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조 최강국’ 포루투갈 벤투 감독의 모국…‘상대 전적’ 우루과이엔 열세, 가나와는 동률
2일 오전 카타르 도하 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월드컵 조추첨식이 진행됐다. 대한민국은 H조에 편성, 포르투갈(피파랭킹 8위), 가나(60위), 우루과이(13위)를 만난다.
우려하던 '죽음의 조'는 피했다는 평가다. 대표팀은 포트3에 배정돼 있었기에 각 조마다 2개국이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추첨을 했다. C조에는 아르헨티나(4위), 멕시코(9위), D조에 프랑스(3위), 덴마크(11위), E조에 스페인(7위), 독일(12위) 등 축구 강국들이 도사리고 있는 조를 피했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은 모두 월드컵 우승 경력을 자랑한다. 반면 포르투갈과 가나는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으며 우루과이는 2회 우승(1930, 1950) 기록이 있지만 7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 3국 역시 각 대륙의 축구 강국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각각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보유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루이스 수아레즈(우루과이),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 등은 모두 30대 중반을 지내며 하락세를 보인다. 가나 또한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이 즐비하던 10여 년 전보다는 세계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은 G조의 네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이 또한 16강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대회 규정에 따라 대표팀은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순서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전력면에서 가장 앞서는 포르투갈이 앞선 2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다소 힘을 빼고 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들 3국과 대표팀의 특별한 인연 또한 이목을 끈다. H조 최강국으로 꼽히는 포르투갈은 대한민국의 현 감독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모국이다. 선수시절 준수한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35경기 출전)했다. 선수생활 이후에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 지도력을 인정받고 자국 대표팀 지휘봉(2010년~2014년)을 잡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모국이자 자신이 과거 지도했던 팀을 만나게 된 것이다.
포르투갈은 대한민국 대표팀과 A매치를 단 1회 치른 경험이 있다. 횟수는 적지만 임팩트는 컸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대부분의 국내 축구팬들이 기억하듯 당시 박지성의 결승골로 대한민국이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는 벤투 감독 역시 경기장에서 뛰고 있었다. 패배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이 경기는 벤투 감독의 선수로서 마지막 대표팀 경력이 됐다.
우루과이는 포르투갈보다 대표팀과 많은 전적을 기록한 국가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만난 경험이 있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만남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다. 김주성, 최순호, 황보관 등이 주축이 된 당시 대표팀은 최종전이었던 우루과이전에서 0-1로 패했다. 이후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양국은 다시 만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16강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제골을 내준 이후 이청용의 동점골로 따라붙었지만 결국 1-2로 석패했다.
월드컵 무대에서의 2패를 포함, 우루과이는 역대 전적에서 한국에 1승 1무 6패로 확연히 앞선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1승이 가장 최근 경기이자 벤투 감독 지휘하의 경기라는 것이다. 양국은 2018년 10월 서울에서 친선경기를 가졌고 황의조와 정우영의 골에 힘입어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4년여가 흘렀지만 당시 경기에 나선 선수 중 상당수가 여전히 양국의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우루과이의 사령탑은 최근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디에고 알론소로 교체됐다.
한국의 손훙민, 우루과이의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토트넘 핫스퍼에서 호흡하고 있는 사이라는 것 또한 주목할 점이다. 벤탄쿠르는 지난 1월까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소속으로 뛰고 있었지만 겨울 이적 시장 막판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손흥민과 함께하게 됐다. 같은 팀에서 손발을 맞추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월드컵 무대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대표팀은 가나와 역대 전적에서는 3승 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세 번의 승리는 모두 홈경기였다. 최근 경기였던 2014년 친선전은 대표팀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열린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분위기가 처진채 돌입한 대회에서 대표팀은 1무 2패로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당시 친선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공격수 조던 아예우는 여전히 가나의 주축 공격수로 뛰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