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계열사, 갑작스런 계획 백지화에 투자자들 ‘멘붕’…“대기업이 운영해서 믿었는데…”
약 1년 동안 톨(XTL)에 투자했다는 투자자 배 아무개 씨의 말이다. 배 씨가 투자한 XTL이 갤럭시아 ㄹ머니트리에서 운영하는 갤럭시아 메타버스(갤메)에서 내놓은 코인이었기 때문이다. 톨은 과거 좁쌀이란 이름으로 불리다 이름이 바뀐 코인이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효성그룹 계열사다.
효성그룹에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 외에도 갤럭시아머니트리라는 핀테크 전문 기업이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최근 영역을 확장해 자회사 갤메를 통해 XTL이란 간편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코인을 내놓았고,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거래소 등도 운영 중이다.
XTL은 지난해 12월 14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 플랫폼인 쟁글을 통해 2022년 로드맵을 내놓았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톨은 1분기 내에 기존 메타디움 기반 메인넷을 클레이튼 기반 메인넷으로 변경한다. 클레이튼은 카카오 자회사가 운영하는 메인넷으로 국내 많은 블록체인 서비스가 사용 중이다.
또한 XTL은 1분기 이내 목표로 국내외 탑 거래소에 신규 상장하겠다고 명시했다. 국내외 최고 거래소라고 한다면 국내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이 손꼽히고 해외 거래소 중에서는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FTX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갤메에서 운영 중인 NFT 플랫폼 결제코인으로 XTL을 연동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다만 XTL의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대형 거래소 상장 후 1개월 이내 연동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XTL은 기존 고팍스 거래소에서만 상장돼 있어 유저들의 구매나 이용이 어려웠다. 고팍스는 최근 전북은행과의 제휴로 실명 계좌를 발급 받아 원화 입출금이 가능해졌지만 오랫동안 원화 입출금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XTL이 원화 입금이 막혀 있던 고팍스 이외에 대형 거래소 상장 계획을 밝히자 매수세가 붙기 시작해 약 한 달 만에 80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많은 투자자는 공시를 믿고 12월부터 기다림을 시작했고 곧 약속했던 1분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1분기가 끝나감에도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은 XTL 텔레그램 채널에 진행 상황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 달라는 문의를 빈번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XTL 투자자 김 아무개 씨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문의가 반복적으로 올라올 때마다 담당자는 ‘일정 변동 없이 진행 중이다’, ‘공격적인 마케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등의 긍정적인 얘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런데 3월 17일 갑작스러운 공지를 통해 메인넷 변경 및 탑 거래소 상장 등이 무기한 연기되었음을 알렸다. 많은 투자자는 이 공지에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중요 계획이 기약 없는 상태로 빠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불만까지 더해져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김 씨는 “원활하지 않은 소통이 큰 문제다. 텔레그램 채널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어떤 홍보 채널도 없다. 명색이 대기업 자회사 운영하는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는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나마 있는 채널인 텔레그램에서는 운영자가 똑같은 내용을 반복 답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투자자 백 아무개 씨는 “텔레그램 XTL 운영자는 매크로 답변조차 귀찮았는지 심지어 위믹스(위메이드 코인) 커뮤니티 텔레그램에서 위믹스 운영자가 쓴 말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 하다가 위믹스를 XTL로 수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텔레그램 운영자 계정으로 ‘상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개인적인 사견인지 선동인지 모를 얘기를 쓰는 때도 있었다. 이런 말은 상장만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을 더 화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판했던 투자자 배 씨는 “알트코인 투자로는 장기간인 약 1년 동안 투자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XTL 운영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3월 24일 갑자기 190억 개 토큰 발행을 사전 안내 없이 진행했다. 190억 개는 기존 물량에 19배나 되는 양이다. 그런데 엄청난 물량 발행 전후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갤럭시아머니트리나 갤메는 정확한 발행 사유와 활용 방안 공지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배 씨는 “이런 주먹구구식 운영은 또 있었다. 갤메에서 운영하는 지갑에는 인출 기능이 없었는데 메인넷 전환 후에 인출 기능을 넣어주기로 했다”면서 “그런데 정작 메인넷 전환이 기약이 없어지고, 트래블룰(가상자산 입금 출금이 제한받는 것) 적용기한이 가까워오자 3월 17일 갑작스러운 공지 후 ‘트래블룰 적용되면 인출 안 될 수 있으니 빨리 인출하라’고 경고성 공지하는 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공시했던 대로 로드맵을 따라 투명하게 공시하고, 해외법인 빨리 설립하고, 메인넷 전환해서 상장하면 더 바랄 게 없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대기업답게 약속한 만큼은 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측은 “(텔레그램에 공지된) XTL 관련 공지 외에 추가 전달 사항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