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대물 보상 안돼 ‘무늬만 보험’
사건이 알려지자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서 자전거 전용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보험 하나쯤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자전거보험도 만능은 아니다. 국내에는 위 사건처럼 피해자가 요구하는 자전거 수리비,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보험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해 탄생한 상품이다.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이용을 독려했지만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것이 녹색보험이라 불리는 자전거보험이었으며 지난 2009년부터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출시 2년이 지난 지금 자전거보험은 새로운 가입자가 늘기는커녕 기존 가입자들도 해지하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도 문제지만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보상이 이뤄져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국내 5개 보험사 자전거보험 상품을 조사해본 결과 평균 보험료는 월 5만~15만 원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비싼 상품이라도 대다수 보험이 대인·대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이 입은 상해부분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 자전거 파손이나 상대방 피해보상 부분은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상해부분도 보장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경우에는 최대 3000만~5000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일반 상해보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부상으로 4주를 입원해도 보험금은 100만 원에 미치지 못 하는 상품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대인·대물 보상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보험을 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고 가해자가 됐을 경우 상대방에게 피해보상을 해주기 위해서인데 이 부분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또 사고만큼이나 자주 일어나는 자전거 도난부분도 보상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한 보험사 자전거보험 담당자는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등록제가 아니라서 소유자, 도난 여부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위험이 너무 커 자전거 자체에 대한 보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전거는 감가상각을 측정할 수 없어 보험 적정가격 산출도 어렵고 보험 상품 판매도 저조해 개선이 잘 안 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전거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 관계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전거보험보다는 기존 보험을 살펴보고 특약 신청을 하는 것이 훨씬 혜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담당자는 “몇 만 원씩 내는 자전거보험보다 기존의 통합보험이나 운전자보험에 특약 신청을 하는 게 보험료도 싸고 보장범위도 넓다”면서 “월 80~250원만 더 지불하면 본인 피해보상은 물론 일상생활배상책임(1억 원), 자전거이용중배상책임(1억 원)을 통해 배상책임 보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박민정 인턴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