출연료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1박2일’의 경우 반나절이면 끝나는 여느 프로그램과 달리 이틀을 꼬박 촬영한다. 결국 ‘1박2일’을 포기하면 다른 프로그램을 두 개 이상 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종편 채널 가세로 강호동과 유재석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급증했다. <무한도전>도 촬영 시간이 ‘1박2일’ 못지 않게 길어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을 포기하면 한두 개의 프로그램에 더 출연할 수 있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자신들의 출연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을 원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 강호동의 전 소속사 스톰이앤에프는 ‘1박2일’을 제외한 나머지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을 모두 외주제작했다. 몇 해 전 스톰이앤에프는 유재석 하차설까지 제기하며 <무한도전>의 외주제작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관계자들은 강호동이 ‘1박2일’에서 하차한 이유를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 가운데 외주제작권을 따낼 가능성이 가장 적은 프로그램이 ‘1박2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곧이어 ‘무릎팍도사’ 하차설이 불거진 까닭 역시 과거 강호동의 소속사가 외주 제작하던 ‘무릎팍도사’를 현재는 MBC가 자체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유재석 역시 외주제작권을 따낼 가능성이 가장 낮은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다. 한 공중파 예능국 PD는 “종편 시대에 맞춰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1박2일’이 폐지되면 KBS 나영석 PD도 종편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고 종편의 거듭된 영입 제안을 받고 있는 MBC 김태호 PD 역시 유재석 하차로 <무한도전>이 폐지되면 종편행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강타한 세풍, 유재석은 안전할까
연예인의 프로그램 하차는 비일비재한 사안이나 강호동과 유재석에겐 ‘의리’ 대신 ‘돈’을 선택한 모양새가 되는 부분이 가장 큰 부담이다. 두 국민 MC 이미지의 근간인 ‘의리’가 흔들릴 수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에게 탈세 논란은 치명타가 됐다. ‘1박2일’ 하차설로 ‘의리’를 버리고 ‘돈’을 택하는 듯한 이미지를 떠안은 강호동이 이번엔 ‘돈’ 때문에 법까지 어긴 모양새가 됐다. 탈세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이야 이전에도 많았고 최근 배용준은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독 강호동에게만 심한 질타가 쏟아지는 까닭은 그동안 강호동이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국민 MC로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망과 분노도 컸다. 심지어 지난 7일엔 한 40대 시민이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대해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호동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을 정도다.
국세청의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더욱 거세게 진행될 예정이다. 강호동에 이어 김아중도 탈세로 물의를 빚었으며 국세청이 현재 추가적으로 몇몇 연예인의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이 연예인 등 고소득자에 대한 관리와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예계에는 한동안 세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연예관계자들은 세무조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연예인이 그리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연예인이 워낙 고소득자인 데다 필요경비를 명확하게 산출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여느 기업체와 마찬가지로 연예기획사들 역시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는 방향으로 필요경비를 산출하는 게 관행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까지 유재석도 강호동과 같은 소속사였던 터라 필요경비 산출 방식 역시 비슷할 가능성이 커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1인 기획사 설립 이후 유재석이 세금 문제를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검찰 소환설까지 휘말린 강호동
종편 시대가 연예인들에겐 커다란 기회가 되고 있으며 특히 양강체제를 구축한 두 국민 MC에겐 더욱 그렇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분명 기회지만 이로 인한 자진하차설, 탈세 등 ‘돈’ 관련 문제도 더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강호동과 유재석은 심할 정도로 ‘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의리파’로 이미지가 굳어진 경향이 있다. 종편 시대를 맞아 이런 이미지가 조금씩 바뀔 수밖에 없다.
사실 악재는 지난 봄에도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한창 불거지는 가운데 검찰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의 이름도 거론됐던 것.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가 전북 전주 전일저축은행 불법대출 관련 사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호동과 유재석의 주식이 대출 과정에서 담보로 활용된 것이 확인됐다. 전일저축은행 대주주인 은인표 씨와 사촌인 은경표 스타시아엔터테인먼트(스타시아) 대표는 자신이 대표이사인 스타시아의 대주주인 강호동·유재석 등의 주식을 전일저축은행에 양도해주는 조건으로 전일저축은행에서 70억여 원을 대출받았다. 이로 인해 강호동과 유재석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강호동이 검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관계자는 “그런 사실 없다. 소환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연예관계자들은 탈세 관련 조사를 받는 것이 검찰 출두설로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기 예능 PD 출신인 은경표 스타시아 대표는 신동엽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신동엽이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과정에 함께했으며 디초콜릿엔터테인먼트(현 스톰이앤에프) 경영권 분쟁에도 함께 뛰어든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은 대표가 강호동 유재석 등과도 깊은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방송가에선 은 대표를 중심으로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등 인기 MC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설립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종편시대 새로운 공룡 탄생하나
다시 강호동과 유재석이 같은 연예기획사로 뭉친다면 종편 시대의 새로운 공룡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전 소속사 스톰이앤에프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가질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종편 채널 가세로 강호동과 유재석 쟁탈전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더 높은 출연료를 받으며 외주제작권까지 독식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만큼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다만 강호동이 현재 친구인 박태현 전 스톰이앤에프 이사의 도움을 받으며 소속사 없이 지내고 있고, 1인 기획사를 설립한 유재석 역시 아직 법인화를 하지 않은 채 사업자등록만 했을 뿐이다. 이처럼 두 국민 MC가 소속사와 관련해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들의 움직임을 둘러싼 추측만 무성하다.
이들이 각각 외주제작이 가능한 프로덕션 형태의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종편 시대에 뛰어들지, 아니면 실제로 이들의 연합 전선이 펼쳐질지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이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강호동과 유재석은 거대기획사의 보호 아래 철저하게 좋은 이미지만 보이며 인기 가도를 달려왔다. 반면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전면에 나선 신동엽은 거듭되는 이미지 하락으로 강호동과 유재석 양강 구도에 밀리고 말았다. 결국 종편 시대가 강호동과 유재석에겐 기회이자 위기인 셈.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나치게 성역화된 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이젠 드러날 수밖에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