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잔이면 심부전, 석 잔이면 뇌졸중, 여섯 잔이면 통풍 예방…심장에 무리? 오히려 심장 박동 문제 위험 3% 낮춰
아마도 ‘커피는 생명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진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하나의 의식처럼 된 사람도 있을 터. 이렇게 ‘커피 예찬’을 외치는 사람들은 다른 무엇보다 커피를 마심으로써 느끼는 각성 효과를 최대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를테면 ‘픽미업 효과(기운 차리게 해주는 효과)’다.
하지만 사실 커피의 이점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커피를 마시면 일정 부분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메일온라인’이 소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 지방간 질환, 그리고 일부 암과 같은 다수의 중증 질환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또한 최근 발표된 10년간의 관련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커피를 적당히 마실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고, 어떤 원인으로든 조기 사망할 확률도 낮아진다.
이런 건강상의 이점은 대부분 원두커피와 관련이 있지만, 간혹 인스턴트커피를 마실 때도 얻을 수 있다. 인스턴트커피를 포함한 모든 커피에는 카페인을 포함해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B3 등 다량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험 요소는 없을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면 체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커피 추출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영양사인 헬렌 본드는 “대부분의 이런 연구들은 스칸디나비아와 터키에서 특히 인기 있는 커피 추출 방식, 즉 원두가루를 물에 넣고 끓여서 마시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달임식 커피에는 원두 가루를 필터에 걸러서 마시는 커피와 달리 카페스톨과 카와웰이라는 천연 오일이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어느 정도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필터 커피나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 의견은 어떨까.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내과학회저널’이 발표한 한 연구는 매일 커피를 추가로 마실 때마다 심장 박동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은 오히려 3%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밖에도 커피를 마실 때 누릴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은 많다. 유럽식품안전국은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400mg일 경우, 즉 하루에 네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실 경우 대부분의 성인들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카페인에 대한 개인별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여섯 잔 이상을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한 잔 또는 두 잔만 마셔도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임신부의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건강보험공단(NHS)에 따르면, 임신 중 과도하게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에는 태반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태아가 저체중이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임신부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200mg 정도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잔…각성 및 배변 촉진
진한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100mg 정도의 카페인은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인 아데노신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경각심을 높여준다. 본드는 “두 화학물질은 분자 구조가 비슷하다. 때문에 카페인은 몸 안에서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로 인해 커피를 마시면 기운이 솟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신약리학 저널’에 발표된 2012년 연구에 따르면, 네 시간 동안 진행된 고속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도중 커피 한 잔을 마신 운전자들의 경우에는 피로감을 덜 느꼈다. 또한 도로에서 비틀거리며 운전하는 횟수도 줄었고, 속도를 더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커피 한 잔은 장운동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1990년 학술지 ‘거트’에 발표된 연구 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가운데 29%는 모닝커피를 마시고 나면 화장실에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일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떤 커피를 마시든 섭취 후 4분 이내에는 장이 수축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페인을 비롯해 커피에 들어있는 기타 화학 물질들이 소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장의 수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가 물을 마시거나 1000칼로리의 식사를 했을 때보다 대장의 움직임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디카페인 커피 역시 물보다 대장을 더 많이 자극했지만, 카페인이 함유된 일반 커피의 약 80% 정도만 효과가 나타났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매일 커피 한 잔을 꾸준히 마시면 항염증성 박테리아종들과 함께 장내 좋은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본드는 “필터에 여과시킨 커피에는 클로로겐산이라고 불리는 유익한 식물성 화합물이 풍부하다”라고 설명했다.
#두 잔…운동 지구력 향상 및 심장 보호
미국 국제스포츠영양협회에 따르면, 진한 커피 두 잔을 마시면 운동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 연구진들은 체중 1kg당 3~6mg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지구력과 스피드가 향상되고, 축구처럼 중간중간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는 종목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체중이 65kg인 사람의 경우 최소 195mg(커피 두 잔 정도)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잔의 커피는 신경계에 적절한 자극을 일으켜 피로하거나 힘들다는 느낌을 덜 느끼게 한다.
하루에 커피(디카페인 커피 제외) 두 잔을 마시면 심부전의 위험도 낮아진다. 콜로라도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심부전 위험이 30% 낮아졌다. 이는 카페인이 인슐린 작용에 신체 조직이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인슐린 감수성과 체내 수분 균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 잔…뇌졸중 및 파킨슨병 발생 가능성 감소
지난 1월 ‘유럽 예방심장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매일 원두커피를 세 잔 정도 마시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1% 감소한다고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약 50만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광범위한 조사였다.
또한 하루에 커피를 세 잔 마시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17% 낮아졌고, 어떤 원인으로든 조기 사망할 가능성은 12% 줄었다. 여기에는 커피 원두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 및 다른 성분들이 핵심 역할을 한다. 즉, 동맥이 손상될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또한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관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카페인이 운동 제어에 관여하는 뇌 화학물질인 도파민 수치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014년 중국 산둥대학과 칭다오대학의 발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세 잔 정도 마실 경우 파킨슨병이 발병할 확률은 28% 정도 낮아졌다.
#네 잔…지방간 예방 및 영양 공급
하루에 서너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걸릴 위험이 19% 낮아진다. 사우샘프턴대학과 에든버러대학의 연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요컨대 매일 서너 잔의 커피를 마시면 간암 발병 위험이 21% 낮아진다.
모든 종류의 커피가 간 건강에 유익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원두커피다. 이는 원두커피의 항염증 효과 때문이다.
커피는 이미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간에서 대사될 때 생성되는 파라잔틴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은 장기에 흉터 조직(죽은 세포)이 생성되는 속도를 늦춰준다.
이 밖에도 본드는 하루 네 잔의 커피를 마시면 놀라운 영양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중간 강도의 블랙커피 네 잔을 마시면 최대 1150mg의 칼륨을 섭취할 수 있으며, 이는 하루 권장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된다. 또한 작은 바나나 네 송이보다 더 많은 칼륨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본드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mg의 마그네슘과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 이상인 9mg의 니아신도 섭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 인스턴트커피는 어떨까. 역시 비슷한 영양소를 공급하긴 하지만, 그 양은 원두커피에 비해 적다. 아무래도 인스턴트커피는 가공 과정에서 몇몇 영양소가 제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섯 잔…제2형 당뇨병 예방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커피와 당뇨병의 상관관계를 짐작하게 해준다. 하루에 커피 다섯 잔을 마시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9% 낮았다.
이는 커피 원두에 함유돼 있는 카페산과 클로로겐산이라는 두 가지 성분 덕분이다. 이 두 가지 성분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파괴시키는 아밀로이드 폴리펩타이드가 췌장에 쌓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섯 잔…통풍 위험 감소
보스턴대학이 발표한 ‘건강 전문의 추적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매일 커피 여섯 잔을 마시면 통풍 발병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 여섯 잔 이상을 마신 사람이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12년 동안 통풍에 걸릴 위험이 59% 낮았다. 하루에 네 잔에서 다섯 잔을 마신 남성들의 경우에는 40% 낮았다.
카페인을 함유한 커피가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다. 이는 클로로겐산과 같은 성분이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매일 네 잔의 커피를 마신 경우 통풍 위험이 57% 낮아졌다.
커피가 아무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과욕은 금물이다. 본드는 “카페인에 특히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커피 한 잔(약 100mg의 카페인)만 마셔도 수면 시간에 영향을 받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혈중 카페인 농도가 50%까지 떨어지는 데는 약 다섯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늦은 오후가 지난 후부터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라고 충고했다. 카페인이 불안감을 악화시키거나 초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커피를 과다하게 마실 경우에는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