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친분 따라 몸값 급상승…서평·율우 주목받고 채동욱·이완규·문무일 행보 관심
각 정부 때마다 법조계에서 급성장한 로펌들이다. 이 중 LKB는 판사 출신인 이광범 대표 변호사가 재판 대응(송무)을 중심으로 하는 로펌을 꾸리면서 2012년 설립됐다. ‘입시비리 혐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사건,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의혹’ 이성윤 서울고검장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혐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까지 정치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하면서 ‘여권과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용구 변호사 등 LKB 출신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자리를 꿰찬 것도 한몫했다. 설립 당시 소속 변호사 4명의 소규모 로펌이었던 LKB는 최근 변호사가 70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전관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서초동을 대표하는 로펌이 됐는데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LKB가 독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첫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검찰 출신들이 모여 만든 검찰 수사 대응 전문 소형 로펌들이 주목받고 있다. 벌써부터 서초동(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로펌으로 많은 사건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지우고 윤석열 내걸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사무실. 개업하면서부터 그가 의뢰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한 것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받았던 임명장, 그리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 받았던 임명장은 한편으로 치웠다. 대신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윤석열 당선인과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 의뢰인들에게 ‘윤석열과의 인연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뢰인들이 처음 오면 사진을 보고 한마디씩 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초동 일대에 위치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변화다. 하나같이 윤석열 당선인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사건을 문의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선거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꽤 많이 왔다”며 “몇몇 기업은 자문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내가 윤석열 당선인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전화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누가 뜰까 서평·율우·로백스·평산 등 주목
자연스레 서초동을 ‘윤석열 특혜’를 누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특수통’이었던 만큼 특수통 선후배 검사들이 있는 로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법무법인 서평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서평은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시절에도 많은 사건을 확보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채 전 총장과 윤 당선인이 매우 가깝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 때문에 대형 로펌을 찾은 기업들조차 ‘채 전 총장을 변호인단에 끼고 함께 가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법무법인 율우도 주목받고 있는 로펌 중 하나다. 검사장 출신 이상호(22기)·조상준(26기) 등이 이끌고 있는데 이들 모두 윤석열 당선인과 관계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상준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검에서 보좌했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특수통이다. 김종필 변호사(27기)도 윤 당선인과 가깝다는 평인데, 율우는 대선 당시 윤 당선인 가족 관련 사건 변론을 맡았었다.
최근 문을 연 법무법인 로백스도 특수통들이 뭉친 덕분에 회자되는 곳 중 하나다. 김기동(21기)·이동열(22기) 대표변호사가 올해 2월 설립한 법무법인 로백스는 검찰 수사 대응을 전문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로펌이다. 두 대표 변호사는 검찰 내 특수통을 대표했던 이들로, 윤 당선인과 함께 대형 사건을 수사한 인연도 있다.
수원지검장을 역임했던 강찬우 전 검사장(18기)이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평산도 눈길을 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합류한 법무법인 평산은 검찰 수사 대응 로펌으로 최근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윤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포진했다는 평이다. 평산 소속의 윤웅걸 변호사(21기)는 두산의 사외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몇몇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관심이 높은 변호사는 이완규 변호사(23기)다. 윤 당선인 장모 등 가족 사건 대리인을 맡은 사법연수원 동기로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공직에 가지 않을 경우 몸값이 폭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윤 당선인은 대구지검 초임 때 함께 근무한 손경식 변호사(24기),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23기) 등과도 친분이 상당하다. 롯데쇼핑은 검사장 출신 조상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이 밖에 문무일 전 검찰총장(18기)의 행보도 관심이다. 특수통 출신인 그는 후임인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단둘이 저녁 자리를 자주 가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퇴임 후 고려대 석좌교수로 지내다 지난해 9월 말쯤 변호사 등록을 마쳤는데 개업할 경우 적지 않은 ‘전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3년)을 넘기지 않아 대형 로펌에 합류하기는 힘든 탓에, 개업하거나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소형 로펌에 합류해야 한다. 문 전 총장이 어느 로펌에 갈지 전관 변호사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검찰 전관 출신의 로펌 대표 변호사는 “첫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 아니냐. 그 어느 때보다 검찰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로펌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자연스레 이 기회를 타 성장하는 로펌이 생길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의 권한 확대와 함께 사건을 선임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