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갈라라가 ‘역대 최악의 오심’ 희생양…10년 지난 후에도 아쉬움 토로
이날 디트로이트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는 9회 2사까지 단 한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고 완벽한 피칭을 했다. 27번째 타자인 클리블랜드 9번 타자 제이슨 도날드도 1루 쪽 땅볼로 유도했다. 디트로이트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타구를 잡아 1루를 커버하러 온 투수 갈라라가에게 토스했다. 한눈에도 명백한 타자 주자의 아웃. MLB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이 성사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1루심 짐 조이스가 세이프를 선언했다. 야구장이 모두 얼어붙었다. 조이스 심판 자신도 양팔을 활짝 벌려놓고 어안이 벙벙해졌을 정도다. 1루를 밟은 도날드조차 황당해하는 가운데, 끝나야 할 경기가 속개됐다. 갈라라가가 침착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고 1피안타 완봉승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기록을 날린 역사적 오심. 팬들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 MLB 사무국에 판정번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야구에서 세이프-아웃 판정은 한 번 콜이 떨어지면 절대 번복할 수 없는 게 원칙이었다. 심판 스스로 오심을 인정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조이스는 결국 야구계의 불문율을 깨고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로 사과했다. 갈라라가 역시 "오심도 야구의 일부다. 심판이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이스 심판과 화해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2012년 함께 야구 관련 책도 출간했다.
그러나 갈라라가는 곱씹을수록 미련이 컸던 듯하다. 그 후 10년이 흐른 2020년 5월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MLB 사무국이 지금이라도 내 퍼펙트게임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그 경기는 실제로 정말 '완벽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요청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이스 심판 역시 뉴욕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내가 죽으면 부고 기사 첫 줄에 '역대 최악의 오심, 퍼펙트게임을 망친 심판'이라는 문장이 쓰일 것"이라고 자조하면서 "갈라라가의 기록이 퍼펙트게임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두 사람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그 경기는 은퇴한 갈라라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완봉승으로 남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28타자 퍼펙트게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