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폭삭 “폭약이다” “화재다”
전 미국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존심에 상처가 난 미국은 그동안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일련의 적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보복을 가함으로써 구겨진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이라크를 상대로 보복성 전쟁을 벌였는가 하면 사담 후세인을 체포해 교수형에 처했으며, 또한 가장 최근에는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9·11 테러의 주범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빈 라덴을 제거함으로써 과연 미국인들의 울분은 완전히 가셨을까. 9·11 테러를 둘러싼 이런 저런 음모론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테러 발생 직후부터 음모론은 숱하게 제기되어 왔으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음모론의 골자는 9·11 테러가 빈 라덴의 작품이 아닌 미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영국 <BBC> 온라인이 정리한 다섯 가지 음모론과 이에 반박하는 주장들을 살펴봤다.
▲왜 미 공군은 납치된 여객기들의 충돌을 막지 못했나
☞의문: 왜 세계 최고의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 공군은 납치된 여객기 네 대 가운데 한 대의 충돌도 막지 못했나
-음모론자들의 주장: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일부러 공군에게 출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정부 측 주장: 당시의 비행기 납치는 매우 이례적으로 벌어진 사건으로, 테러범들이 기내에서 폭력을 휘두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또한 기내의 트랜스폰더(자동 레이더 송수신기)가 꺼져 있었기 때문에 교신도 불가능했다. 더욱이 그날은 공군방공기지에서 일상적인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했다.
당시 연방항공청(FAA)과 공군 간에 혼란이 있었고 제대로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는 공군의 송수신 장비들이 워낙 낡고 오래 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장비들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위협에 대비해 방어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까닭에 제때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왜 그렇게 빨리 붕괴됐나
☞ 의문: 왜 쌍둥이 빌딩은 그렇게 빨리 붕괴됐을까.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1~2시간 만에 붕괴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음모론자들의 주장: 빌딩은 내부에 설치된 폭탄에 의해 붕괴됐다. 무너지기 시작한 지 불과 10초 만에 완전히 붕괴됐다는 점, 화재 시간이 남측 타워는 56분, 북측 타워는 102분으로 비교적 짧았다는 점, 붕괴 직전 연쇄 폭발음이 들렸다는 점, 아래층(건물 하단부)의 창문 밖으로 잔해들이 터져 나왔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 정부 측 주장: 미 표준기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분명히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건물 기둥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고, 내화장치의 기능을 떨어뜨렸다. 또한 비행기의 1만 갤런의 연료가 건물의 여러 층으로 흘러 내려갔고, 이로 인해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다. 최고 1000도 가까이 되는 열로 인해 각 층의 철강 기둥들이 녹아내리고 휘어졌다. 이로 인해 ‘폭발음’ 비슷한 것이 들렸던 것이다.
육중한 무게의 각 층들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철강 기둥이 당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폭탄에 의해 붕괴되는 건물은 대개 아래층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쌍둥이 빌딩은 위부터 붕괴됐다. 잔해 수거 작업 시에도 폭탄과 관련된 증거물은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또한 폭탄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펜타곤(국방부)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공격당했나
☞ 의문: 어떻게 아마추어 파일럿이 민항기를 조종해서 그렇게 쉽게 세계 최강대국의 국방부를 공격할 수 있었나? 그리고 왜 충돌한 비행기의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나?
-음모론자들 주장: 처음에는 국방부 건물이 민간 여객기가 아닌 미사일에 의해 피격당했다고 주장했다. 소형 비행기나 정체불명의 원격 무인 항공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 여객기 잔해들이 속속 발견되자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즉, 그렇다면 어떻게 일반인이 여객기를 수동으로 조종해서 국방부에 충돌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여객기는 알카에다가 조종한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직접 조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 측 주장: 비행기 잔해와 블랙박스가 현장에서 발견되어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잔해를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들이 충분히 있으며, 당시의 비행경로를 나타내는 증거(예: 부러진 가로등)도 다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 비행기의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그리고 이 가운데 일부는 DNA 검사를 통해 신원도 확인됐다. 무엇보다도 펜타곤에 비행기가 충돌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들이 살아있는 증인들이다.
▲네 번째 여객기(UA 93편)는 어떻게 추락했나
☞ 의문: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여객기가 추락한 펜실베니아 생스빌 지점은 왜 그렇게 적게 파였나? 왜 비행기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나?
-음모론자들 주장: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어 공중에서 분해됐다. 이로 인해 잔해들이 넓은 지역에 걸쳐 흩어졌으며, 시신들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 정부 측 주장: 현장에서 비행기 잔해를 촬영한 명백한 사진들이 있다. 또한 조종석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 테이프에는 승객들이 마지막까지 테러범들에게 저항했으며, 그리고 납치범들이 고의적으로 비행기를 충돌시키려 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비행기의 육중한 잔해들이 충돌 지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비교적 가벼운 잔해들(종이, 절연판 등)이 바람에 의해 멀리 날아갔을 뿐이다.
한편 추락 지점 인근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1500개의 불에 탄 신체조직의 샘플을 발견했으며, 이는 전체 승객의 8%에 해당하는 272㎏의 무게였다.
▲세계무역센터 부속건물인 WTC 7은 왜 붕괴됐나
☞ 의문: 비행기 충돌이 없었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붕괴됐나? 정부 주장처럼 화재로 붕괴됐다고 해도 인근의 다른 철강 기둥 건물들은 무너지지 않았는데 왜 유독 이 건물만 무너졌나?
-음모론자들 주장: 북쪽 타워에서 약 90m가량 떨어져 있었던 WTC 7 건물은 화재가 아닌 폭약에 의해 붕괴됐다. 폭약이 폭발한 후 화재가 발생해서 무너진 것이다. 처음 이런 의심은 사고 발생 3주 전에 보험에 가입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건물 소유주 래리 실버스타인이 TV 인터뷰에서 ‘pull it(당기다)’라는 표현을 쓴 데서 비롯됐다. 이 말이 폭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폭발시키다’라는 뜻의 은어로 사용된다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실버스타인은 ‘소방관들을 철수시킨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으며, 일부 폭파 전문가들 역시 자신들은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모론자들은 건물의 ‘붕괴 속도’ 역시 의심하고 있다. 건물이 폭삭 무너지는 데까지 불과 2.2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영 미심쩍다는 것이다.
이들은 몇몇 과학자들이 그라운드제로에서 채집한 네 가지 종류의 먼지가루 샘플들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가루에서 발견된 수천 톤의 테르밋(산화철과 알루미늄 분말의 혼합물로 3000도의 온도에 반응하여 철을 녹이고 폭발을 일으킴)이 그것으로, 폭약 성분인 테르밋이 열을 받아 폭발하면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부 측 주장: 미 표준기술연구소가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내린 이 건물의 붕괴 원인은 분명히 화재였다. 건물은 제때 진압하지 못한 화재로 인해 무너졌다. 실제 이 건물은 북쪽 타워가 붕괴된 후에도 7시간 동안이나 화재가 지속됐다. 당시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했던 이유는 당시 비상 스프링쿨러 시스템에 용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붕괴 현장에서 폭발물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먼지에서 발견했다는 성분은 테르밋이 아닌 ‘프라이머 페인트(하도제)’의 일종이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먼지들을 조사한 결과 테르밋을 비롯한 어떠한 폭발물의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