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구로 지난해 부진 만회할 것…류와 식사할 땐 지갑 안 들고가겠다”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데뷔한 기쿠치 유세이는 일본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73승을 수확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MLB 데뷔 첫 시즌은 32경기에 등판해 6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했고, 단축 시즌이 열렸던 2020년에도 2승 4패 평균자책점 5.17에 머물렀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 차인 지난해에는 전반기에만 6승 평균자책점 3.48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5.98로 부진했고, 결국 7승 9패 평균자책점 4.41로 시즌을 마쳤다.
16일 토론토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던 기쿠치와 다음 날 토론토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쿠치 유세이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한국 취재진을 의식해서인지 류현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류현진에 대해 공부했다. 그런 선수를 한 팀에서 함께 호흡하고 같이 지내는 게 신기하다. 류현진한테 많은 걸 배우고 싶다.”
기쿠치가 먼저 류현진을 언급해준 덕분에 자연스레 류현진과 관련된 질문을 먼저 꺼냈다.
―입단 기자회견 때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있다는 게 팀을 선택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나와 류현진은 같은 에이전시(보라스코퍼레이션)이고 당시 류현진과 직접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류현진의 주변인들을 통해 류현진과 토론토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토론토는 아시안 커뮤니티가 있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 그런 부분들이 블루제이스와 계약하게 된 요인이었다.”
―블루제이스 입단 관련해 일본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다들 기뻐해줬다. 특히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는 게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어제, 오늘 류현진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류현진이 코리언 바비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토론토 시내의 좋은 식당들을 많이 안다고 해서 류현진과 같이 나가 식사도 하고 그가 추천하는 음식들을 먹어 보고 싶다. 내가 오프시즌 동안 애리조나에서 지냈는데 거기서 한국 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다. 그래서 류현진과 함께하는 한국 음식의 맛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블루제이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지 3일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겨우 3일밖에 안됐지만 벌써부터 모든 부분에 만족해하고 있다. 환경, 시설, 팀 모두 다 좋다. 이 팀을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친해진 동료가 있나.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과 친해지고 싶다. 특히 류현진과 가까이 지냈으면 좋겠다. 서로 언어가 달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겠지만 둘 다 동양인으로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기를 바란다.”
―피트 워커 투수 코치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신과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이야기한 건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피칭 시퀀싱, 여러 유형의 타자들을 공략하는 법 등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직까지 깊이 있는 내용을 주고받진 않았다. 오늘은 류현진 불펜피칭이 있어 일부러 불펜장에 나와 그의 투구를 지켜봤다. 류현진이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류현진을 통해 배울 점을 찾고 싶었다.”
―계속 류현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만큼 관심이 많다고 이해해도 되겠나.
“정말 그렇다. 나와 류현진은 다른 스타일의 투구를 하지만 류현진이 타자를 상대로 어떻게 공략하는지,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이런 부분들이 경기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시애틀에서 활약한 기쿠치 유세이는 2021시즌 전반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으로 MLB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후반기에는 1승 5패 평균자책점 5.98로 부진했다. 그로 인해 지난 시즌 후반기 부진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토론토 입단 기자회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는데 기쿠치는 “문제의 원인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시즌 개막부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고 감을 찾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진했던 이유의 감을 잡았다고 말했는데 좀 더 설명을 해줄 수 있겠나.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볼 카운트 컨트롤을 못해 어려운 상황들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볼 카운트를 컨트롤하고 싶다. 이건 류현진이 굉장히 잘하는 부분이다. 류현진만이 아니라 토론토 구단이 잘하는 부분이다.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것, 그리고 상대보다 강점이 있는 부분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 이런 부분들을 보강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투구폼에 변화가 잦았다. 그 이유도 궁금하다.
“내 자신이 메카닉적으로 약해지고 경기 도중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마운드에선 오로지 타자한테만 집중하고 포수를 리드하고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데만 신경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꾸준히 메카닉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쿠치 유세이는 비시즌 동안 멘탈 강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에서 인연을 맺은 멘탈 코치들, 그리고 토론토의 멘탈 코치들을 통해 도움을 받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꾸준히 자신을 믿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오프 시즌 동안 여러 상황들에 대비할 수 있는 훈련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고교 시절 부상이 잦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상이 잦았던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부상이 고교 시절 때였다. 당시 너무 많은 공을 던지는 바람에 팔꿈치에 부담이 컸다. 어깨와 갈비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것들을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에는 부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입성 후 3년 가까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내 몸을 잘 관리하는 편이고 몸 상태를 잘 살핀다. 나는 항상 내 팔꿈치와 어깨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겠다. 아마추어 시절 14년 동안 쓴 일기를 책으로 냈다. 야구 일기를 쓴 건 누구의 권유였나.
“고등학교 감독님이신 사사키 히로시다. 감독님이 매일 양치하듯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고 그때부터 쓴 일기를 모아 책을 펴냈다. 지금도 일기는 매일 쓰고 있다.”
―모교인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야구부를 이끄는 사사키 히로시는 유명한 메이저리거 2명을 배출해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사사키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감독님은 굉장히 엄격한 분이다. 항상 필드 안팎에서 옳은 일들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필드 밖에서 하는 사소한 부분들이 필드에서 야구할 때 연결이 되고 영향을 준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며 일기를 쓰라고 조언해주셨다. 또한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셨다. 목표를 높게 잡으라는 내용인데 그것 또한 내 마음에 새길 정도로 큰 의미를 안겨줬다.”
―지금도 사사키 감독과 연락을 하고 있나.
“한 달에 한 번씩은 전화 드리는 편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기쿠치 선배를 닮고 싶어해 하나마키히가시 고교에 진학했다고 알려졌다. 오타니를 처음 본 건 언제였나.
“내가 고등학생이고, 오타니가 중학생일 때 처음 만났다. 오타니가 우리 학교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만났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내가 시애틀 소속일 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어 오타니와 자주 맞붙었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다 하니까 더 자주 붙었다.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승부는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쿠치 유세이는 메이저리그 입성 후 가장 힘든 시기로 MLB 데뷔 1년 차라고 꼽았다. 타지에서 혼자 지내며 절치부심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지독히 외로웠다고 토로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이너리그 선수들 경기를 보게 됐다는 기쿠치.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매일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모습에 자신도 이 세계에서 살아나려면 더 열심히 뛰어야한다는 깨달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기쿠치는 류현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일부러 지갑을 안 들고 가겠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류현진만큼 먹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와 함께 밖에서 식사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 동안 토론토 팬들에게 나와 류현진이 시즌 동안에 함께 좋은 소식들을 많이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