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줄 생각 없는데… 대주주ㆍ증권사 ‘김칫국’
▲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전경.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교보생명의 최대 주주는 33.78%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창재 회장이며 대우인터내셔널(24%), 캠코(9.93%) 등이 그 다음이다. 2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과 3대주주인 캠코가 한꺼번에 지분 매각을 고려한다는 소식에 당장이라도 지분 전쟁이 벌어질 태세처럼 보인다. 포스코의 패밀리사가 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주식을 팔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역시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시한인 내년 11월까지 보유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의 지분을 합하면 33.93%로서 신창재 회장 지분보다 오히려 조금 많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가 바뀌고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친인척 지분과 우호지분까지 합해 신창재 회장 측 지분이 전체의 50%를 넘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받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교보생명 측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교보생명 측이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외국계 투자자 지분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외국계 투자자 지분을 결코 완전한 교보생명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 이들은 상황과 이익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보생명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이 지난 6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교보생명 주식 3만 2800주를 매입한 것을 두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지분 늘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교보생명 측은 “제일저축은행 측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 자구책의 일환으로 신창재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와 매입한 것일 뿐”이라며 “고작 0.16% 갖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늘리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창재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도 왜 이렇게 교보생명 지분과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교보생명을 상장시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을 상장시키기 위해 IB업계에서 교보생명 지분과 주요 주주들의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일 교보생명이 IPO(기업공개)를 한다면 그 과정에서 주관사 등 증권사들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꽤 솔깃한 시나리오”라며 “지난해 상장한 삼성생명 못지않게 교보생명의 덩치도 어마어마해 상장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많은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상장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박고 있다. 상장이라는 것이 원래 큰 자금이 필요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 교보생명은 특별히 신사업을 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적자를 거듭해 손실을 메워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순이익이 늘어나 지난해 말 배당성향을 2009년 7.8%에서 9.6%로 높였다. 주주들에게 배당금도 두둑이 챙겨주는 것이다. 신 회장 역시 2009년 138억 원보다 69억 원 많은 207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교보생명 주주들이 원한다면 상장해야 할까. 앞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향은 받겠지만 꼭 그래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교보생명의 경우 현재 신창재 회장 측 지분이 과반이기에 신 회장 측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설사 상장과 관련한 안건이 올라온다 해도 주주총회에서 그 안건이 처리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캠코를 비롯해 일부 주주들은 상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야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고 지분 매각도 쉽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주식만 상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도 “하지만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업계에 이미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더욱이 지금 같은 위기에 상장한다는 것은 더 안 될 일”이라고 단언했다.
상장할 뜻이 없는 교보생명의 주식을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등 투자금 회수를 바라는 주요 주주들이 어떤 식으로 지분을 매각할지 관심거리다. 또 신창재 회장 측이 매입할지, 매입한다면 얼마나 할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