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5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은 '천년을 지배한 빛의 예술 스테인드글라스' 편으로 꾸며진다.
근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는 지상에 머무는 마지막 하룻밤을 이곳 라 투레트에서 보내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다. 태고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라 투레트. 인공 빛이 인간의 시간을 지배하는 빛의 홍수시대에도 생명의 모든 존재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향하고 있음을 라 투레트의 빛은 전하고 싶은 것이다.
1년간의 철저한 사전기획과 팬데믹의 장막, 까다로운 유럽의 세계 문화유산 촬영 섭외의 난항을 거쳐 근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 색의 마술사 샤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그리고 세계적 색유리 독일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수 천장 색유리 탄생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스테인드글라스 역사를 최고의 영상미학으로 빚어냄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의 대서사시, 빛에게 바치는 인간의 오마주를 탄생시켰다.
빛이 곧 신이었던 중세시대. 중세인들은 지상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도 신에게 더 가까이 닿길 갈망했다. 빛의 집이자 천국에 이르는 마지막 안식처였던 중세성당. 그러나 11세기 로마네스크 성당은 석조로 쌓아 올린 두터운 지붕과 기둥으로 인해 내부는 늘 어둡고 엄숙했다.
허나 암흑은 빛을 이기지 못했다. 프랑스 생드니 대성당.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와 그의 아내 마리 앙트와네트를 비롯해 수많은 왕들이 묻힌 왕가의 무덤이기도 한 이곳 생드니 대성당은 1140년.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르 신부의 신념으로 높고 넓은 창을 열게 된 고딕성당의 시원이기도 하다.
중세 어둠을 뚫고 신의 집을 온통 빛으로 채운 생드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이후 천상의 언어로 빛의 새 역사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세르즈 산토스 생드니 대성당 행정관은 "고딕양식 예배당에 들어서면 더이상 평범한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의 세계인 천상의 예루살렘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이라고 말한다.
빛의 메시지, 빛의 감동을 전해 온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의 주요 재료인 색유리는 어떻게 탄생 되는 걸까.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입으로 불어 만든 ‘'마우스블론 글라스' 제작의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독일 색유리 공장을 찾는다.
색유리의 색은 중요 요소인 첨가물의 종류와 비율을 비롯해 심지어 날씨와 작업자의 컨디션에 따라 미묘한 차이에 따라 색유리 질감과 색이 달라진다. 물감보다 더 정교하고 미묘한 수천 가지 색을 머금은 색유리 탄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중세 천년동안 가난한 문맹자들의 성경이었던 스테인드글라스. 국내에는 1898년 명동대성당에 국내 최초로 설치된 후 서양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우리만의 정서와 미학을 담은 독특한 빛예술을 탄생시켜왔다.
취재팀은 한국 스테인드글라스의 선구자인 고 이남규 작가의 첫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남겨진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약현성당을 비롯해 장시간에 걸쳐 디자인, 색유리자르기, 케임작업 등 경남 산청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설치의 전 과정과 글라스 페인팅 전통기법을 심도 깊게 담아냈다.
중세 고딕양식을 대표성당, 랭스. 랭스대성당은 천년이 넘도록 프랑스 국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랭스 대성당 제대 중앙, 심장부에는 기존의 전통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다른 화풍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푸른 빛을 뿜어낸다.
세계 대전 후 전쟁의 폭격이 할킨 상흔을 위로하는 20세기 색채의 거장 마르크 샤갈의 유리화 작품이다. 전쟁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기법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독일제국의 첫 번째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빌헬름 교회. 2차 대전 당시 폭격 된 교회 옆에 지어진 신관은 3센티미터 두꺼운 유리덩어리, 2만 1000개의 달드베르가 푸른 빛무리를 압도적인 숭고미를 뿜어낸다.
독일 비스바덴 시청에 설치된 현대적 감각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프랑스 파리 중심에 위치한 라빠에트 백화점의 자존심, 초대형 스테인드글라스 돔 등 전례공간에만 머물던 스테인드글라스 빛예술은 퀴튀리에 신부를 중심으로 펼쳐진 근대 성미술운동 이후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사람들의 감성과 요구를 수용하며 삶의 공간으로 빛의 환희를 넓혀나간다.
삶의 공간에 스며드는 인간과 빛의 오랜 대화는 지금도 눈이 부시게 찬란하게 불멸의 빛의 언어로 쉼 없이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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