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설립하고, 지금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2005년 이 회사의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장을 물러나면서 쓴 글이 눈에 띄었다. 이 글에서 안 씨는 회사를 설립한 세 가지 목표를 ‘첫째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자리를 잡는다, 둘째 정직하게 사업을 해서 자리를 잡는다, 셋째 공익과 이윤추구를 양립시킨다’고 했다. 기업경영에서 수익창출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는 그의 경영철학을 훌륭히 실천해 안철수연구소는 2010년 기준 679억 원의 매출을 올려 144억 원의 순익을 거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글에서 안 씨는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는 ‘회사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고, 둘째는 ‘내가 이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다른 두 개의 질문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며 그것은 “나에게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나”와 “내 에너지를 120% 쏟을 수 있나”라고 자문하고 있다. 그는 사장을 그만둔 뒤의 계획에 대해 대학에 가서 의학, BT, IT, 경영 등 자신의 경험에 바탕해 공부하는 것이라며, 그 후 회사에 복귀하든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든지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글을 마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겸 교수가 됐을 때 두 번째 계획을 택한 것으로 보였지만 서울시장 출마 소동을 통해 그가 도전하리라던 ‘새로운 분야’가 바로 정치였던 것이구나 하는 유추를 낳게 했다.
안 씨는 회사를 설립하기 수년 전부터 컴퓨터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을 개발해 전 소비자에게 무료로 배포해왔다. 탁월한 사회공헌의식의 소유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재벌회장들이 회사 돈으로 재단을 만들어서 이웃돕기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의 사회공헌은 금액상으로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순수함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사재 370억 달러를 출연해 만든 ‘빌 & 멜린다 재단’에 뒤질 게 없다.
MS는 전성기 때보다는 실적이 많이 떨어져 2010년 기준으로 620억 달러 매출에 187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여전히 안철수연구소의 1000배쯤 되는 거대기업이다. 그에 비할 때 안철수연구소의 실적은 지난 수년간 답보상태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의 성장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해킹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서 그렇다. 그중 일부는 북한에 의한 사이버테러라고 한다. 안철수연구소에겐 공익과 이윤추구를 양립시킬 수 있는 길이 넓게 열려 있는 셈이다.
안철수연구소의 보안 시스템의 효용성이 인정된다면 지금의 내수시장 위주에서 해외수출의 길도 열릴 것이다. 이것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기업을 통한 사회기여의 가망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