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과 ‘차도녀’ 껄끄러운 동행
▲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 다수는 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의 여성 이미지가 겹쳐 시너지 효과보단 박 전 대표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또한 김 대표는 “이 차이가 박 전 대표에게는 없는, 나 최고위원만의 강점이 된다. 특히 또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유권자인 30대, 40대에게 어필할 수 있다. 결혼과 육아를 직접 경험한 것과 말로만 동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 최고위원은 이를 직접 경험을 했기에 국민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 진심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유권자에게 친밀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투, 자세, 헤어스타일, 의상 등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하나로 종합해 평가하면 박 전 대표는 ‘가을의 이미지’, 나 최고위원은 ‘여름의 이미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나는 너와 소통하고 싶다>의 저자이자 플러스 이미지랩 우영미 대표는 “박 전 대표는 겉모습에서 클래식함, 무게감, 신뢰감이 느껴진다. 일반 정치인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만큼 귀족적 기품이 온몸에 배어 있는 스타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이미지를 지나치게 고수해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지도자가 아닌 ‘궁궐에 갇힌 공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나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보다 젊기 때문에 일하는 도시 현대 여성의 그림이 그려진다. 법조인 출신으로 전문성과 스마트함도 갖춘 시원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며 “다만 무표정한 모습, 뚝뚝 끊어지는 말투에서 지나치게 차가워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정 대표는 이 점에서는 나 최고위원이 절대 유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도 부모의 피살, 복잡한 가족관계 등 안타까운 가족사라는 아픔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은 장애아 딸을 가졌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부족함 없이 보이지만 ‘저 사람도 누구나 한 가지 고민이 있듯 힘든 점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연민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의기투합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뉘었다. 퍼스널 이미지 연구소 강진주 소장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관록과 나 최고위원의 전문가 이미지가 합쳐져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미지 연구소 장소영 소장 역시 “두 사람 모두 완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진 않다. 각자 2%씩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함께한다면 이런 점을 서로 보완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더 파워풀하고 리더십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예상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본인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과거 결정적인 순간에 자주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기희생을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이번 기회에 먼저 나서준다면 폐쇄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행’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우영미 대표는 “둘 다 여자라는 커다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손을 잡는다고 해도 장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둘은 체급이 달라 서로 조율하거나 양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손잡고 걸어가기엔 좋은 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 중 누가 더 불리한 입장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박 전 대표라고 꼽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와 상관없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영미 대표는 이에 대해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떠올려보자. 부반장이 여자로 뽑힌 상태에서 반장을 뽑는다면 아이들은 남자를 더 선호하는 심리를 보인다. 대통령과 서울시장도 비슷한 관계로 볼 수 있다. 여성 대통령에 거리를 느끼지 않던 사람들도 ‘여 서울시장-여 대통령’을 생각하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선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진 대표도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나 최고위원에게는 마이너스 될 게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나 최고위원과 만나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나 최고위원은 젊고 기회가 많은 인물이다. 앞선 사람들을 따라가는 입장이기에 실수가 있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누구보다 앞서가고 있으며 국민들의 기대치도 높다. 이런 위치 차이가 박 전 대표를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두 사람이 비교가 되기 시작하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를 보여주며 대응해야 한다. 만약 그 준비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국민들의 실망감과 함께 대 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책적으로도 두 사람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김대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최근 복지정책에 중점을 두고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나 최고위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며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켰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도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기왕 나 최고위원을 받아들이려고 한 이상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유리할 것이다. 여성 이미지가 겹친다고 발을 빼거나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선거 기간뿐 아니라 향후 대권 도전 길에서도 사사건건 나 최고위원과 비교되면서, 착한 콩쥐를 구박하는 미운 팥쥐의 이미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인턴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