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돌려줬지만 약속한 이자가 1억 원대…모친이 한소희 통장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
지난해 7월 한소희는 빚투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소희는 ‘다섯 살 때쯤 부모님 이혼으로 할머니께서 길러주셨다. 줄곧 할머니와 같이 살았고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이 길로 접어들게 됐다. 어머니와 왕래가 잦지 않아 스무 살 이후 어머니 채무 소식을 알게 됐다. 자식 된 도리로 데뷔 전부터 힘닿는 데까지 어머니 빚을 변제해드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중은 교류가 없었던 모친 빚으로 논란에 휩싸인 한소희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월 23일 한소희는 어머니 신 아무개 씨와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이번에는 한소희가 연관됐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보이기도 했다. 2018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한소희가 자신의 통장을 어머니가 쓸 수 있도록 빌려줬다는 의혹이다. 신 씨가 한소희 명의 통장을 사기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고소인 김 아무개 씨는 한소희 어머니 신 씨와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다. 그런데 2018년 2월 신 씨는 김 씨에게 ‘4000만 원을 빌려주면 매월 200만 원의 고액 이자를 주겠다’고 접근했다. 김 씨는 당시 간경화가 심해져 사실상 시한부 직전 상황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건강 악화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신 씨에게 돈을 맡기면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맡기게 됐다.
김 씨는 신 씨에게 2018년 2월 1일 200만 원을 시작으로 2018년 3월 16일 270만 원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3120만 원을 이체했다. 이때 신 씨가 썼던 통장이 한소희 명의 통장이었다. 그런데 이때 김 씨와 신 씨가 약속한 이자가 굉장한 고리였다. 양측 입장이 다르지만 1년 이자가 약 50%에서 100%에 달했다. 이자제한법을 한참 넘는 금리였다.
그런데 약속과 달리 이자는 받을 수 없었다. 김 씨에 따르면 치료비에 쓰기 위한 전 재산을 빼앗긴 상황에 놓이자 김 씨는 신 씨에게 수차례 독촉과 호소를 반복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19일 신 씨는 김 씨에게 100만 원 돈을 보내준 게 전부였다.
이때 쓴 통장도 한소희 명의 통장이었다. 이후 신 씨는 2018년 7월에도 김 씨에게 돈을 부탁했다. 이때 김 씨에게 입금해 달라고 보낸 통장도 한소희 명의 통장이었다. 김 씨 측이 신 씨가 한소희 통장을 일시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신 씨가 한소희에게 통장을 양도 내지 대여 받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결정적 이유다.
만약 한소희가 어머니가 자신의 통장을 쓰는 걸 알면서도 회수하지 않았다면 죄가 될 수 있다. 즉, 이 통장을 대여해줬거나 방치했다면 한소희도 처벌 받을 수 있다. 다만 법적 잘잘못과 달리 미성년자 때 어머니가 만든 통장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인가에 대해선 대중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소희가 어머니가 통장으로 받은 돈을 나눠 쓴 정황도 현재로서는 없다.
게다가 어머니 신 씨가 고액 이자를 약속한 것과 별개로 원금은 대부분 갚은 상황이다. 2021년 11월 김 씨 동생 측이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신 씨를 만나 현금 3000만 원을 받은 바 있다. 신 씨가 간헐적으로 준 돈과 현금 3000만 원을 합하면 원금 혹은 원금보다 조금 더 받았을 수 있다.
다만 약속된 이자대로라면 약 4년 동안 쌓인 이자만 약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최초 약속된 이자는 맞지만 법정 이자를 훨씬 뛰어넘는 이자를 모두 물어줘야 할 책임까지 있는지 여부가 현재 합의가 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신 씨는 “내 잘못을 인정한다. 모든 이자를 구할 수는 없지만 5500만 원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한소희 소속사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측은 “채무를 책임질 계획이 전혀 없다. 딸의 이름을 돈을 빌리는 데 이용하고, 그 딸이 유명 연예인임을 악용해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일련의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어머니 신 씨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한소희 명의로 된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 신 씨는 한소희가 미성년자일 때 임의로 통장을 개설, 해당 통장을 (한소희 몰래) 돈을 빌리는 데 사용했다. 유사한 사건이 몇 차례 더 있었다. 심지어 사문서 위조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민사 재판이 진행됐고, 이미 법원이 한소희와 무관하게 진행된 일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신 씨와 한소희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씨 측은 “신 씨는 사기죄로, 한소희는 사기 방조죄로 고소를 해야 하지만 신 씨 회유로 사기죄로 고소했다 취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 씨가 김 씨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정식 고소하지 않겠다 말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라가서 공증이든 차용증이든 써주겠다. 조사 받기 전에 취하해줘야 한다”면서 “언니 교도소 보내고 싶어 이러나. 이걸 끝까지 가면 전과가 있어서 실형을 받을 것 같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라며 수차례 변제를 약속하며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
김 씨 측은 “통장도 딸 명의라 떼어 먹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신 씨는 김 씨가 치료비가 간절하게 필요한 상황을 알고 속여 치료비까지 가로채 시한부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 동생은 “현재 김 씨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연예인 활동을 하면서 자신 명의 통장을 양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면서 “통장 대여는 그 자체로 범죄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연예인일수록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범죄라는 인식 없이 가족이나 친구끼리 통장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통장 대여는 ‘대포통장’ 등에 사용될 수 있고, 보이스피싱이나 중고 거래 사기 등 범죄에 이용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2015년 1월 20일부터는 대가 없이 대여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있어서 누구든 예외 없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