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개인회사 끼고 HDC 지분 매입…주가 방어 명분 반면 절세에 상속까지 염두에 둔 포석일 수도
지난해 8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그룹 지주사인 HDC 주가는 1만 5000원대에서 급락하기 시작해 11월에는 1만 원까지 무너졌다. 정 회장 일가의 주식매수도 이때부터 본격화된다. 12월 들어 하락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올 1월 다시 광주에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나면서 주가는 다시 급락한다. 이후 정몽규 회장 개인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주식 매입이 본격화된다. 그룹 주력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학동 사고로 8개월 영업정지를, 아파트 붕괴 사고로 등록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HDC 주가도 7000원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정 회장은 싼값에 많은 지분을 매집할 수 있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배당수익이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는 9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보유 유동자산도 3억 원 남짓이다. 이 때문에 HDC 지분 매입을 위해 정몽규 회장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 지난해 108억 원을 빌렸고, 올해에도 다시 20억 원을 차입했다. 정 회장이 직접 HDC로부터 배당을 받는다면 다른 소득과 합해 종합소득과세 대상이 된다. 개인회사를 끼면 소득세율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HDC 지분을 자녀에게 직접 물려주기보다는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 지분을 물려주면 상속·증여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비상장사는 부채를 늘리는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기 쉽다.
정 회장의 아들들인 정원선·정운선 씨는 각각 제이엔씨인베스트먼트, 더블유엔씨인베스트먼트라는 개인회사에 보유 중인 HDC 지분을 현물출자 했다. 대기업 총수 자녀들이 제각각 개인회사를 세워 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는 재계에서 매우 드물다. 앞으로 이들도 정몽규 회장처럼 개인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를 통해 HDC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정 회장의 아들들은 HDC자산운용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개인회사와 HDC자산운용 지분을 활용하면 다양한 후계구도 작업이 가능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