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 아닌 일반병이지만 ‘위로휴가’ 주고 각종 행사 동원 불가피…휴가 특혜 의혹 불거질 수도
군에서는 연가를 비롯해 △포상휴가 △위로휴가 △보상휴가 △청원휴가 △공가 등 다양한 휴가가 존재한다. 연예인의 경우 연가 외에도 다양한 휴가를 부여 받아 휴가 일수가 급증하는데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위로휴가다. 위로휴가는 각종 행사에 동원됐을 때 주어지는 대가성 휴가로 대부분 최대 허용일수가 없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한 번에 7일 이내로 휴가가 나올 수 있다. 국방부는 일반병사로 입대한 연예인을 각종 행사나 공연 등에 동원하고 그 대가, 다시 말해 행사비 개념으로 위로휴가를 준다.
일요신문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2016~2018년에 입대한 연예인 병사 16명의 군 복무 실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입대한 연예인은 16명인데 이 가운데 100일 이상 휴가를 받은 연예인이 4명이나 됐다. 참고로 2018년 기준 일반 육군 병사의 평균 휴가일수는 59일이다.
당시 자료에서 가장 많은 휴가를 받은 연예인은 임시완으로 연가 28일, 포상휴가 18일, 위로휴가 51일, 보상휴가 14일, 진료 목적 청원휴가 12일 등 총 123일의 휴가를 나왔다. 전체 군복무 기간 가운데 약 20%를 영외에서 보낸 셈이다.
그렇다면 임시완에게 휴가 특혜 프레임을 씌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그는 당시 입대한 연예인 일반병사 가운데 가장 열심히 군복무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 동원을 요청한 각종 행사와 공연 등에 가장 열심히 응한 까닭에 그만큼 휴가 일수가 늘어난 것일 뿐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서 기인한다. 공식 명칭이 국방홍보지원대원인 연예병사 제도는 2013년 7월에 폐지됐다. 그해 6월 춘천에서 지방 공연을 마친 뒤 일부 연예병사들이 음주와 안마시술소 출입 등으로 군인 품위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예병사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한 국방부가 결국 국방홍보지원대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당시 연예병사로 복무하던 15명은 모두 야전부대에 배치됐다.
이후 연예인은 일반 사병으로 야전부대 등에 배치된다. 그렇지만 인기 연예인이 군에 입대하면 이들을 활용해 홍보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국방부가 각종 행사나 공연에 연예인을 동원하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국방부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국방부는 '코시국'에도 이런 뮤지컬 공연을 강행하려다 비난 여론에 그 뜻을 접기도 했다.
당연히 BTS 멤버들이 군에 입대한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 BTS는 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언제든 나라가 부르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일반 병사로 입대한 BTS 멤버들을 국방부가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것. 각자에게 주어진 보직에서 열심히 군 복무를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각종 행사에 동원하며 사실상 연예병사로 복무하게 해 정당하게 주어진 휴가 때문에 괜한 의혹에나 휘말리게 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아무래도 국방부가 월드스타를 국군 홍보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어 BTS 멤버들이 대거 출연하는 국방부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면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해외 팬들까지 대거 몰려들 것이다. 국방부가 홍보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국민이 아닌,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BTS 병역특례법’을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때 방한한 외국인이 28만 명인데 BTS가 강남에서 공연하면 18만 7000명이 한 번에 온다”고 언급했다.
성 의장 말대로 군에 입대한 BTS가 출연하는 국방부 뮤지컬을 보기 위해 평창올림픽 당시 내한 외국인보다 더 많은 인원이 입국할 수도 있다. 이렇게 큰 성과를 올린다면 이미 주어진 행사비 개념의 위로휴가에 포상휴가까지 추가될 것이다. 성과가 큰 만큼 바로 다음 공연이 잡힐 수밖에 없다. 위로휴가가 포상휴가를 낳고, 다시 포상휴가가 위로휴가를 낳는 선순환(?)이 계속되면 BTS 멤버들의 휴가일수가 200일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BTS 멤버들의 군 복무는 국방부 뮤지컬 등의 공연과 행사, 그리고 휴가, 다시 공연과 행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방부가 BTS를 공식 유튜브 채널에 활용할 수도 있다. 4월 12일 기준 국방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만 2200여 명이다. BTS 유튜브 채널 ‘BANGTANTV’ 구독자 수는 6530만 여명이다. BTS가 움직이면 국방부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군인에게 휴가는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일반병사가 휴가 중 독립기념관을 방문 관람하면 추후 휴가 시 1일의 휴가를 보상하는 제도가 큰 인기를 끌 정도다. BTS 멤버들은 국방부 동원 명령에 따라 각종 행사와 공연에 참여했을 뿐이지만 이로 인해 괜한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BTS 병역특례법’ 등이 발의되는 등 BTS를 비롯해 앞으로 배출될 세계적인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병역 혜택을 공평하게 주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논의에 앞서 국방부가 BTS 같은 월드스타를 일반병사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냐는 데 있다. 세계 각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BTS 멤버들이 군에 입대해 18개월이나마 데뷔 전 일반인의 일상을 회복해 자연과 더불어 지낸다면 비록 힘겨운 군 복무지만 가수로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다. 더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는 만족감도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결코 BTS 멤버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론 보면 군 복무 대신 BTS가 국방부 홍보 관련 공연 및 행사, 또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국방부는 BTS의 영향력으로 전세계에 국군을 홍보할 수 있고 BTS는 그 이외의 기간에는 다시 전세계를 누비며 월드스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에 입대한 BTS에게 아무리 많은 휴가를 준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쉴 수 있는 기간일 뿐 BTS 활동은 중단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