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7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556회는 '대관령 너머, 봄눈 내리는 날' 편으로 꾸며진다.
봄을 시샘하듯 한바탕 눈이 쏟아진 평창. 길고 긴 겨울을 보내고 가장 늦게 봄을 맞는 평창사람들의 시리고 고된 날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음식들이 있다.
굽이 굽이 대관령 고개를 넘어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 눈같은 한끼를 만나본다.
땅의 85%가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은 이름난 산들이 많다.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도 그중 하나다. 해발 천미터가 넘는 정상에 자리잡은 너른 땅은 화전민들의 직접 일궈낸 고랭지채소밭으로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다고 해 '육백 마지기'다.
1년의 절반은 겨울. 거칠고 척박하지만 산은 평창사람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자 계절마다 먹거리를 내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이맘때면 김흥소 씨와 마을 장정들은 칡뿌리 캐는데 여념이 없단다. 맛도 영양도 제일 좋을 때라고. 장정 여럿이 달려드니 땅속에 숨어있던 어마어마한 칡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먹고 살 게 없던 시절 칡 덕분에 끼니를 이어갔다는 정옥선 어르신. 오랜만에 솜씨를 뽐내본다. 칡뿌리를 으깨지도록 두드린 다음 물에 여러차례 가라앉히면 칡가루가 만들어진다. 되직하게 끓여 국수틀에 누르면 손이 많이 가도 든든한 한끼가 되어준 칡올챙이국수가 만들어진다.
아이들 아플 때는 칡가루를 꿀에 개어 약으로도 썼다는데 엄마의 마음이 담겨서인지 아이들은 병원 한번 안 가보고 컸다고. 봄이면 눈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눈개승마를 속에 넣고 부친 칡눈개승마전병에 배추와 파 몇쪽 올리고 부치는 칡전까지 새벽부터 오십리 산길을 오르내리며 힘겹게 살아온 육백마지기 사람들의 '평창아라리' 소리 절로 나오는 오래된 칡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대관령 황태, 황병산 설원을 누비던 차항리 사람들의 옛밥상, 장터를 누비는 허생원의 후예들, 매화마을 사람들의 봄맞이 밥상 등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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